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기억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폭력|자살|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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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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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사람이 갑자기 몰랐던 사실을 확 깨닫고 인생이 180도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소리를 당연히 믿지 않았다, 2020년 5월의 어느 밤이 오기 전까지. 나는 평소대로 집을 나와 골목을 거닐었다. 그곳에는 두 떡볶이집이 줄지어 있었고, 일상처럼 공상에 빠진 채로 걷고 있었다. 입시철이라 학원을 전전하며 다양한 학원 강사들의 얼굴을 보고 살았다. 과거를 어렴풋이 기억했다. 재미삼아, 시간을 거슬러오르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처음 다녔던 피아노 학원이 생각났다. 당시 교회 장로이자 그 학원의 원장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이었다. 나는 그가 불러주었던 '가을길'이라는 동요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나는 그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떠올리고 싶지 않던 장면이 내 발목을 잡았다. 그 원장에 대한 평가가 한순간에 뒤집혔다. 그 사람이 부적절한 말을 했었는지, 그 사람이 나의 중요 부위를 만졌는지, 그 사람이 나를 신체적으로 아프게 했는지, 그 모든 행동에 두려움과 수치심이 있었는지. 나는 아무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숨어있던 나체의 기억을 끄집었다. 쏟아지는 질문에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내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말은 덤덤했다. 성폭력이었네. 가던 길을 잠시 멈추었다 다시 걸었다. 울지도 중얼거리지도 않고 그 골목을 지났다. 이후로 터져나오는 아픔은 오롯이 내 것이었다. 매일매일 참다가 엄마와 같이 마트에 가던 날, 우리는 똑같은 골목과 똑같은 떡볶이집들을 지나쳤다. 그리고 나는 평소처럼 말했다. 엄마, 지금 입시미술 학원의 원장님은 친절한 분이신 것 같아. 내가 6살 때 다녔던 피아노 학원 원장과 다르게 말이야. 다르다니, 엄마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물었다. 나는 골목이 끝날 때쯤 그 원장이 내게 한 짓을 돌려말했다. 엄마는 말끝을 흐렸다. 소아성애자였어... 그런 거였어... 엄마와 나는 마트에 도착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엄마는 마트에서 몇 번이고 길을 잃었다. 그렇게나 자주 다녔던 마트에서 엄마는 에스컬레이터 방향도 잊고 말았다. 물건을 장바구니에 들고 나왔을 때 엄마는 내게 조용히 물었다. 그 새끼 죽여줄까. 나는 별로 놀라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아니. 이 두 글자로 대답할 뿐이었다. 엄마는 그 날이 지나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식칼을 들고가 그 학원에 침입할 생각을 하고, 그때 원장을 의심하였으나 더 나서지 못했던 당신은 가슴을 연신 두드려대다가 잠들었다. 거의 기절과도 같은 일이었다. 엄마는 성폭력 상담소에 이야기했으나, 증거도 없고 오래된 일이라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사자인 나도 마음속에 공포와 울화가 점점 치미고 있음을 느꼈다. 그 사람이 내 몸을 더듬으며 했던 말은 늘 같았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당연히 네 몸을 만지지 않을 거다. 하루는 나와 원장 둘만 있었을 때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확히는 내가 싫다고 몸부림친 거였지만. 일반적인 성추행이었나. 그런 일은 이미 자주 당했는데, 왠 반항이었을까. 둘이서만 남았을 무렵, 그가 내 얼굴을 붙잡고 키스를 퍼부었던 것은 알겠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건지. 내가 그의 손에 내동댕이 당하고 바닥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그가 싸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넌 왜 나를 범죄자 취급하냐, 네 기분 나쁜 표정만 봐도 안다. 그 사람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고, 나는 커다란 실수를 한 것 같아 그를 바로 따라나섰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 말을 중얼거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의 일이었다. 1년 반 정도, 그루밍과 성희롱이 반복되었다. 학원을 끊은 이후에도 그는 선한 얼굴로 오전마다 나의 등굣길에 항상 서있었다. 얼마 안 가 그의 얼굴을 완전히 잊었다. 뉴스에서 간혹 들려오는 무거운 소식이 나와 연관이 단 하나도 없을 줄 알았다. 열 여덟이 지나고 어른이 되면서, 내게 수많은 폭력과 비슷한 일들이 오갔다. 어디에서도 서있을 곳이 없어서 정신과 폐쇄병동에 두 번 입원하고 자살시도로 매년 응급실에 들렀다. 다양한 이유로 그랬으나. 여전히, 그게 최악의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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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ciliaruder
· 2년 전
저는 성추행은 아니지만 폭력 따돌림으로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내 잘못때문에 맞은거같고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 내 행동이 못미더워서 저렇게 욕을하고 화를 내나보다 실수만 하면 무서웠고 또 학교에선 내가 피하고싶은 사람이라 은따인가보다..하며 걱정 끼치기 싫어서 그저 울기만 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을 못했어요 근데 나중에서야 가정폭력 따돌림 학교폭력인걸 알고... 너무 미웠어요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왜 이렇게 아프게 했나 뒷담도 많이까고 장기간 말을 안하고 살기도 해보고... 스트레스 받아서 일주일넘게 밥도 안먹어봤어요 그래도 힘들게 한 사람들은 좋은사람이란 평가를 받는걸보고 속이 뒤집혀서 문자로 싸우다가 여기저기서 욕도 들어먹고... 못된짓도 많이 했어요 아무것도 안하는것보단 내가 나빠질지라도 나는 이런 감정을 가지고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죽도록 미워요 슬퍼서 눈물이 흐르고 머리가 새하얘지도록 한계까지 미워하고 욕하니까 어느새 그전만큼 무겁지 않았어요 저런 인간때문에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귀한 사람인 글쓴이가 힘들어하고 자살시도를 하는건 아깝잖아요 지금당장 이겨내기 힘든거 충분히 공감해요 그래도 한번만 해봐요 여기는 다른 커뮤니티처럼 강도높은 설움도 아무도 없는 숲에서 외치듯이 다 받아들이는 곳이에요 떠올리기도 싫다면 내가 좋아하는걸 먹거나 하는것도 좋고 이어폰끼고 노래들으면서 속으로 노랠 따라불러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