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 때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버겁고,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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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불타는나방
·10일 전
너무 힘들 때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버겁고, 그래서 차라리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게 나을 때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나 같은 누군가가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안도할 때도 있고요. 제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하실까 싶지만,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대단할 것 없는 인생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일기 형식으로 적을 거라 반말인 점 양해 부탁드려요! 어릴 때부터 느리다는 평을 받았던 아이. 느리다는 평에서 벗어나려, 칭찬과 사랑 표현에 인색하셨던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려 늘 애써왔던 아이. 노력해도 결코 완벽에는 닿지 못했던 아이와 그런 아이의 시험 점수를 부러워한 친구들, 그 시험 점수에 만족 못 하시는 듯한 아이의 어머니. 사랑받고 싶어 착해지고 싶던 아이와 그런 아이를 필요할 때만 이용해 먹던 친구라는 이름의 탈을 쓴 다른 아이들. 자기 몫도 못 챙기고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해 보이는 아이가 마음에 안 드시던 아이의 어머니와 이용당해도 자신이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 삶의 이유였던 아이. 어느 순간부터 생겨난 강박과 그중 하나였던 힘든 건 혼자 다 감당해야 한다던 강박 때문에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아이는 자신의 강박에 점점 먹혀갔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사람들에게 상처받았고, 스스로도 상처를 입혔다. 중학교 2학년, 부쩍 할 건 많고 여가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하루 이틀 밤늦게까지 깨어있다가 불 켜놓고 잠들고 했더니 잠을 설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처음으로 우울이라는 감정을 느꼈고, 그 뒤로 우울이 자주 찾아왔다. 중학교 3학년, 슬슬 새로 친구 사귀는 것에 지쳐 학교에서 혼자 다니기 시작했고, 점심시간에는 혼자 청승을 떨면서 우울감은 더 심해졌다. 나중에서야 일기를 보니 이때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정신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시기. 공부하랴 생기부 챙기랴 바쁘게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너무 우울하고 자주 죽고 싶었는데 당시 내 소중했던 친구들은 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그런 나를 봐줄 상황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혼자 감당하려 하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자해랍시고 팔을 물곤 했고, 자살하려고 제대로 마음먹은 적도 많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몸이 여러모로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체력이 갑자기 안 좋아지더니 걸음도 느려지고 숨도 자주 가빠 왔다. 불안해서 주먹을 꽉 쥐면 그대로 주먹이 펴지지 않았고, 걷다가 갑자기 걷는 법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을 서 있는 일도 잦았다. 사람들 시선이 무서워 바닥만 보고 다녔고, 어딘가에 문 열고 들어가는 게 무서워졌다. 소중했던 친구들도 피해 다녔다. 목 안이 너무 아프고, 명치 부근도, 심장도 자주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던 시기도, 또 너무 무기력하고 현실을 피하고 싶어 16시간씩 자던 때도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숨기고 숨기다 학교와 학교 근처에서 몸이 굳거나 과호흡이 와버려서 학교에서 지원해 준다고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검사 결과는 우울증. 그 해 말부터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기 시작했다. 20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간 간호학과. 하지만 1학기 중반도 안 되어서 처음으로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자살을 시도한 나는 자살을 실패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2학기에 바로 복학이 안 된다길래 학교가 아쉬웠던 김에 자퇴하고 반수를 했다. 21살, 부모님이 여전히 반대하셨지만 또 간호학과에 들어갔다. 지각 및 결석이 잦았지만 어찌어찌 1학기를 버텨내고, 여름방학 때는 방황했다. 그러다 2학기 때 다시 마음먹고 학교를 잘 다녀보려 했지만, 하루 만에 무기력증이 도져서 휴학도 못한다길래 또 자퇴했다. 2번을 자퇴하니 안 그래도 내가 우울증임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엄마와의 갈등은 더욱더 심해졌고, 매번 다른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다 실패하고 한참을 방황했다. 22살, 현재. 방황 끝에 편입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치료 중이지만 많이 나았다. 대강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 같네요. 너무 길어질까 봐 사실과 사건 위주로 간략히 쓴다고 썼는데도 이리 길어질 줄은 몰랐네요..ㅎㅎ 아무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 이야기가 공감받지 못해도 되니 비슷한 경험하신 분들이 없었으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공감하시는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해요. 그럼 오늘도 평안한 밤 보내고 계시길 바라요🌕 (검색하시기 용이하셨으면 해서 생각나는 키워드들 다 태그해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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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rdme
· 7일 전
불타는 나방님도 정말 열심히 사셨네요 이렇게 힘든 삶 사셨음에도 다른 분들의 힘든일 다 들어주셨던 것에 대해 존경해요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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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니티
· 7일 전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네요... 그래도 너무 감사한 것은 어떻게든 지금 이 자리에 와주셔서 살아계셔 주신다는 것 나방님 덕에 많은 분들이 위로를 받으셨을거고 저도 위로를 받았으니까요☺️ 아직 살아낼 날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 날들이 전부 편안하시길 바랄게요 좋은 밤 되시고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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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나방 (글쓴이)
· 7일 전
@wnrdme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작성자님도 오늘도 평안한 밤 보내고 계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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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나방 (글쓴이)
· 7일 전
@플레니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작성자님도 태어나서 많은 힘든 일 있으셨을텐데 그 시간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있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가 작성자님께 위로가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작성자님이 소소한 행복에 많이많이 웃으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작성자님도 오늘도 정말 수고 많으셨고 평안한 밤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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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1606
· 4일 전
정말 다른 세상 사람인 것 같을 정도로 너무 힘들게 살아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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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1606
· 4일 전
조금만 쉬다가 가도 괜찮아요.. 나는 내 걸음대로 너는 네 걸음대로 걸어가면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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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나방 (글쓴이)
· 4일 전
@알파1606 제 글 읽어주시고 답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막 큰 사건 겪은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하지 싶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네요. 작성자님도 힘드셔서 마인드 카페에 오셨을텐데 저라도 괜찮으시면 언제든 이야기 들어드리고 최대한 도와드릴테니 편하게 답 달아주세요! 그럼 평안한 밤 보내고 계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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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나방 (글쓴이)
· 4일 전
@알파1606 네, 좋은 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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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da
· 3일 전
"내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버겁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게 나을때도 있다" 너무 와닿았는데 늘 위로받았던 나방님이네요.. 힘든상황에서 열심히 살아오신 나방님 이야기에 저는 또 위로받고 가네요 항상 고마웠습니다 평안한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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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나방 (글쓴이)
· 3일 전
@ymda 제 말이 작성자님께 위로가 되었었고, 이번에도 되었다면 다행이에요. 저야말로 제 글도 읽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작성자님도 오늘도 평안한 밤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