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이혼하신지 4년이 지났는데도 전 그 때에 머물러 있어요.
부모님 두 분 다 20살이었던 어린 나이에 한 순간의 실수로 저를 임신하셔서 20살에 낳고 지금까지 키워주셨습니다. 제가 보는 앞에선 절대로 싸우지 말자고 다짐하셨던 두 분이었기에 이혼하시는 날까지 두 분께서 싸우시는 걸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건지 부모님의 이혼은 저에겐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저희 부모님은 서로 잘 맞지 않았기에 제가 4살일 무렵 이혼을 생각하시기도 했었는데, 그 당시엔 제 나이가 너무 어려 마음을 다시 잡았다고 하셨습니다. 두 분 다 외도로 인한 문제도 조금씩 있으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엄마께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시다 보니 몸이 편찮아지셨는데,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저에게 먼저 아빠와 이혼하시겠다고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당시 저는 부모님의 케어가 필요한 나이었기에 아빠가 아닌 엄마와 함께 앞으로의 날들을 어떻게 지낼지 많은 얘기를 나누고 계획을 짰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얘기를 나누신 다음에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아빠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저만 데려가게 해달라고 말하셨고, 저는 당시 선택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결국 아빠께서 저의 양육권을 가지시고 엄마는 집을 나가 저와 가까운 곳에서 혼자 사시다가 올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하셨습니다. 엄마가 재혼을 하시고 다른 지역으로 가서 살게 되면서 자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빠는 저를 키우겠다고 양육권을 가져가셨지만, 제대로된 양육을 하고 계시지 않고 그저 물질적인 지원만 해주시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아빠께서 저를 정말 많이 사랑하신다는 건 알지만 회사일이 바쁘시다는 핑계로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으시고, 집안일 하나 하지 않고 4년 내내 배달만 시켜먹는 저희집이 지긋지긋합니다. 죽고싶진 않지만 딱히 살고싶은 이유도 없다고 생각이 들고 매일이 우울하고 힘들다 보니 가슴이 콱 막힌 느낌이 들어 가끔 숨이 잘 쉬어지질 않습니다.
저는 지금 고등학교 1학년으로 마냥 어리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다 큰 나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부모님의 케어가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하고, 가족의 따스함이 그립습니다.
최근 아빠께서도 만나는 여자분이 생기신 것 같은데 저에게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하고 계시는 상태입니다. 여자분이 저희집에 들락날락거리며 청소도 하시고, 요리도 하시고, 생활용품도 구매하시고, 샤워도 하시는데 별거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 하시고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니 오히려 화를 내시더라구요. 그 여자분이 저희집에 계실 때 한 번 모르고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 날 이후로 집에 들어갈 때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게 트라우마가 된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신지 4년이 지났는데도 왜 전 2019년에 머물러 있을까요. 4년동안 하루도 우울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가끔은 이를 버티지 못해 죽을 듯이 아픈 날도 많았습니다. 아직 어리광을 부려도 되는 나이라곤 하지만 너무 어릴 때부터 철이 빨리 들어버린 탓에 어리광을 부리는 법도 잘 모르겠습니다. 평생 잊혀지지 않고 나아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너무 답답한 마음에 한 번 글 써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