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월의 제 일기를 발췌해볼까요. "나는 아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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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달 전
작년 오월의 제 일기를 발췌해볼까요. "나는 아버지를 죽였다." - 2016년 5월 24일에 남겼던 글의 일부입니다. 심리상담은 비싸니 갈 여건이 못 되고 마음은 곪아있던 시기에 마인드카페라는 어플을 접하고, 어디에도 하지 못할 이야기를 익명으로 썼습니다. 울면서 글을 남긴 뒤 겨우 잠들고 일어나보니 뜻밖에도 전문답변과 다정한 댓글들이 달려 있었습니다. 전문답변의 내용을 긁어다 저장해놓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어떻게든 직장을 구해서 고시원으로 독립을 하고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정신과도 다녔습니다. 한 시간이 넘는 검사 끝에 우울증을 진단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살 것 같다가도 죽고만 싶은 날들이 반복됐습니다. 정말 다 괜찮아진 것 같은 시간이 일주일 정도 지나면 어김없이 제자리라는 걸 깨닫곤 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2020년 11월 13일에 마인드카페 어플을 다시 깔았습니다. 아이디도 잊어버려서 새로 만들었어요. 5년째 같은 곳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이게 평생 지속된다면 차라리 지금 말해달라고. 다정한 댓글을 두 개 받았습니다. 천천히 곱씹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지금은 2024년 2월 21일입니다. 저는 더 이상 아버지를 떠올려도 필요 이상으로 슬프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동생들을 죄책감없이 대하고 정기적으로 만납니다. 정신과 약의 도움 없이도 저의 마음을 돌볼 수 있습니다. 스물아홉의 나이치고는 직장에서 꽤 괜찮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친구들과 농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가올 10년 후를 대비하여 인생계획을 세웁니다. 무엇보다도 실수를 한 내 자신을 뻔뻔하게 보듬을 줄 알게 되었습니다. 나쁘지 않죠. 사실 과거에 비하면 매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울증과의 싸움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강한 직감을 무시했습니다.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고 약을 먹으며 일상을 영위했습니다. 마음 한켠에 도망치고싶다는 생각을 품고도 꾸역꾸역 하루를 반복했습니다. 십 년 뒤의 미래보단 매일의 하루를 살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고도 괜찮다고 소리내서 혼잣말을 했습니다. 괜찮다는 말은 참 이상해서, 아주 천천히 긴 시간동안 누적되어야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9년이 지나고 나서야 괜찮아졌으니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도 행복해졌으니 나도 행복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8년 전 전문답변을 달아주셨던 분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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