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힘든건지 우울증을 핑계삼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스트레스]마인드카페 네이버블로그 링크마인드카페 페이스북 링크마인드카페 유튜브 링크마인드카페 인스타그램 링크마인드카페 앱스토어마인드카페 플레이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앱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플레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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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힘든건지 우울증을 핑계삼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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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
고1 남학생입니다. 제가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건지, 아니면 공부하기 싫은 걸 우울증 같은 걸로 합리화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한번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 글을 씁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원래도 성적이나 공부에 대한 불안이 있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예전에는 그냥 불안한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정확히 기억나는 시작점이 있습니다. 1학기 기말고사 10일 전, 그러니까 약 100일 전쯤이었습니다. 그날 수행평가를 하느라 계획했던 공부를 거의 못 했고, 그것 때문에 갑자기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심장이 울렁거리고 불편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못 하겠고, 하루 계획 하나 밀렸을 뿐인데 정말 모든 게 망해버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비교적 금방 정신을 차렸습니다. 다시 공부했고, 제 성에 완전히 차지는 않았지만 기말고사까지 무사히 끝냈습니다. 등급도 1.0이었고 합산 전교 2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던 건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저는 원래 시험이 끝나면 아무리 힘들었어도 금방 괜찮아지는 편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시험이 다 끝났는데도 계속 우울하고 힘들었습니다. 그때는 그것도 그냥 적당히 넘겼습니다. 이후 선택과목과 진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가 새롭게 생겼습니다. 저는 메디컬 계열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선택과목이나 입시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가족으로부터도 입시에 대한 불안을 계속 자극받았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제가 불안해야 더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에게는 그게 도움이 되기보다 압박으로 쌓였습니다. 그리고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이상해졌습니다. ‘목표가 높은데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제가 하루에 얼마나 공부했는지, 몇 분 쉬었는지, 지금 이 시간에 쉬어도 되는지까지 계속 검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오래 쉬기라도 하면 불안하고, 공부량이 마음에 안 들면 하루 전체를 실패한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습니다. 불안과 압박 → 공부하기 싫어지고 시작하기가 무서워짐 → 결국 안 함 → 공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 → 자책하면서도 다시 공부하지 않는 제 모습에 대한 자기혐오 → 자기혐오까지 하는 제 자신을 또 자책함 → 그 사이 시간은 계속 지나감 → 공부를 못 했으니 더 불안해짐. 계속 이런 식입니다. 특히 어려운 문제를 못 풀거나 계획했던 공부를 못 하면 단순히 ‘오늘 공부가 잘 안 됐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나는 왜 이것도 못 하지’, ‘이래서 메디컬을 어떻게 가지’,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다’, ‘인생 자체가 잘못될 것 같다’는 데까지 순식간에 갑니다. 처음에는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잠깐 중심을 잃은 것뿐이고, 다시 마음먹고 정신 차리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개학하고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같은 루프가 계속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날려버린 날도 여러 번 생겼습니다. 너무 지쳐서 일부러 하루를 통째로 쉬어본 적도 있고, 아예 공부를 놓아보려고 한 적도 있지만 다음날이 되면 그대로였습니다. 쉬어도 회복됐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제까지 쉬었는데 오늘도 이러고 있다’는 자책거리만 하나 더 생겼습니다. 이번 시험기간에는 예전과 다르게 불안해하면서도 공부를 계속 붙잡는 것조차 잘 안 됐습니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서 공부를 아예 놓아버리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정말 성적이 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이 더 커지고, 그 불안 때문에 다시 공부를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며칠 전에는 결국 공부하다가 너무 힘들어져서 스터디카페를 무작정 나와버렸습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저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나 지금 이러면 안 되는데,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지 않고 서강대교 쪽으로 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히 걷다가 돌아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고 나니 뒤를 돌아 집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계속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머리는 분명 ‘돌아가야 한다’고 하는데 몸은 계속 걸었습니다. 결국 다리를 건너 여의도까지 갔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써버렸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공부해야 할 시간만 더 없어졌고, 돌아와서는 ‘나는 시험 직전에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자책이 더 심해졌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자주 하게 됐습니다. ‘그냥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일 눈을 안 떴으면 좋겠다’, ‘그만 살고 싶다’, ‘태어난 게 후회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편으로는 죽는 것도 무섭고 아픈 것도 무섭고, 저도 결국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실제로 죽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합니다. 죽고 싶으면서 죽지는 못하겠고, 살고는 싶은 것 같은데 앞으로 사는 모습은 행복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냥 못 죽어서 계속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화가 나거나 제 자신이 너무 싫을 때 제 몸에 화풀이한 적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샤워하다가 화가 나서 배를 심하게 긁어서 붉은 자국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픈 건 무서웠는지 세게는 하지 못했고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쓰면서도 계속 제가 과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저는 ‘우울증’이라고 어필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사실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공부를 안 한 건데 우울증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 제가 그래도 열심히 살아오다가 아파서 이렇게 된 사람인 것 같고, 제 힘듦이 인정받는 것 같고, 모든 게 전적으로 제 탓만은 아닌 것 같고, 지금까지 겪은 고통이 온전히 제가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부러 별로 심하지도 않은 우울 증상을 크게 해석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계속 의심합니다. 실제로 전형적인 우울증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는 것 같은 부분도 많습니다. 2주 이상 하루 종일 매일 우울한 것도 아닙니다. 직전까지 정말 죽고 싶다고 생각하다가도 주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대화를 시작하면 대화에 집중하면서 잠시 우울한 걸 잊기도 합니다. 부모님과 이야기하다 웃기도 하고, 친한 사람과 대화하면서 기분이 풀리기도 합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반나절, 길면 하루나 하루 반 정도는 정말 멀쩡하게 지낼 때도 있습니다.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웃을 수도 있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학교에서 공부를 꽤 많이 하기도 합니다. 불면증이 계속되는 것도 아니고 체중이 크게 늘거나 줄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까지 힘든 것도 아닌데 제가 혼자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든데 참고 사는데, 나만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내가 제일 힘든 것처럼 구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제가 처한 환경이 객관적으로 아주 나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공부할 환경도 있고 가족도 있고 지금까지 성적도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제가 이 정도로 무너졌다는 것 자체가 결국 제 개인적인 문제이고 제 탓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별로 힘들지도 않으면서 자기만 힘든 줄 안다’고 보일 것 같고, 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족에게 제가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사실이나 다리까지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너무 싫고 두렵습니다. 비교적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척이 한 명 있는데, 그 사람에게도 ‘요즘 이상하게 공부가 안 된다’, ‘걱정이 너무 많다’ 정도로 아주 약하게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제가 정말 힘들었다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제가 일부러 우울증 같은 이름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이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그래도 ‘지금 힘들어도 메디컬에 가면 괜찮아질 거야’, ‘원하는 대학에 가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희망도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설령 간다고 해서 정말 모든 게 괜찮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패한 미래를 감당할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목표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면 편해질 것 같아서 ‘그냥 앞으로 불행한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살자’고 해보기도 했는데, 그것조차 잘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희망을 버리지도 못하면서 그 희망을 위해 해야 할 공부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불길한 예감이 들 때 그걸 굉장히 믿는 편입니다. 평소의 불안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별일 아닐 것 같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미리 걱정해두자’는 보험 같은 불안이고, 다른 하나는 정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강한 불길함입니다. 저는 후자의 경우 결국 제 예상대로 됐다고 느끼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번 시험이나 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전자에 가까웠는데, 요즘에는 점점 후자로 넘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최근에는 자기 전에 우울감과 죽고 싶다는 생각이 심하게 올라오는 날이 연속으로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날 학교에 가면 또 공부를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합니다. 집에 돌아와 맛있는 걸 먹고 웃다가 몇 시간 뒤 갑자기 다시 심하게 무너지기도 합니다. 저도 제 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괜찮은 순간이 분명히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힘들다고 느끼는지, 정말 힘든 건지 제가 힘들고 싶어 하는 건지, 공부하기 싫어서 이러는 건지, 완벽주의와 불안이 너무 심해진 건지, 우울증 같은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성적이 좋은 편이라 겉으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 하나를 못 풀어도 제 능력 전체가 부정당한 것 같고, 성적이 떨어지면 다음 시험에서는 더 불안해져서 더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한번 확인이라도 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미성년자라 부모님께 알려질 가능성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부모님이 제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싫고, 지금까지 혼자 머릿속에서만 존재했던 일들이 가족에게 알려지는 순간 정말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도 무섭습니다. 그래서 아직 병원에 가겠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제가 겪고 있는 게 단순히 입시 스트레스와 완벽주의가 심해진 정도인지, 아니면 정말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고려할 정도의 상태인지입니다. 그리고 항상 우울하지 않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웃기도 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하루 정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게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적인 문제와 모순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정말 힘든 건지, 아니면 힘들다는 이유를 갖고 싶어서 스스로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건지 저 혼자서는 이제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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