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서로에게 질린 게 눈에 보여요
아주 예전부터 어렴풋 알고는 있었어요 8살도 되기 전부터
그렇게 안 맞고 힘들면서 왜 같이 지내냐고 최근들어 제가 조금만 깊게 이야기를 꺼내면 일단 아버지는.. 이젠 더 이상 엄마를 보호하려는 식으로 말씀하지 않으세요
네가 힘들었던 만큼 나도 힘들다. 이혼이 현실적으로 되는 얘기냐. 이렇게 될 줄 내가 알았겠냐.
엄마에게 물어보면
뭐 어쩌겠냐. 사람 안 바뀐다. 잘 해줄 때도 많다.
처음에는 도찐개찐이라고만 생각하고 부부싸움때는 그냥 시끄러워서 문 닫고 넘겼는데 슬슬 문제의식이 느껴져서 무서워요
부모가 평소에는 잠잠히 밥도 먹고 둘이서 외식도 하고(저는 부모가 불편해서 이젠 아예 끼지 않아요) 웃으며 지내도, 서로에게 예전처럼 정이 없고 서로를 피곤해하고.. 증오를 잠재우며 지내는 걸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새삼 너무 불안하고 무섭고 괴로워요
더 이상 예전처럼 서로를 발린 말로라도 잘 감싸주지 않아요
어떻게 생각을 떨쳐야 하죠 떨칠수가 있긴 한가요.. 제가 어릴 적 정서학대를 당한 걸 요즘들어 계속 상기시키며 이야기드리곤 했어요
그게 가장 큰 발단인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서로서로의 분위기가 삭막하고 건조했던 적은 없어요
제가 참는 게 맞았던걸까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그냥 표면적으로 화기애애하게 굴면서 억지로 서로를 붙들고 살아가는 것 뭔지 아시나요?
우리만 아는 것
외동이라 더 무섭고 머리가 복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