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Yeon
·4년 전
나만 없으면 우리 집은 평범할 텐데. 평범한 엄마와 평범한 오빠만 남아서 언제 나같은 게 있었냐는 듯이.
사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아. 엄마는 화를 낼 때마다 책에서 본 수라같았거든. 그 억세고 모진 말들이 내게 애정의 끝을 알게 했잖아. 나는 우리가 남이 될 수도 있단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았는데.
오빠는 엄마의 좋은 친구가 될거야. 손가락 두 마디가 안 되는 두께 너머로도 내 욕을 했잖아. 문을 사이에 두고 이 집의 가족은 애초부터 둘 뿐인 것처럼.
엄마와 오빠는 알고 있었어? 우리가 이사오기 전 현관 옆 방엔 내가 살았어. 16살 나는 가끔 거실에서 들리는 내 욕을 듣고 어쩔 줄을 몰라야 했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된 걸까.
문 너머의 사람만 없다면 우리는 정말 평화로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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