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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Lomely
10일 전
중학교 때 (약 10년 전) 알사람들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게임을 한 적이 있어요. 오랜만에 생각난, 꽤 몰입해서 했던 그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게임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습니다만, 엔딩 스포일러가 있어요. 그 게임은 조그만 방에서 생활하는 소녀의 조금 무서운 꿈 속을 여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영상을 보아 결말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안의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서 꽤나 익히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녀와의 여행을 직접 하고싶은 마음에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천천히, 그 몽환적인 꿈의 구석구석을 훑어보았습니다. 가끔 헤메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하면서, 이미 속속들이 알고있는 게임을 하고있다는 자각 없이 여행을 즐겼습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소녀와 모은 추억을 꿈에 남기고, 소녀의 꿈을 깨우고나면 조그마한 베란다에 펜스를 넘어가기 충분한 높이의 계단이 생깁니다. 엔딩을 보려면 그 계단을 올라야합니다. 저는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고민합니다. 엔딩을 알고있기에 고민했습니다. 내가 이 작은 소녀의 등을 떠밀어도 되는걸까? 하는 고민이요. 엔딩을 보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괜찮은 것인가? 오직 0과 1, 그래픽으로만 이루어진 존재였지만 저는 결국 엔딩을 포기한채 게임을 종료했습니다. 당시에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후회되는 일 중 하나입니다. 나와 여행했던 그 소녀는 꿈에서의 추억을 모두 정리하고, 잠들지도 않는 채로 창밖의 계단을 바라보고 있을 것입니다. 영영 오르지 못할 그 계단을요. 그게 더 잔인한 일 같다는 생각을 그 컴퓨터를 버리고 나서야 했습니다. 내 마음 편하자고 끝나지 않을 지옥에 버려두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슨 게임 하나에 유난이냐 싶겠지만서도, 소녀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겹쳐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아쉬운 밤입니다.
전문상담 추천 0개, 공감 5개, 댓글 2개
babo11
9일 전
남을 위하는 마음 이타적인 사람이라는게 느껴지네요. 우리같이 각박한 이세상 따뜻하게 만들수있는 불씨가 돼자구요
chl116
9일 전
제가 알고 있는 게임 같네요. 너무 아쉬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카님의 말씀대로 그 소녀의 인생을 끝내주는 것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저희 손에 달렸습니다만, 제 인상에는... 저희는 분명 그 아이의 추억과 아픔을 여행했지만 한번도 그 아이가 마지막에 살고 싶어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스크립트가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 모든 기억을 되짚고 나서, 그 소녀는 조금은 살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고... 언젠간 예쁜 꿈을 또 꾸길 기대하면서 방에 남아보길 기대했을지도 모르죠. 하나인 것 처럼 보이지만 답은 하나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