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내현성 나르시시스트인걸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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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내현성 나르시시스트인걸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골아프네
·한 달 전
원래 전 나르시시스트를 굉장히 싫어하던 사람입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 이상하리만치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한다거나 타인을 멍청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족인지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그들과 생활을 같이 하면서 질리도록 그런 모습들을 봐왔고, 벗어나고 싶어도 경제력 부족으로 그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그저 자기 자신을 과하게 사랑하는 것에서 그쳤다면 이 정도로 나르시시즘을 싫어하진 않았겠지만, 더 저를 괴롭혔던건 그들에게 제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겨져왔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제가 부족한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저를 세상물정도 모르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대할 때마다 솔직히 많이 주눅들었습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저를 돕고자 했겠지만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를) 무시를 기반으로 한 도움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 제 무력감을 통감하게 하는 경우가 더욱 많았습니다. 그래도 가족인데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겠지, 내가 아직 잘 모르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주는 도움이겠지. 처음에는 이런 식으로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원한 적 없던 도움이 거듭될수록 지쳐만 갔고, 오히려 그들이 말하는대로 따라가면서 자아도 뭣도 없는 바보만 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법도 점점 까먹는 것만 같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건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이들은 그저 먼저 산 사람으로서의 일말의 우월감으로 나를 가르치고 멋대로 만족하고 있을뿐이구나. 깨달은 후로 그들을 저보다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정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믿고 타인을 평가하고 자신은 추켜세우는 사람들로부터는 어떠한 조언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때 제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경제적 독립과 분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에는 불가능했기에 그저 참고 지낼 수 밖에 없었고, 그들에 대한 싫은 감정만 커져 갔습니다. 나르시시스트를 싫어하게 된 것이 이때부터일 것입니다. 그렇게 나르시시스트를 싫어하는 제 자신이 나르시시스트라 의심하게 된 건 얼마 전 가족 구성원과 싸운 후 부터입니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제가 보기에 부족한 행동을 하고 있었고, 조언이 필요하다 생각해 그에게 조언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과정에서 제 말투가 다소 직설적이고, 내용이 다소 선을 넘었을 여지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는 제게 화를 냈습니다. 제가 한 행동이 선을 넘었고, 제게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멋대로 프레임을 씌울 자격은 없다고 말입니다. 제가 한 행동은 온전히 자기자신의 책임인 일에 대한 무례한 참견에 불과하고, 그 참견은 제가 자신보다 우월한 사람이라는 착각에서 기인한 잘못된 행동이라고요. 또한 제가 갈등상황이 생길 때마다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수동공격하는 것은 매우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처음에 이런 말을 들었을 때에는 화가 났습니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매일 이 말이 떠올리고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비록 내가 들을때마다 불쾌한 조언이기는 해도, 그 조언을 일부 자신의 우월성을 뽐내는데 사용한다 해도, 그래도 어쨌든 의도 자체는 제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언을 자주 하는 이유는 본인이 피드백을 중요시 여기고, 피드백의 수용에 있어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저 또한 싸움의 원인이 된 문제상황에 있어 가족 구성원의 주의가 필요하다 판단했고, 그에 필요한 조언(피드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조언은 그저 오만하고 무례하기만 하다는 말은 납득이 어려웠습니다. 설령 이 상황이 100퍼센트 제가 가해자라 해도, 평소 오만하고 통제적인 조언을 일삼는 본인이 자신을 피해자라고만 포장하는 사실은 솔직히 보기 역겨웠습니다. 남들보다 뛰어난 자신이 타인을 평가하는건 괜찮지만 타인이 자신을 평가하는건 인정하지 못하는 모순적인 모습이 기가 차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거듭하던 중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가족 구성원의 말이 맞다면? 내가 한 조언이 사실은 나의 근거 없는 우월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나르시시스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얼마 전입니다. 흔히 아는 과시형 나르시시스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나르시시스트가 있고, 그 중에는 내현성 나르시시스트도 있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내현성 나르시시스트의 특성에 제가 어느 정도 부합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저는 자존감이 높지 않습니다. 저를 부족한 존재로만 여기는 가족 구성원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인정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또한 상대와 갈등상황이 생겼을 때, 저는 상대와 대화하고 싶지 않아 어떤 말도 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점을 종합해보면 저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그런 자신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외부 환경을 탓하고, 자신의 방어에 급급해 수동공격을 일삼는 내현성 나르시시스트인것 같습니다. 저의 확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나르시시스트를 싫어하는 제가 나르시시스트일수도 있다 생각하니 괴로워서 죽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토록 싫어하던 사람들과 동류였다니. 그럼 그 동안의 혐오도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동족혐오인건가. 생각만으로 끔찍합니다. 그럼에도 저 또한 나르시시스트가 맞다면 그 사실을 인지하고 빨리 변하고 싶습니다. 저는 내현성 나르시시스트가 맞을까요.
자존감자기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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