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쨌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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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쨌다.
커피콩_레벨_아이콘hugmeonce
·3년 전
방황하는 중2이지만, 지난 15년은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살았다. 지각도 결석도 한번도 한적 없었고, 반장이나 부반장을 도맡았다. 항상 숙제든 준비물이든 빼먹지 않았고, 공부는 전교에서 10등안에 들었다. 사람들이 무서웠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약까지 먹었지만 그냥 평범한 사람인 척 내 안의 나를 잘도 숨겨왔다. 그랬던 내가, 오늘 갑자기 큰 충동을 느꼈다. 잠을 깼을때는 오전 8시 40분이었고 지각이었다. 급히 선생님께 연락을 하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려 하는데, 너무 큰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움직이기 싫었고 도망치고 싶었다. 손목에 손톱으로 조금씩 하던 자해를 커터칼로 그었다. 학교를 가려 했지만, 가면 지각한 나를 애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두려웠다. 오늘의 충동은 평소에도 무서웠던 사람들의 시선을 회피하고 싶게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숨이 막혔고, 현관문을 여니 무서웠다. 걸어서 학교까지 갈수 없을 것 같았다. 선생님께 아프다고 거짓말을 했다. 생애 가장 큰 일탈이었다. 다시 집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다. 방문을 잠그고 불을 껐다. 창문 하나 없는 내 2평짜리 방은 어두웠다.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았다 뜨니 오후 8시였다. 부모님도 아직 퇴근하시지 않았다. 폰을 켜봤지만 아무런 연락조차 없었다. 내가 학교를 안 갔다는걸 실감할수 없었다. 나는 충동을 느꼈지만 아무도 내 충동에 관심 없었다. 너무 허무했다. 이럴거면 내일도 학교를 가지 말까. 학교 안 가는게 이렇게나 별게 아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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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va02
· 3년 전
저도... 그랬어요. 진짜 지각 한 번, 결석 한 번이 정말 무서운 거라고 생각돼서,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모든 걸 잘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시달리고. 그런데, 꼭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한 번쯤 무너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그런 만큼 세상이 강제로라도 휴식하게 만드는? 그런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나를 너무 많이 신경쓸 것 같고 그동안 잘 해왔던 게 한 순간에 망가지는 것 같고, 완벽하다는 그 프레임을 스스로 깨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정말 괜찮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하잖아요?? 그냥 주말에 한 번만 푹 쉬기로 해요. 내가 너무 열심히 살아서, 배터리를 갈아줄 때가 왔구나, 생각하고 주말 중 딱 하루 잡아서 하루 종일 잠을 자주는 거예요. 물론, 딱 하루만. 너무 오래 자버리면 무기력해지더라고요. 푹 자고 하고 싶은 거 하고 그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면서 내가 왜 학교를 가야하는 건지, 생각해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한 번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꼭 마음 다잡으시고 너무 강박에 시달리시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무기력해지지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래서 한동안 무기력했는데, 그 시기가 너무 후회되더라고요. 그래서 마카님을 응원하게되네요. 어떤 일이든, 실수 한 번 했다고 쌓아올렸던 모든 게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특히나 한 번 지각이나 결석하는 것 정도로는요. 쌓아올리다가 하나를 올려야하는데 떨어뜨린 것뿐이죠. 괜찮아요. 그리고 잠깐은 쉬어가도 돼요. 가끔은 쉬기도 해야 손에 힘이 풀리지 않아 계속 쌓아갈 수 있는거예요. 꼭 잘됐으면 좋겠어요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