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쨌다.
방황하는 중2이지만, 지난 15년은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살았다.
지각도 결석도 한번도 한적 없었고, 반장이나 부반장을 도맡았다.
항상 숙제든 준비물이든 빼먹지 않았고, 공부는 전교에서 10등안에 들었다.
사람들이 무서웠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약까지 먹었지만
그냥 평범한 사람인 척 내 안의 나를 잘도 숨겨왔다.
그랬던 내가, 오늘 갑자기 큰 충동을 느꼈다.
잠을 깼을때는 오전 8시 40분이었고 지각이었다.
급히 선생님께 연락을 하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려 하는데, 너무 큰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움직이기 싫었고 도망치고 싶었다.
손목에 손톱으로 조금씩 하던 자해를 커터칼로 그었다.
학교를 가려 했지만, 가면 지각한 나를 애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두려웠다.
오늘의 충동은 평소에도 무서웠던 사람들의 시선을 회피하고 싶게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숨이 막혔고, 현관문을 여니 무서웠다.
걸어서 학교까지 갈수 없을 것 같았다.
선생님께 아프다고 거짓말을 했다.
생애 가장 큰 일탈이었다.
다시 집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다.
방문을 잠그고 불을 껐다.
창문 하나 없는 내 2평짜리 방은 어두웠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다 뜨니 오후 8시였다.
부모님도 아직 퇴근하시지 않았다.
폰을 켜봤지만 아무런 연락조차 없었다.
내가 학교를 안 갔다는걸 실감할수 없었다.
나는 충동을 느꼈지만 아무도 내 충동에 관심 없었다.
너무 허무했다.
이럴거면 내일도 학교를 가지 말까.
학교 안 가는게 이렇게나 별게 아니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