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이런곳에 써봅니다.... 굉장히 길어요
어렸을 때 저의 롤모델은 엄마와 아빠였습니다. 두 분다 똑똑하시고 젊게 살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은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셨습니다. 예의 바른걸 굉장히 좋아하셨죠. 공공장소는 물론 집에서도 마구 뛰어다니거나 소리지르거나 떼쓰거나 어른한테 반말을 쓴다거나 이런걸 용납 못하셨어요. 저는 고3이 된 지금까지 엄마아빠에게 꼭 존대를 합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예의를 중요시 여기는 저희 부모님은 제가 예의를 잘 지켜서 다른 어른들께 '어른스럽다' 라는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셨습니다. 이윽고 어른스럽다는 저에게 최고의 칭찬이 되었고 저는 자연스레 어른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앞서 엄마와 아빠가 제 롤모델이다 라고 밝혔는데 어렸을 때 제가 되고싶은 어른의 이미지에 가장 잘 부합하는게 엄마와 아빠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어른이 무엇이냐 한다면,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비판적이고, 침착하고, 뭐든 다 잘하는...그런 슈퍼맨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혼낼땐 세게 혼내셨는데 주로 저를 때리는 방식으로 혼내셨습니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부터는 잘 안맞았는데 초등학교 까지는 좀 맞았어요. 맞았다고 해서 잡히는거 아무거나 집어서 아무렇게나 두들겨 맞은건 아니고 나름 정중하게(?) 맞았습니다. 주로 종아리나 손바닥을 맞는 식이었죠. 맞은 이유는 보통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거나 혹은 시간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어요. 예의만큼 시간약속도 중요하게 생각하신 분들이셨거든요. 사례로 초등학교 3? 4? 학년 즈음이었던거 같은데 친구와 학원끝나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놀다가 집에 들어갔을 때 아빠한테 20대 엄마한테 30대 도합 50대를 맞고 종아리가 전부 피멍이라 한동안은 긴바지만 입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맞은 다음날은 제가 걷지를 못해서 엄마가 저를 업고 학교에 데려다 주셨어요. 이 외에도 이모한테 버릇없게 굴었다가 집에와서 아빠한테 멱살 잡혀 침대로 던져진 적도 있었고.. 정말 어렸을때라 이유는 기억안나는데 한겨울에 발가벗기고 현관밖으로 내쫓겼던 일도 있습니다. 지나가는 커플을 붙잡고 제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걸 엄마가 보시고 깜짝놀라신 덕분에 그때가 내쫓긴 걸로는 마지막이긴 했습니다. 하여튼 여러모로 크게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그때는 제가 어렸을 때라 이 문제에 대해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이게 당연히 맞는 거라고 생각했고 딱히 문제 삼지도 않았죠... 물론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은 굉장히 많았는데 예의에 어긋난다고 할까봐 말 안했습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건 정말 제가 생각해도 맞아도 싸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엄청나게 큰 잘못을 했던 때가 있어요. 대충 그 때 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모르는 어른이랑 신상을 제 입으로 까고 톡을 한.... 그런 사건이에요. 지금의 제가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어쨌거나 이 때 조금 특이한 점이 하나있었는데 혼나기 전에 유예기간이 있었어요. 제가 그 톡을 밖에서 가족들이랑 식사하는 자리에서 엄마가 없는 줄 알고 하다가 걸린거였거든요. 엄마한테 휴대폰을 빼앗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2시간 동안 (저는 엄마아빠와 다른 차를 탔습니다.) 제가 차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어차피 혼날거 내가 좀 더 어른스럽게 굴면 덜 혼내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울고불고 하지말고 차분하게 앉아서 죄송하다고 말하자, 동요하지 말고 시종일관 가만히 있자 대충 이런생각이었습니다. 이 때부터 어른스러워지자 라는 생각이 제 뇌리에 더 깊숙이 박혔고 저는 점점더 어른스러움과 반대되는 행동을 안하려고 제 자신을 몰아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저는 여러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놀랍게도 사람은 확실히 배워야 알더라구요. 가정시간에 여러가지를 배우면서 저는 처음으로 제 부모님의 훈육방식이 저에겐 안맞을 수도 있었던 것, 저에게 잘못했을 수도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이걸 깨닫고 난 뒤 저는 점점 (때리지는 않았지만) 혼날 때마다 변명하나 못하고 그저 숙여야 하는 상황에 불만이 크게 쌓여갔지만 제가 형제가 있는것도 아니고, 친구들에게 이런걸 쉽게 털어놓는 사람도 아니라서 혼자 묵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은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터졌습니다.
그날은 8월 15일 광복절이었고, 17일에 생일인 제 친구의 생일파티가 있었던 날입니다. 원래 제 통금시각은 7시 반인데 사실 7시 반이면 친구들과 놀면서 저녁먹기도 어려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날은 제가 사정사정을 해서 8시인가 8시 반인가로 늘리고 저녁도 먹고 오겠다고 미리 언급을 해논 상태였어요. 근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실 저는 7시면 저녁을 먹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8시가 되어도 저녁을 먹지 못했습니다.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려고 했는데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한 탓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더이상 지체할 수 없었고 결국 중간에 저녁을 먹지 않고 빠져나와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는데 고기를 구울 장소를 찾다보니 엄청 멀리까지 와버렸는데 그 동네는 저는 잘 모르는 낯선 동네였고, 큰길이 주변에 있는 곳도 아니었으며 이미 밤은 깊었고 저는 평소에도 길을 잘 찾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며 제 휴대폰은 지도어플을 킬 수조차 없는 폴더 투지 폰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길을 잃었으니 늦을 것같다 라고 말씀을 드렸고 하는 수 없이 저희가 왔던 길을 시행착오를 겪으며 되짚고 되짚고 되짚어서 버스 정류장을 찾았고 이내 집근처에 내렸습니다. 제가 거기서 생각하기를, 자식이 친구들과 저녁을 먹겠다고 나섰는데 저녁을 먹기는 커녕 잔뜩 길만 헤메다 왔으니 엄마아빠가 속상해 하실 것 같아서 옆에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떼우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던 그 15분동안, 제가 집에 오지 않아 걱정된 엄마와 아빠는 제 휴대폰으로 끊임없이 전화를 거셨고 저는 부재중전화가 10여 통이 온 뒤에서야 알아채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바로 집으로 뛰어갔지만 이미 엄마와 아빠는 잔뜩 화가난 상태셨어요.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빠가 욕을 하는걸 딱 두번 봤는데 그날이 그 중에 하루 입니다. 아빠는 집에 들어온 저를 딱 보시더니 달려와서 제 머리채를 잡고 흔들며 야 이 ***아 라고 소리를 치셨어요. 사실 그날은 그 때의 충격으로 뒷일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변명을 해봤지만 통하지 않았고 그저 네, 아니요, 죄송합니다 만 반복하다가 끝났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저는 그 때부터 아빠를 전처럼 대하지 못했어요.
사실 제가 아빠와 엄마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횟수로 따지자면 아빠보다 엄마에게 더 많이 혼났지만 엄마는 혼내고 나서 항상 저를 위하는 말을 해주십니다. 더불어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을때나 제가 힘들어 할때면 항상 쪽지라도 써서 제 책상위에 놔두고 가십니다. 초등학교 때 맞은 날이면 나중에 제방에 오셔서 항상 맞은 곳에 연고를 발라주기도 하셨어요. 엄마는 제가 혼나고 나서 눈치보느라 말을 못하면 이걸 풀어주려고 열심히 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엄마랑은 친구같은 사이에요. 아빠랑은 좀 다릅니다. 애초부터 저는 아빠 얼굴을 많이 보면서 살아오진 않았습니다. 저희집은 엄마가 전업주부 이시고 아빠만 일을 하러 가십니다. 늦게 출근하시고 늦게 집에 들어오셔서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갔다가 일찍 잠에 드는 저랑은 마주칠 기회가 잘 없습니다. 그래서 한번 혼나고 제가 눈치를 보면서 조금만 일부러 피해도 아빠랑은 일주일 동안 안보고 살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빠가 저한테 살갑게 말거는 스타일도 아니거든요..결국 그 무수히 많은 시간동안 아빠는 저한테 미안하다는 커녕 괜찮냐는 물음도 해주지 않으셨어요. 아빠랑은 혼나면 혼날 수록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사이었던 거죠.
그렇게 쌓이던 것이 중학교 3학년 8월 15일에 터졌고, 저는 그날 이후 한달간은 정말 거짓말 안하고 매일 울면서 살았습니다. 원래부터 혼자 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터라 엄마와 집에 같이있어도 엄마는 거실, 저는 방에서, 서로 안보고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그 시간동안 저는 혼자 숨죽여 울었습니다. 근데 저는 앞서 말했든 제가 생각하는 어른과 반대되는 개념인 우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저에 대한 혐오감으로 눈물이 더 넘쳤고 울고싶지않음에도 우는 제 모습이, 나약하고 감정적인 제 모습이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그리 높지도 않았던 자존감은 계속 깎여나갔고 매일매일 죽지 못해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나름의 구원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중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취미로 굉장히 좋아하던 미술을 전문적으로 학원에서 배우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빠한테 머리채를 잡히기 이미 수개월 전에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겁니다.) 저희 중학교반 학원 선생님은 동생이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던 경험이 있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에 관심이 많으신데, 요즘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게 걱정이 되어 처음 들어온 학생들한테 무조건 미술 심리 검사를 시키십니다. 그렇기에 저도 그 검사에 응했고 시험지를 제출한 상태였습니다. 검사에 응한 시점은 머리채를 잡히기 전이었으며 선생님이 바쁘셨던 탓에 검사결과는 뒤늦게, 제가 매일 울던 시절에 나왔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불러내어 심리 검사를 해주신 분이 가장 걱정된다고 찝은게 저라고 말씀하셨어요. 우울증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라고 하셨다고 해요. 그러니까 저는 머리채를 잡히기 전부터 이미 위태로운 상태였던것 같아요. 선생님은 제 얘기 (머리채 잡힌 얘기) 를 들어보시더니 자신이 엄마한테 잘 말해보겠다고 하셨어요. 이윽고 엄마는 선생님과 면담을 가지셨고 여러모로 제 상태에 대해 알게되셨죠. 엄마의 동생, 그러니까 저한테 이모이신 분도 우울증을 심하게 앓으셨습니다. 자살시도까지 갔다고 해요. 엄마도 어린나이에 자신의 엄마를 잃으면서 굉장히 불행한 경험을 하셨던 기억이 있어 제가 상처를 받은 일에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엄마한테 털어놓고 저는 굉장히 상태가 호전되었습니다. 물론 아빠와는 냉전 상태였습니다. 저로서는 아빠가 제 머리채까지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말한마디 없었던게 용납이 안됐고, 그동안 일방적으로 혼난게 쌓이고 쌓여서 아빠를 볼때마다 분노로 차올랐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 말은 최소화하고 거의 눈도 맞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던 중 저에게 큰 고비였던 사건이 하나 더 일어났습니다.
작년 5월이었어요. 아빠는 어느날 집에 돌아오셔서 돌연 저를 불러내셨습니다. 얘기를 좀 하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거실식탁에 둘이 마주보고 앉아 얘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저에게 이 상태면 너와 내가 남보다도 못할 사이가 될 것 같다, 그 사건을 덮고 예전처럼 돌아가자고 하셨어요. 저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그 사건은 단순히 덮여질 사건이 아니었으니까요. 사실 저의 상태는 그닥 좋진 않았습니다. 최악의 상태가 엄마한테 털어놓은 걸로 덜 나쁜 상태가 된거지, 좋은 상태였다고 말하긴 어려울것 같습니다. 매일까진 아니더라도 주에 두 번씩은 꼭 울었습니다. 울었던 이유는 제가 혼난게 생각나서 였어요.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 때마다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을 곱씹었습니다. 이렇게 곱씹은게 도움이 됐긴 됐었던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머리채를 잡힌 이후로 아빠가 조금만 무게를 잡고 말을 해도 패닉상태가 됩니다. 일종의 트라우마인것 같아요. 그래서 아빠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을 받아내다가 과호흡이 오고 난리가 났지만 그 곱씹었던 말을 전부 토해냈습니다. 저의 요지는 아빠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을 해주면 덮을 수 있다 라는 말이었어요. 거기에 덧붙여 저에게 있는 어른이라는 강박에 대해, 어렸을 적 혼난것에 대한 제 생각도 말했어요. 솔직히 말하면요, 저는 아빠가 제 말을 듣고 미안하다고 해주실 줄 알았어요. 근데 아빠는 저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빠는 저에게 그 머리채 잡은 그날 아빠의 마음을 저는 절대 이해 못한다며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말 그 자체를 해서는 안되는 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저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저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니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저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18년동안 들어본적 없는 미안해를 한 번만 말해줘도 다시 저는 아빠와 잘 해보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빠는... 끝까지 저 말만 하시면서 안하시겠다고 하셨어요. 사실 저도 어느정도 이해는 합니다. 그날 아빠는 외동인 저를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어디서 끔찍한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엄청나게 걱정을 하셨겠죠. 하지만 제가 길을 잃은게, 밥먹다가 전화를 놓친게 온전히 저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나쁜거지 나쁜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도 굉장히 놀라셨으니 머리채를 잡았을 수도 있어요. 근데...근데..... 저는 그 일이후 매일 무너져가고 있었는데 그 사정까지 다 들어놓고 미안해 한 마디를 못하겠다는 게....저는 정말 도저히 아무리 해도 이것만은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빠한테 그렇다면 나도 화해할 생각 없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아빠는 실실 웃으면서 저에게 잘 생각하라고... 이 집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빠 한명인데 제가 아빠한테서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될 거같냐고.... 너는 똑똑한 아이이지 않냐며 저한테 그러는데.... 저는 정말 여기서 아빠한테 더는 일말의 기대도 품지 않게 되었어요. 어떻게....어떻게 자식한테 돈받고 싶으면 아양떨라는 얘기를 할 수가 있나요? 아빠한테 혼난걸 되집어보다가 정말 이 대목에서는요 한번도 오열을 안한 적이 없어요. 이부분은 매번 마음을 쥐어뜯기게 돼요. 너무너무.... 글을 쓰는 지금조차도 너무 참담해요.... 당시의 저는 그 순간 아빠를 마음속에서 그냥 놓아버렸어요. 그래서 그냥 체념했습니다. 그래 덮자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웃으면서 대할 수 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아빠를 남으로 생각하기로 다짐한 겁니다..
이 날 이후로 저는 다시 안우는 날이 없게 되었어요. 매일매일 숨죽여 울었습니다. 아빠랑은 표면상으론 괜찮아요. 농담도 잘 주고받고 대화도 잘 하고 잘 지냅니다.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혼자 있을때면 그냥 죽을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점점 문제가 커지더라구요.
사실 처음에 제가 우는 이유는 그냥 아빠한테 혼난게 생각나서 혹은 되짚어보다가 였어요. 제 자신이 안쓰러워서, 안타까워서 울었습니다. 근데 아시다시피 제가 우는 제 자신을 혐오하면서 처음엔 아빠에 대한 분노, 억울함으로 울었던게 제 자신에 대한 혐오로 빠지면서 울기 시작했어요. 한참을 울다가보면 그 우는 걸 싫어하는 내 성격도 결국 아빠 때문인거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게 돼요. 하지만 결국에는 지금 내가 합리화를 하고 있다고, 왜 그렇게 밖에 생각을 못하냐고, 결국 네 탓이라고 또 자기 혐오로 빠지게 됩니다.
앞서 말한 제가 되고 싶은 합리적, 이성적, 비판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제 자신을 몰아세우는게 이런경우에요. 편집증 환자 처럼 끊임없이 제 자신에게 의문을 가합니다. 감정적인 생각을 했다는것 자체만으로 제게 감정적을 생각을 왜 하냐고 왜 이성적인 사람이 되지 못하느냐고 마구마구 화를 냅니다. 일상중에도 제 성격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제가 잡아내게 되면 그걸 빌미로 저를 끊임없이 파고들고 공격을 가해서 결국 눈물이 나오게 만들어요. 눈물이 나오면 또 그만 울라고 하면서 공격을 하구요... 이걸 계속 혼자서 반복해왔습니다. 그랬더니 이젠 눈물을 조절도 못하겠더라구요. 저는 과외로 학업수업을 하는데 작년 11월에 엄마랑 즐겁게 대화하면서 밥을 먹고 과외수업준비 때문에 방에서 혼자 책상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잡생각의 흐름이 자기혐오로 빠져버렸습니다. 대성통곡을 하는 수준이라 그날 과외는 결국 못했어요. 5분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우는 빈도수가 잦아지고 그 때부터 저는 제가 점점 망가져간다는게 느껴졌어요. 한번 우울감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이 내려가서 바닥을 찍게 됩니다. 공부하려고 책을 펼쳐놔도 공부가 전혀되질 않구요.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는게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3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공부를 안하는 제 자신이 또 혐오리스트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저의 모습은 끊임없이 추가되고.. 그렇다고 뭔가를 해내지도 않고... 너무너무 힘듭니다.
방금도 샤워하면서 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울었어요. 영어과외 쌤한테 왜 그렇게 숙제를 안해오냐고 한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 말을 빌미로 저를 욕하다 그날도 수업중에 눈물이 새어나와서 화장실로 뛰쳐갔습니다. 아무튼 샤워를 하는등의 잡생각을 할만한 시간엔 언제나 자기혐오로 빠지게 돼요. 방에 혼자 있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공부를 할 때도 그래요. 잡생각을 하지 않을 때는 휴대폰을 보고있을 때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휴대폰만 쳐다봐요...
사실 상태가 심각해서 몇번 상담을 다녔습니다. 거기서 상담 선생님이 우울증이다 라고 해주시기도 하셔서 제 자신이 우울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근데 이것때문에 제가 우울증이 있다는 걸로 제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혹은 사실 이정도는 다들 겪는 일인데 제가 특히 나약해서, 너무 게을러서 이러는 건지도 걱정이 되구요.... 사실 이미 그렇다고 결론 내리고 또 저를 깎아먹는 중입니다. 이성적 합리적인 사람이 뭐라고 이걸 놓지 못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이걸 놓지 못하는 제가 또 혐오스럽네요. 이 상태로 가다간 또 울거 같아서 그만 쓰겠습니다. 쓰는데만 두시간이 걸렸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들다불안해괴로워우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