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엄마의 학대가 여전히 생생해서 마음을 종잡을 수 없어요
회사나 친구들은 저를 배려있고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듯합니다. 저 스스로도 타인에 대한 배려나 감정이입, 봉사하고자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고 느낍니다.
누군가 어려운 일을 털어놓거나 힘들 때 성심껏 위로도 해주고... 이런 상황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엄마에 관한 일에서는 저 스스로도 놀랄만큼 과하게 반응하고 역치가 굉장히 낮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 엄마가 굶기거나 심한 폭력을 행사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네 살 위 오빠에게 거의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고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중학교 때 오빠는 고등학생이었고 일찍 나가는 오빠를 위해서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다시 주무셨습니다. 제 건 싸주지 않으시고요.
유치원 때 초등학교 받아쓰기를 다 맞은 걸 칭찬받고 싶어 그 종이를 들어보이며 자랑해도 오빠와 티비를 보느라 쳐다도 안 보면서 알겠으니 치우라고 했던 기억.. 식사 때가 되면 오빠에겐 밥 먹어 라고 하고 저에겐 짜증스럽게 밥 안 먹어? 마지 못해 묻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년에는 언제가 휴가인지 묻고는 언제 휴가낼 수 있냐라고 묻기에 그때 가족 휴가를 가는 줄 알았는데요 알고 보니 제가 휴가를 내고 집에서 개를 보고 부모님과 오빠 포함 새언니 조카와 가족여행을 가려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못해도 작은 립스틱이라도 사왔지만 엄마는 늘 빈손으로 와서는 본인이 산 물건들은 여러개였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해외여행 간다는 사실도 세언니를 통해 알곤 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차별이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렸을 때 엄마는 내가 널 낳느라 자궁을 드러내고 생사를 오갔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왜인지 모를 죄책감도 느꼈고 어느 때는 사는 게 힘들어 눈 감고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들을 하셨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면 그때 엄마가 우울증을 앓았을 수도 있겠구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때 저는 너무 어려서 엄마가 하는 그 말들이 너무 두려웠어요. 저때문에 죽을 뻔 했고 다음날 잠에서 깨지 않았다는 그 말들... 지금에는 오죽 힘드셨으면.. 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때의 제가 너무 불쌍하고 화가 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왜 그런 말들을 했는지... 너희 때문에 이혼하지 않은 거다 이런 말도 듣기 싫었습니다.
아버지와는 현재 말을 안 하는 상태입니다.
자신이 물건을 쓰고 아무데나 두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그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항의하면 너만 조용하면 되는데 항상 너가 문제고 말이 많다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그리고 제가 서른이 훌쩍 넘었음에도 한 번은 때리려는 시늉을 하길래 제가 그 팔을 턱 막아 쥐었습니다.
쫓아와서 때리려는 시늉을 하길래 주방에서 식칼을 뽑으려고 했습니다. 다 같이 죽자고 저도 이성을 잃었어요.
무식하고 게을러서 자식을 훈육하는 방법으로 폭력밖에 모르는 인간이라며 비난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이 모습이 패륜이겠지만 저는 사실 그러고나니 오히려 속이 시원했습니다. 왜 자식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지 어쩜 모든 면에서 자기 중심적인지 너무 화가 나고 정말 인간 대 인간으로 싸우고 싶었습니다...
저는 권위주의적인 사람을 보면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안의 뭔가가 그걸 구토처럼 반사적으로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상대가 직장상사인 적도 있었습니다. 상사가 좋은 분이셔서 사과하셨고 그런 사과를 받으면 저도 같이 사과를 하고 잘 지내게 되더라구요.. 이런 걸 보면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저의 부모라는 두 타인, 남 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가끔 그들이 따뜻하게 대해주면 저는 그동안의 분노를 잊고 뭐든 다 해줄 기세가 됩니다. 그런 제가 불쌍하기도 해요. 제가 이 트라우마? 에서 벗어나려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이렇게 질문하면서도 억울한 마음이 있다는 게 걸립니다. 제 마음속에서는 저도 잘못이 있겠지만 제 어린시절, 그 중요한 세월을 얼룩지게 만든 것은 그들이라는 생각이 크거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