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해야 할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부부|폭력|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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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해야 할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wiof
·4년 전
안녕하세요, 저는 2명의 언니가 있는 고등학생 입니다. 우선, 제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해야 하겠지요. 저희 어머니는 제가 태어날 때 쯤 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습니다. 때문에 저 역시 갓난아기인 시절부터 교회를 나갔습니다. 교회에서는 “아이는 때리면서(훈육) 키워야 한다”, “여성은 남성에게 복종해야한다” “여성은 머리를 묶는 행위를 화장실에서(남자들이 없는 곳)에서 묶어야 한다(이 행위가 남자들을 유혹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에)”, “여성은 짧은 치마, 붙는 바지, 반바지 등을 입으면 안된다(남성은 성욕을 참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이와 같은 옷을 입으면 남성을 유혹하는 행위이다)”, “결혼한 부부의 경우,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 그것은 잠자리를 만족시키지 못한 아내에게 잘못이 있다”, “이혼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남편만이 요구할 수 있다” 등을 가르칩니다. 그래요, ***죠. 저는 이런 소리들을 들으면서 살아왔고 심지어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저보다 3살 어린 어느 뚱뚱한 남자아이에게 성추행, 스토킹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교회 어른들은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고 그 남아를 보호하기에만 급급했습니다.(목사님과 친분이 두터웠고 교회에서 신실하다는 평을 들어오던 모부의 아들이었거든요)집에서 있을 경우 아버지가 술만 먹고 들어오면 언니의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난동을 피우고, 자살소동을 벌이고, 죽여버리겠다고 식칼을 들고 칼부림을 해댔습니다.(저희 집 식탁에는 아직도 칼에 찍혀 뚫려이는 자국이 선명합니다) 아버지를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존재는 할아버지밖에 계시지 않았기에 노쇠하신 몸으로도 술주정을 부리는 아버지를 뜯어 말리시느라 늘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러나 작년 9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아버지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이제 없습니다. 어머니는 저희 자매가 매우 어렸을 때부터 군것질(과자, 사탕, 초콜릿, 라면 등)을 아예 입에도 대지 못하게 하시면서 5살 때쯤부터 청소기를 밀게 하고, 방을 닦게하고(밀대 없이 손으로 닦는데, 저희 자매 셋 중에서 가장 ***가 깨끗한 사람은 매를 맞았습니다), 설거지 등 각종 집안일을 시키셨고 “너희는 짐승만도 못하고 쓸모없는 쓰레기보다 더한 것들이다. 왜 사냐, 그냥 죽어라”라는 말을 밥먹듯이 들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맞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개집 철창에(우리 모부님은 동물에 대한 존중이 없어 그냥 집 밖 철창에 개를 키웠습니다) 몇시간을 가둬놔서 개에게 손을 물린적도 빈번했습니다. 문제집 풀다가 만화책을 봐서, 시험 평균 90점을 넘지 못해서, 물어보는 말에 깍듯하게 대답하지 않아서, 극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아서, 학교에서 쉬는시간에 주니어네이버 게임을 해서, 구몬을 다 풀지 않아서, 과자 등을 먹어서, 라면을 먹어서, 몰래 사탕을 먹어서, 맞는 와중에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서, 선생님께 이러한 사실들을 말해서,(이유가 너무나도 많지만 다 기억하지 못하기에 이정도만 적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수없이 맞아 몸에 (특히 엉덩이에)멍이 사라질 날이 없었지만 “너를 사랑해서 그렇다”, “아이는 때리면서 키워야 사랑하는 것이다” 라는 교회와 어머니의 말에 어렸을 때는 그저 이것이 사랑인줄만 알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지 않았다고 빗자루로(주로 파리체, 가시나무, 빗자루, 몽둥이로 때렸습니다)등을 맞고 짧은 윗도리밖에 입히지 않고(하체는 속옷도 없이)밖으로 내보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게 한 적도 있었죠. 그냥 모두가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모부님이 나를 사랑하셔서 그렇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어느 날 교회 사람들에게 어머니가 “제 아이는요, 회초리 맞을때 어머니! 어머니! 살려주세요! 하면서 두 손 싹싹 빌고 무릎을 막 꿇어요!! 진짜 웃기지 않아요? 얼마나 웃기던지”라고 말하며 교회 사람들과 웃고 떠드며 마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것마냥 얘기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도 수치스러웠고 증오심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러다 죽겠다 싶어 살고싶은 본능에, 끔찍하게 고통스러워서,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무릎을 꿇으며 빌었던 것이 가해자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풍경이었다는 것이 좌절스럽고 가증스러웠거든요. 또한, 교회 사람들에게 저희 자매는 더럽고 추악한 악의 덩어리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병균 취급하며 자신들의 자식들이 우리를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죠. 정작 목사님의 자식들은 교회에서 금지하던 그 모든 것들을 다 했지만(술, 담배 등) 그것이 밝혀지자 모두가 쉬쉬하며 그것들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이런 삶을 살아오다보니 저희 자매들은 어린 나이에 조숙해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9살의 나이에 교회 어른들과 모부님의 비위를 잘 맞추고 어떻게 해야 매를 덜 맞는지 알았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를 연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와 집에서는 최대한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며 ‘말 잘듣는 착한 아이’로 보이도록 노력했고 10살의 나이에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등 작은 반찬들을 할 줄 알아 저녁 밥상을 차리고 상을 치우고 청소와 설거지를 도맡아 하였습니다. 11살에는 학교폭력을 당했지만 당연히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고 했었죠.(모부님께 들키면 안되었기에) 당연히 여태까지 연애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남친이 생기면 그 순간 모부님에게 죽도록 맞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아버지가 술을 먹고 들어오는 날이면 두렵고 무섭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 축복이라고요? 아니요, 만약 제가 태어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었으면 저는 망설임 없이 태어나지 않는 쪽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받고 자라는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이 너무나도 부러워 늘 저 자신과 비교하며 살아왔고요. 이제 고등학생의 나이까지 커버렸지만 이때의 상처와 고통은 치유되지 않고 날로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부님을 사랑하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증오심만이 자리잡고 있죠. 성인이 되어 자립할 수 있는 날이 되면 반드시 복수할 거라고, 얼굴조차 보지 않고 연 끊고 지낼 것이라고 늘 다짐하지만 점점 늙어가는 모부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가족인데’ 하는 생각에 조금씩 맘이 약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을 용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것만은 확실해요. 그리고, 복수하고 싶습니다. 제 인생을 망쳐놓고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만든 존재들에게요. 그렇지만 어떻게 복수해야 할까요? 아니, 복수하는것이 맞는 걸까요? 최고의 복수는 행복해지는 것이라는데 저는 복수하지 않는 이상 정말 행복해 질 수 없을 것 같거든요.....그리고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p.s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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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e
· 4년 전
저도 기독교 가정,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마카님이 얘기하신 여혐적인 부분들을 당연시하고 저 자신을 자책하며 자랐어요. 길거리에서 성추행을 당했을때도 거부는 커녕 부모님에게도 아무말 못했고요. 전 아직 기독교인이지만, 한국 목사님들의, 기독교인의 성경 해석에 각종 혐오들이 섞여있어서 이게 기독교 자체의 문제인지, 유교사상과 섞여버린 한국 기독교 문제인지 혼란스럽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 마카님과 저같은 여성들이 더 힘을 내고 목소리를 내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많이 힘드셨을텐데 계속 버티고 계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복수"를 언급하셨는데, 마카님이 생각하는 복수란 어떤것인지 궁금해요. 얼굴 안보고 연을 끊는 것을 얘기하신 거라면 제 개인적인 생각에 그것은 복수라기보다는 마카님의 정신건강을 위해 택하셔야 할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전문상담 꼭 받으셔서 고생하신 이야기도 다 털어놓고 아픈 마음도 치유받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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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of (글쓴이)
· 4년 전
@clee 사실,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해보는 것이 처음이에요.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으로 취급받을까봐 두려웠거든요...우선, 저의 말을 믿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싶네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복수는...아니, 사실 복수가 아니에요. 복수...를 할 여건이 되지 않죠. 제가 무슨 특이한 힘을 가지고 있던가, 뭐 그런게 있는게 아니니까요...그저 부러웠어요. 주변 사람들이. 제 주변에는 정말 사랑받고 자란 친구가 있어요. 외동이기도 했고요... ‘사랑받고 자란 척’ 아무리 연기해도 역시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나봐요...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과 저 자신을 자꾸 비교하면서 자라왔습니다. 그렇기에, 복수하고 싶다고 한 것이에요. 제 인생을 망쳐버린 ‘모부’라는 이름의 폭력배에게, ‘교회’라는 이름의 살인자에게 말이에요. 그들이 저와 같은 고통을 겪기를 그 누구보다 절실히 원하지만 정작.... ‘그럼 복수를 위해 어떻게, 뭐부터 해야하지?’ 하는 생각만 가득할 뿐,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지도 못했어요. 그냥...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제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요. 마카님 덕분에 다시한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정말...감사하고 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