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완벽 집착 극복 후에도 감정이 남습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스트레스|집착]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완벽주의, 완벽 집착 극복 후에도 감정이 남습니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정신이있나요
·6달 전
-주의: 글이 아주 깁니다. 요지는 ===줄 아래부터 입니다. 그 전까지는 성장 배경입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남기는 겁니다. 그리고 글의 두서가 없습니다. 문맥이 맞지 않고 개연성이 이상해도 너그럽게 넘어가주시기 바랍니다.- -상담사분들의 전문적인 의견이 간절합니다..- 글씨를 취미로 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글씨 하나 만큼은 정말 잘 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래 제가 손재주가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손재주가 참 없고 많이 서툰 사람이었지만 어렸을 때 언니가 문제집에 쓴 글씨를 보고 감명 받아서 글씨 연습에 몰두하게 된 것 같습니다. 글씨 연습에도 연차가 쌓이면서 제 글씨도 정말 훌륭해졌습니다. 하도 잘 쓰다 보니 글씨를 하나의 예술로 인식하게 된 거 같아요. 제가 완벽주의가 원래도 있었지만 심하지 않았을 때는 일상에 지장이 가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근데 글씨를 예술처럼 인식 하고부터는 완벽주의 강박증이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순간 작품의 완결성에 목숨을 걸기 시작한 겁니다. 작품의 형태가 균형을 갖추고, 규칙적인 밀도를 가지게 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모든 글씨들이 정갈해야 했고 단 한 개의 글자라도 잘못 각인되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특히 저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완벽하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철학까지 있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봤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폐기했습니다. 하지만 안목은 갈수록 빠르게 높아졌어요. 어제 쓴 글씨가 오늘 보면 마음에 안 들게 되었어요. 안목에 비해 실력이 빠르게 늘기는 힘들어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 같아요. 늘 완전함과 완결성에 집착하는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글씨에만 한정되어 있던 완벽주의가 일상으로까지 번져버리면서 인생이 나락으로 빠지기 시작했어요. 글씨에만 요구되던 상태의 완결성과 완벽함이 저의 모든 일상에 요구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인스타의 영향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해요. 인스타의 인테리어들이 완벽하다며 동경하게 되었고, 인스타의 사람들이 완벽하다며 동경하게 되면서 그에 맞추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사회적인 개입은 일절 없었어요. 보여주기용으로 한 게 아니었다는 거죠. 저는 인스타를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순전히 저의 만족을 위한 거였어요. 모든 완벽의 기준은 저의 충족이었거든요. (한마디로 만족의 역치가 달라진거죠.) 노력은 해봤지만 제가 학생이다보니 경제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아 실행에 옮길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완벽함을 적용시켰죠. 그게 바로 공부였어요 가장 많이 접하면서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바로 공부였거든요 공부를 예술처럼 하기 시작했어요. 과정도 좋아야하며 결과도 좋아야하는 기준이 정립됐어요. 과정의 디테일한 부분조차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던 거죠. 처음엔 문제집이었어요. 문제집을 완벽하게 공부하는 거죠. 모든 걸 완벽히 외우고, 완벽히 풀어야 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문제집의 글씨였죠. 제가 글씨를 쓰던 사람이어서 그런가 글씨마저도 완벽해야 했던 거죠. 마치 프린트한 것처럼 완벽한 글씨를 써야 했어요. 그 글씨로 문제집 전체를 채워야 했죠. 조금이라도 글씨가 흐트러지거나 책이 구겨지거나 찢어진다면 그 책을 버리고 다시 샀어요. 완벽한 한 권을 만들고 싶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현실에서, 문제집의 상태를 흠집 없이 유지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글씨와 표시를 똑같이 하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항상 실패하니까 공부가 하기 싫어지고 결국 무한정 미루게 됐어요. 차라리 내가 손대지 않음으로써 새것의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는 식으로 말이죠. 내가 손대면 쓰레기가 되니까 내 글씨, 내 손때조차 병균처럼 취급하게 됐어요. 내가 닿으면 더러워지니까 어떤 물건이든 내가 닿지 못하게 했어요. 내 손에 있는 때가 물건에 묻으면 더러워질까봐 계속 닦았어요. 어떻게 보면 자신이 더러워질까봐 걱정하는 청결강박증과는 반대되는 양상이었죠... 문제집 다음에는 학교 교과서와 학습지 였어요. 일단 학교 내신에는 지엽적인 부분이 꽤 많이 나와요. 학교 교과서와 학습지의 세부적인 내용을 읽지 않아 문제를 틀렸을 때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교과서와 학습지를 신성시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한 장 밖에 배부되지 않는 희소성 있는 학습지에 대해 극도로 집착했어요. 학습지를 소중하게 대하게 되면서 글씨를 쓸 수 없게 됐어요. 위에서 말했듯이 이제 제 글씨는 완벽하지 않은, 더러운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중요한 학습지에 도무지 글씨를 쓸 수 없었어요. 나중에도 봐야하고 몇 달 뒤에도 봐야 하는데 제 글씨가 있으면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았거든요. 상태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양상은 이제 새것처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바뀌었어요. 이제 새것만이 정말 완벽한 것이라, 절대 제 손 때가 타지 못하게 했어요. 어쩔 때 책을 만질 일이나 학습지를 만질 일이 생기면 비닐장갑까지 낀 적도 있어요. 그렇게 형태의 완결성을 중시한 지 몇 년이 지나고 이제는 그 대상을 저로 돌리게 되었어요. 완벽의 대상이 환경과 물건에서 제가 된거죠. 얼굴이랑 키가 바로 보였어요. 너무 마음에 안 들었어요. 이렇게는 오래 살 수 없을 거 같았어요. 나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완전하지 못하다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20살이 되면 죽자! 하는 계획을 중 3 초에 세웠던 거 같아요. 사실 20살 이전에 아무 때나 죽고 싶으면 죽어야지 이런 계획이었죠. 저는 제가 죽은 후 제가 살아있을 때의 기록을 가족들과 지인들이 알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리고 저 자체를 세상에서 아예 지워버리고 싶었어요. 원래 없었던 것처럼. 그래서 그동안 쌓아왔던 제 모든 기록을 다 말소시켜버렸어요. 제 일기, 낙서, 문제집, 사진, 전자기록... 제 손때가 탄 모든 것들을 다 없앴어요. 제 짐을 극단적으로 줄여서 캐리어 2개에 들어갈 정도로 만들었어요. 살아있어서 완벽을 이룰 수 없는 나는 죽음 후에 사라짐으로써 완벽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요. 사실 중 3 때 좀 불행하기도 했어서 더욱 그랬던 거 같아요. 그 불행이 영원할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이 불행을 겪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고 생각했을 지도 몰라요. 다행히 이 불행은 고 1 와서 완화되었죠. 의대를 가자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를 하고 친한 친구도 생기다보니 그냥 살고 싶어졌어요. 완벽함의 모순에 대해서 다 깨닫기도 했구요. 완벽함은 이룰 수 없는 거고 객관적이지도 못한 지표이며, 인간은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게 그제서야 수용됐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집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습관도 없어졌고, 전자기기들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습관도 없어졌어요. 기록을 완벽하게 분류하려는 습관과 말소시키려는 습관도 없어졌어요. 안타깝지만 글씨에 대한 예술적인 완벽주의도 많이 사그라들어서 글씨도 퇴화해버렸어요 ㅋㅋㅋ 완벽주의의 70은 노력으로 많이 없어졌어요. 제 완벽주의는 정말 극복하기가 어려웠던 거 같아요. 사회 규범에 의한, 남들에 의한 완벽주의가 아니라 저의 충족감에 의한 완벽주의였기 때문에 제 기준을 부숴야했거든요. 견고하게 쌓아올린 잣대를 부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공허해지는 일도 있었고 영혼이 부서진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았거든요. 완벽주의도 제 큰 일부였으니 부쉈을 때의 상실감이 큰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젠. 잠시 동안은 고통스럽지만 날려버리고 난 후에는 후련하고 자유로워지니까요. 완벽주의를 극복하고 나서는 제 건강에 더 집중하면서 자존감이 올라갈 수 있었어요. 제 망가진 눈과 치아와 장기를 더 망가지기 전에 치료 받을 수 있었어요. =========================================================================================== 하지만 완벽주의가 다 사라진 건 아니에요. 아직 잔존하는 부분이 있죠. 위에서 말했던 학습지, 문제집 이에요. 일상적인 완벽주의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모든 것의 발단이었던 문제집과 학습지에 대한 완벽주의는 아직 남아있어요. 다행히 규율과 규칙은 존재하지 않아요. '문제집과 학습지를 새 것 처럼 유지해야 하는 문제'는 이미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걸 인지했고, 공부에 필요없다는 것도 인지했기 때문이죠. 다만... 감정이 질기게 남아요. 문제집에 글씨를 대충 쓰면 드는 불쾌함이 있어요. 논리는 이제 없지만 감정만 남아 맴도는 거죠... 습관이었던지라 관성이 되버린 걸까요... 남들은 문제집 학습지 마구 써도 괜찮다던데 저는 그럴 수가 없어요... 감정이 아직 남아서... 저도 남들처럼 마구 쓰면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네요 ㅠㅠㅠ 잔존하는 감정을 없앨 방법이 있을까요? 완벽주의의 감정을 지우고 싶어요...
우울증강박증완벽주의조언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1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vvviii00
· 5달 전
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요 학습지를 마구 찢어보는 건 어때요 낙서도 해보고 . 마구 찢는 거에요 나를 가두던 거니까 그렇게 .. 해보면 조금이라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