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성취감도, 기쁨도, 보람도 모두 사라졌어요.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그냥 공장처럼 찍어내고 있는 기분입니다. 일하는 데 재미도 없는데 경제마저 불황이라 식비가 엄청 딸려서 몇 개월 전부터는 도시락을 싸고 다니는데 도시락을 싸서 다닌 영향인지 같은 파트 사람들과의 대화수도 현저히 줄어들어 요즘은 그냥 거의 혼자 다니다시피 하는 기분이 듭니다. 나름 친했던 사람들은 모두 퇴사했고, 이렇게 남아있는 게 멍청한 거 같으면서도 제 미래를 위해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건 사실이라 일단 회사를 버티고 있지만, 머리 속에서는 탈출도 지능순, 이제는 망한 회사라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다니기도 하고, 대화도 점점 하기 힘들어지는지라 소속감도 약해지고 점점 뭔가 의식이 멍해지는 기분이에요. 집중할 땐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인 거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제가 어떤 말을 하는 거에 대해 통제받고 있는 느낌도 들고요. 이건 정확하지 않아요. 제가 채팅방에 무슨 말을 쓰려고 하면 누군가 와서 제지를 한다던지 답변을 사전에 미리 얘기하고 쓴다던지 식이라서요. 아 내 답변엔 신뢰도가 없구나 싶었어요. 그냥 저에 대한 신뢰도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 일을 하는 것도 의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신뢰를 달라고 하기에는 제가 너무 버겁네요. 모든 게 허무하고 허망해요.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다 그만두고 침대에만 틀어박혀 자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취미로 하던 게임도 다이어리 꾸미기도 다 안 하고 있어요. 오랫동안 취미생활도 내려놓은 거 같습니다. 조금씩 기운을 내보려고 억지로 몸을 움직이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지, 살기 위해 씻고 자고 회사 나가는 거 외의 제 삶은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것도 더 이상 즐겁지 않습니다. 남자친구와 만나면 이렇게 기운 빠지는 말만 하니까 이런 말은 점점 숨기게 되네요. 어디에도 도움이 안 되는 거 같고, 제 쓸모 자체가 없어진 거 같아요. 적어도 나를 위해서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더 이상 날 위해 뭔가를 해준단 게 맞는 걸까? 싶어요. 프로젝트가 망하고 우울감에 글을 쓴 게 몇 달은 된 거 같은데 아직 한 달도 안 됐네요. 이런 느낌을 느낀지 어연 2달은 넘은 거 같습니다. 병원 건강검진에서도 우울증세가 보인다고 상담을 받으라 하는데 귀찮기만 합니다. 제 자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렇게까지도 모르겠는 거 그냥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매일매일, 매 시간마다 드는 생각이에요. 그냥...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그래도 이렇게 손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은데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어딘가 공허하디 공허해서 거대한 구멍이 생긴 거 같은 이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