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수영 수업이 부담된다고 하신 예비 중학생 마카님-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댓글을 열심히 썼는데 본문이 사라졌...
그래도 전하고 싶은 말들이라 이렇게 올려 봅니다.
보실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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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앞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수영복을 입는 게 불편한 경우도 많은데 아예 수영 수업이 있다니 정말 걱정되시겠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 실내 수영장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도록 가지 못하다가 작년부터 겨우 가보고 있어요. 여전히 불편하고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서, 졸린 눈 비벼가며 사람이 적은 새벽 시간에 가고 구석에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는 1분컷이고 물 속에선 얼굴만 내어놓고 다닌답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수영장으로 체험학습을 갈 때는 질병 결석을 쓰거나 생리 핑계로 참관만 하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중학생을 가르치고 있기도 해서, 마카님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몇 가지 적어봅니다.
우선 친구들과 수영장, 찜질방 등을 이용한 경험이 적어 익숙하지 않은 거라면 힘들더라도 조금씩 경험을 늘려나가며 익숙해질 수도 있어요. 한창 몸이 성장하는 사춘기 시기에 처음 만난 중학교 친구들과 옷을 갈아입는 게 어려운 친구들은 아마 더 있을 거예요. 또래의 몸에 관심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금방 익숙해지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신체적인 특징이 부각되는 경우(제가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는 또래에 비해 살이 좀 쪘다거나 숨기고 싶은 화상 흉터가 있는 경우가 있었어요.)에는 좀 더 관심의 대상이 되긴 하지만 학생이 특별히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친구들의 관심도 금방 무뎌졌어요. 경험이 없어 어색한 거라면, 나만 어색하고 불편한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고 조금씩 부딪쳐보기를 권해요.
그리고 수영 수업이 어떻게 편성되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따로 계시다면 그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께 지금의 걱정을 말씀드려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수영 수업을 계속 맡아오신 선생님이시라면 아마 마카님처럼 걱정했던 학생들도 많이 겪어보셨을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다 하더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미리 말씀을 드려놓으시면 불편한 상황을 좀 더 고려해 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수영장으로 체험활동을 가면 옷 갈아입기 싫다, 수영복 입기 싫다, 물에 들어가기 싫다 하는 학생들이 두세 명은 늘 있었어요. 그런 학생들과는 따로 상담을 하기도 하고, 정말 어렵겠다 판단되면 다른 방법을 찾기도 했는데 정기적인 수영 수업에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합니다.
어떻게든 부딪쳐 수영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면,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내게 부담이 덜한 수영복을 택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세요. 저도 일반적인 스타일의 수영복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원피스형, 숏팬츠형, 래시가드 등을 골고루 구비해놓고 수영장 규정에 맞춰 입고 있어요. 지금 다니고 있는 수영장은 금지하는 형태는 없는데 래시가드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숏팬츠형으로 입고 있답니다. 전신수영복은 또 된다고 하는데 그건 뭔가 수영 선수들이 입는 것 같고 그렇더라고요. 학교 수업으로 수영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또래들이 주로 뭘 입는지도 신경 쓰일 거예요. 원래 수영 수업이 있던 학교라면 기존 선생님들이 그래도 분위기를 아실 테니, 어떤 수영복을 입어도 되는지와 보통 학생들이 어떤 걸 입는지 미리 여쭤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수영장에서는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겠지만- 저는 옷 갈아입는 게 힘든 학생들은 미리 수영복을 안에 입고 오도록 지도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수영 끝나고 나서는 벗고 옷을 갈아입어야겠지만 몸이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부담을 줄여주려고도 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생각된다면 그런 상황에 대해서 담임 선생님과 충분히 대화해보시길 권해드려요. 단체활동에서 특정 학생을 배려해 주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옛날 학교에 비해서는 사정을 들어주고 가능하면 배려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수영 수업은 아니지만 학생이 참여를 어려워하는 특정 수업 때 학부모님과 협의하여 학교장허가 현장 체험학습을 쓰게 하는 경우도 있고, 초등학교 생존수영 수업 이야기였는데 수영복 입고 수업 참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심한 학생이 친구들에게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알리고 참관만 했다는 것도 들은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눈 딱 감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원래 친구들이랑 수영장 좀 다녀본 척' 첫 수업을 시작하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정말 힘들고 불안하고 어려워요. 한 번 성공했다고 해서 막 괜찮아지는 것도 아닐 거예요. 그런데 학교생활이라는 게 쭉 이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시작했을 때 가장 평범하게,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더라고요.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으면 그때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고요. 저도 잘 못 하는 걸 권하는 게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고, 또 비슷한 학생들을 자주 지켜봐 온 입장에서 부족한 조언을 드려 봅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 주세요.
지금 그저 학교가 바뀌는 것이 아닌, 삶에서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일 거예요.
마카님의 중학교 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