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겠다 싶은 하루가 또 지났다. 삼일 연속되는 야간근무 중 고작 하루가 지났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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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죽겠다 싶은 하루가 또 지났다. 삼일 연속되는 야간근무 중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죽겠다 싶다. 근무 시작하자마자 또 응급환자가 내려왔다. 정신차리고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시간이 빨리 간건 좋지만 그래봤자 '이제 시작'이었다. 정신줄을 놓았다 붙잡았다 반복하며 근무시간을 견뎌냈다. 고작 10개월. 몸도, 마음도 바닥난 것 같다. 아파도 티가 나지 않고, 티를 내지도 않는 탓에 어느 누구도 내가 힘들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친구에게 털어놓아도 자기 힘든 일들을 내게 털어놓기 바쁘다. 자꾸 반복이 되다보니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지친다. 친구가 털어놓는 일들마저 내것이 되는 것 같다. 더 죽겠다. 고작 10개월인데 근 10년간 아팠던 것보다 자주 많이 아프고 지친다. 잠깐씩 있던 불면증이 갑작스럽게 심해졌다. 잠에 잘 들지 못하고 한두시간마다 깬다. 성격에 잘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바닥이 난 것 같다. 지금은 앰뷸런스 소리가 조금만 들려도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CPR 환자가 올 수도 있으니까. 가끔은 퇴근해서 쉴 때도 환청 같이 소리가 귀에서 맴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굳이 버티는 이유는...... 1년은 채워야한다는 건 둘째치고, 그 전 직장에서 시작을 잘못 끊고 끝낼때까지 하루하루 힘들게 고민하고 걱정하며 안 좋은 사람들 속에서 지냈던 것도 한몫한다. 일종의 트라우마인지 시작도, 끝도 두렵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거야, 그런건 싫은데 내가 어떡하면 좋지, 조금만 더 있어보자, 이사람들한테 어떻게 말을 하고 끝내야할까, 내가 그만두기 전까지 말이 나올텐데 그건 또 어떻게 견디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끝이 없다. 생각만 하다 결국 포기하고 그냥 내일 하루를 또 견디기로 마음먹는다. 아직 그만 두고 싶진 않다. 그런데 몸이 안 따라준다. 자꾸 비실거려서 영양제를 사먹었더니 되려 탈이 나서 토한다. 잠도 잘 못 자서 체력도 딸리고 두통이 계속 된다. 조금 더 일하고 싶다. 그런데 마음이 안 따라준다. 우울해지고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힐 때가 늘어간다. 더 초조해지고 잘해야지 싶은데 잊어버리는 실수도 늘고, 다시 자책하고 걱정한다. 열심히 해야지 싶은데 게을러진다. 해야할 일마저 안 하게 될 때가 많다. 일할 때 빼고는 밖에 나가는 일도 줄어든다. 몸이 피곤하고 지치니까 밖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도 줄어든다. 우울하고 힘드니까 기대고 싶은데 기댈 사람도 없고, 나와 시간이 맞는 사람이 없다. 내 얘긴 누가 들어주나 싶다.
전문답변 추천 1개, 공감 98개, 댓글 11개
jhjoo 님의 전문답변
6년 전
안녕하세요. 엔젤 입니다. 응급 환자 관련 간호사 이신거 같은데요. 맞나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해야 할 로딩이 쌓여가고, 더구나 긴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고,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예민한 일들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누구라도 지치고 힘들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업계의 경우 특히나 연차가 낮을수록 숙련도는 낮지만 해야 할 일도 많아서 스트레슨는 더욱 크지요. 3교대를 하면 낮밤이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불면증의 문제도 갖게 되고, 야간 근무가 많을수록 누군가와 만나서 자신의 힘든 상황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습니다. 참 어려운 일이예요. 거기다 이전 직장을 그만두었던 과정이 본인에게 상처로 남은거 같고, 지금 일을 그만두는 부분에 대해서도 마음에 걸리는 게 많으신거 같네요. 사실 누군가에게 힘든 것을 얘기하고 누군가가 나의 힘든 것을 알아준다는 것만큼 강력한 치유 효과가 있는 것도 없지요. 전문용어로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는 것에 대해서 ventilation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우리말로 환기라고 하며 원래는 '숨을 쉰다'의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즉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는 만큼 나의 힘든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지 우리가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하지만 마카님의 경우 3교대로 인해서 시간이 안 맞아서 만날 사람들도 줄어들고, 만나도 각자 입장이 다른 친구들과 만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이 환기를 잘 하지 못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체력적으로 지쳐가고 수면장애가 생기면서 우울감이 심해지고 외출을 하지 않게 되면서 본인의 문제에 대해서 누군가와 나누지 못하고 혼자서 끌어안고 정서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과정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구요. 생각해보면 저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낯선 병원, 낯선 시스템에서 흉부외과 인턴생활을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병동 환자 콜은 계속 오고, 응급실에 환자들은 계속 쌓이고, 그 와중에 아침 컨퍼런스, 회진 준비를 해야하고, 몇날 몇일을 잠을 못자서 정신은 멍해지고, 집중력은 점점 떨어지니 일의 효율은 더 떨어지고... 몇일동안 씻지를 못하면서 발과 양말과 운동화가 하나가 되더니 나중엔 피와 진물이 나고... 몇분 단위로 '이거 해야한다', '저거 해야한다'는 내용의 콜이 울리는 걸 두려워 하던 중에 스테이션에서 졸면서 환자를 놓치는 악몽을 꾸다가 전화기를 집어던지며 깨던 것까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악몽 같은 순간들입니다. 여기까지만 할까, 그만 할까.... 매일 새벽 가로등을 보면서 담배연기를 뿜으며 생각했지요. 역시나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내가 힘든 것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친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매일 같이 깨지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도 나의 힘듦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서럽고 외로울 때 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그 시절을 넘겼고,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버팀목이 되어준 3가지의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말단 시절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지나간다는 생각, 내가 택한 길에서 포기하면 두고두고 자책하고 후회할 것 같은 생각, 지금 현재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마카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 하는 일에 있어서 노련해질 때가 올 것이고, 실력이 늘고 연차가 올라가면서 근무 환경이 나아지는 때가 올것입니다. 결국 지나갑니다. 그때를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살면서 본인이 택한 일로 인해서 가장 어려운 시기인 지금을 외면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버텨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자긍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잘 하려고 하면서 지치지만 말고 버텨만 주세요. 마지막으로 다른 누구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공감을 나눌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면 그 사람들을 소중히 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십시요. 그 어떤 친한 친구들보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님의 힘듦에 대한 토로에 대해 가장 진정성있게 호응해 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마카님이 무사히 지금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무던히 지나칠 수 있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마인드카페에도 자주 소식 남겨주세요. 마카님의 젊음과 끈기를 응원합니다. #화이팅 #젊음 #응원 #숨을쉰다
goyoon5526
6년 전
다른사람 간호하다가 본인이 먼저 기절하겠어요 ㅠㅠㅠㅠㅠ
sparking9
6년 전
혼자가 된 느낌이고 많이 고통스러운데 아무도 위로해 줄 사람이 없으니 외로우실거 같아요. 몸도 깨지고 마음도 깨지고.. 그래도 용기내셔서 이렇게 마음 나눌 사람들을 찾아 나서신거보면 대단히 용기있는 분인 거 같아요. 엔젤님 말씀처럼 잘하려고 하기보다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노력하면서 버텨주셨으면 좋겠어요. 힘든 길이지만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요. 주변 동료들 중에 서로 위로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비공개 (글쓴이)
6년 전
@goyoon5526 ㅠㅠ
비공개 (글쓴이)
6년 전
@sparking9 감사합니다
ck12
6년 전
하 정말힘드시겠네요 야간근무라서더피곤하고힘드시겠죠 그래도 아직그만두진않으실거니까 좀더 버티시고 정안되겠다면 그만두시는거죠 이글 몇자밖에 안되지만 힘이되어드리고싶네요.. 저는 고등학교생활때 너무힘들고기대고싶은사람이필요했었는데 아무도없었어요 지금은성인이지만 그런기분알것같아요 친구한테 힘든거 말해봤자일수도있죠 비록 글뿐이라 말처럼 표현되지않아서 아쉽네요.. 잠깐이지만 기대셨으면 좋겠네요 정말 멋지시고 수고많아요ㅠ얼마나 힘들겠어요 휴.. 응원할께요
lililioiolii
6년 전
응급구조학과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멀지않은 미래에 같은 직업을 가질 사람으로써, 제가 아직 겪어보지않았지만 마음으로 조금이나마 공감해봅니다.. 제가 뭐라할 주제는 안되지만, 마카님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슬럼프는 언젠가 지나갈거라고 생각해요.. 또 마카님 손에 의해 제 2의 삶을 사시게 될 분들이 많으니까, 정말 멋진 직업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셨으면 하고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응원합니다!!!!!
sunyhappy
5년 전
저도 간호사에요 다음주 일요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병원땜에 너무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만 싶어요 사람들이 무서워요 그냥 다 도망치고싶어요
dbdid
5년 전
저도 간호사일을 하고있어요 몇시간후면출근인데 출근이 두려워요
b1u2
5년 전
역시 간호사는 마음이 병드는 직업이야..
hjh099w
5년 전
난 왜이렇게 힘들고 무능력하고 재미없고 못났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님 글덕분에 힘얻고갑니다 나약한 내자신에게 채찍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