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이유가 없는데 우울합니다.
jhslh·4년 전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반 여자이고, 심하지 않은 우울함이 만성적으로 있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지금 제 삶의 조건들만 보자면 우선 건강하고 자아실현 욕구를 맘껏 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며 외모 관련 컴플렉스도 딱히 없습니다. 대인관계도 괜찮고 따듯하고 멋진 남자친구도 있으며, 가족도 다 건강하고 나름 화목하고 넉넉한 상황에 살고 있습니다.
우울할 이유가 전혀 없고 머리로 제가 얼마나 감사한지 잘 인지하고 있는데 생활하다보면 가벼운 우울함이 계속 제 속에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무슨 일을 해야할 때 편안하게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기를 모으듯이 속에서 엄청 투쟁을 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나약한 것 아닌가, 우울할 이유도 없으면서 왜 이러나 하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감정을 억압하는 버릇이 있었속에서 우울한 걸 스스로 무시하고 밝은 척하며 일상생활을 합니다.
특히 제가 인정욕구나 성취욕이 강한 편인데, 일을 하다 가끔 만나게 되는 무례하고 기쎈 사람(갑)들, 무능하고 뻔뻔한 아래 직원들에게 직언을 하지 못해 마음에 쌓는 것 같습니다. 갑에게 직언하거나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가는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평판으로 몰리거나 아쉬울 것 없는 갑의 입장에서 계약을 하지 않을까봐, 아래 직원들에게 질책을 했다가는 다짜고짜 나간다고 하거나 더 적반하장으로 저에게 따져서 제가 당황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 안에 만성적인 우울함, 시무룩함, 위축되는 감정 등이 올라오면 이런 것들이 다 남들이 보기에도 티나서 제가 만만해 보이거나 아마추어 같아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일을 그르치거나 창피하게 되지 않을까 회피하고 숨기고,, 남을 대하는 게 너무 부담되고 어렵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나아졌지만 제작년 말엔 난생 처음으로 공황발작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저도 모르게 억압하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한번 마주하면 이것을 언제까지 파고들어서 뿌리뽑아낼수있을지도 모르겠고, 우선은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야 하기에 매번 모른척하고 덮어두는 것에 급급합니다.
제 생각에 제가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하루종일 부모님을 기다리며 얼어붙어 있던 기억, 아빠는 정말 자상하고 따듯한 데 비해 엄마는 일관성이 없고 신경질적이어서 화풀이하듯 계속 짜증내고 몰아붙여서 주눅들었던 기억들 때문에 우울한 무의식이 올라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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