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를 용서할 수가 없어 분노의 감정으로 힘이 듭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스트레스|학업|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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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를 용서할 수가 없어 분노의 감정으로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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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대치동에 학원을 창업하여 1년 동안 사업을 같이 해왔습니다. 남자친구가 강의를 하고, 제가 학생 관리와 교재 제작, 학업이 부진한 학생들을 1:1 과외로 보강해주는 역할을 하며 협업을 해왔는데요. 남자친구 집안에 빚이 많았고, 대부분의 수입을 그 빚을 상환하는데 쓰느라 저에게 약속했던 월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차피 함께 운영하는 것이니 괜찮다고, 나중에 재정 상황이 좋아지면 그때 줘도 괜찮으니 직원분들 급여만 잘 챙겨주라고 말하며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에 경영이 악화되어 자금난을 겪으면서 저에게 강제로 신용카드를 만들게 하여 제 카드를 사용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1년을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저축분이 없었다는 게 황당했습니다. 3일만 자금을 변통하면 되는 상황이었으므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3일 뒤에 바로 돌려받긴 했습니다. 그러나 울면서 거부하는 저에게 기어이 신용카드를 가져가는 그 모습에서 저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지금은 신용카드로 끝나지만, 나중에 결혼을 하면 나에게서 무엇을 강제로 가져갈까? 그런 생각마저 들더군요. 장기간 보수 없이 스트레스 심한 노동을 견디면서 지쳐갔던 저에게 신용카드 사건은 충격이 컸고, 무엇보다 제 의사를 묵살하고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너무 큰 상처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간 애써 괜찮다고 생각해온 부분 - 같이 일해서 벌어들인 수익을 왜 남자친구 개인 집안의 채무를 갚는데 우선해서 사용하고, 제 노동력과 시간에 대한 보상은 한없이 미루는지에 대한 것 - 도 더 이상 사랑의 이름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남자친구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이 15억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동안은 학원 사업에 문제가 없어서 이 빚을 수월하게 갚아왔고, 이제 이 빚의 액수가 3000만원만 남았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 말도 믿지 않습니다. 남자친구가 하는 모든 말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용카드 사건 이후로 저는 남자친구와의 모든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고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더 이상 나를 이런 식으로 함부로 대하는 너를 견딜 수 없고 견디지 않겠다고요. 도저히 사랑하는 사람을 상대로 할 수 없는 행동들을 너는 그간 너무 많이 해왔다고요. 이성적으로는 남자친구가 그간 아버지 빚을 혼자서 다 갚느라 힘들었을 거고, 어쨌든 교육 사업체의 대표로서 처음 창업을 하면서 자금난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모든 사업이 초기 3년은 생고생을 하니까요. 그러나 생각과 무관하게 남자친구 얼굴만 보면 안타까움보다 분노의 감정밖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 사람을 용서하고 싶습니다. 사람을 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방법을 배우지 못하며 살아온 사람이라 본의아니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겠거니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악의가 아니라 능력적 한계 때문에 그랬다고요. 저를 사랑하지 않아서 사업적으로 이용만 하고 수익을 독점했던 게 아니라,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관계를 정리하고 싶습니다. 깨진 신뢰를 회복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러나 그간 저를 의도적으로 속이고 사업적/금전적 이익을 취해왔다는 심증이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아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신뢰 자체가 박살났기에 이 사람 얼굴만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증오심이 듭니다. 그간 아버지의 빚이 그렇게 컸다는 걸 한 번도 말한 적이 없고, 물어보면 늘 회피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설명하기로는 아버지의 치부였어서 말할 수가 없었고 안 그래도 일때문에 힘들어하는 저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었다고 하더군요. 사실이라면 황당할 정도로 어리석고, 기만하기 위한 거짓말이라면 인간으로 상대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마음 속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남자친구에게 인간적 신뢰를 다 잃은 지금 상황에도 연락을 끊지 못하고 최소한의 학원 업무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으며 가끔 얼굴을 보고 지냅니다. 저도 지금 제 마음을, 감정을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면, 신뢰를 회복할 수 없겠다고 느끼면 깔끔하게 이별하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이별을 통보한 상태로 사업체 운영에는 여전히 관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남자친구를 향한 애정은 잃었지만 사업체를 향한 애정은 잃지 못한 것 같아요. 지난 1년간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은 학원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남자친구는 잃어도 이 사업체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고, 관계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나와서 제가 제 학원을 스스로 차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지금 저에게는 그럴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자친구로부터 받은 상처와 충격, 그리고 그간 휴일 없이 달려온 격무에 지쳐 여러모로 번아웃이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남자친구는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고 있습니다. 자신이 채무 상환을 빨리 해야만 다음 스텝이 있고, 집을 구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빚 상환에만 모든 포커스를 맞추며 살아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인 제가 이렇게까지 지치고 상처받고 있다는 걸 간과했다고 합니다. (듣는 내내 소시오패스인가 싶었지만 그냥 들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남자친구를 용서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계가 있고 실수를 하니까요. 남자친구 또한 그런 관계와 갈등 해결에 따른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생각하고 철저한 반성과 만회의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학원 사업체 경영을 다시 함께 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결국 남자친구를 실제로 보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의 감정밖에 들지 않습니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욕지기가 나서 아예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분노의 감정을 품는 저 자신이 너무 힘이 듭니다. 원래 미움받는 사람보다 미워하는 사람이 더 지치고 힘드니까요. 차라리 이럴거면 사업체도 포기하고 모든 관계를 끊은 뒤 얼굴을 보지 말아야 하는지, 이 선택으로 인해 무언가를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지 망설여집니다. 힘든 순간이라 현명한 판단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제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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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세요
· 3달 전
이건 본인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거 같은데요 그러나 저라면 결혼을 약속한 연인간이라면 돈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신뢰와 연결되있기 때문이죠. 신뢰가 없는 관계는 모래성 위에 지어진 집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신뢰라는 뼈대가 단단히 받쳐줘야 신용이 무너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거래는 금물입니다...하지만 진짜 믿을 수 있는 관계라는 것도 돈거래를 통해 알 수 있게 되죠.. 남자친구분께서 글쓴이님께 보인 태도로는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내다보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오히려 정에 휩쓸린 결정이 나를 언젠가 힘들게 후회하게 만들 날이 오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혼을 염두해두신 것이라면 더더욱 냉철하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결혼은 지금보다 더 지옥일지도 모를 현실이 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견해이므로 참고만 하시되 결정은 글쓴이님 본인의 몫이니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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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글쓴이)
· 3달 전
@안녕세요 안녕세요님, 안녕하세요. 우선 저의 사연을 읽어주시고 다정한 관심을 가져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쓴 이후로 저는 남자친구와 일단은 화해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고 관계를 이어나가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같은 잘못을 두 번 반복한다면 그때는 고민 없이 연을 끊겠지만요. 그 이유는, 남자친구가 저를 악의로 이용하려고 이런 일을 벌였다기엔 그가 너무 허술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해 실수를 한 것으로 이해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게 사랑이겠죠. 저는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관계가 잘못되어도, '최소한 나는 이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주었다'와 같은 당당함, 후회 없음을 위해서요. 저는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던 사업체에서 나와 제 사업을 새로 꾸리기로 했고,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서 각자의 재정 관리는 본인이 직접 하며 서로 관여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제 결정이 현명한 것인지는, 남자친구가 향후 얼마나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달려있겠죠. 저는 남자친구를 그저 지켜보며 제 삶을 성실히 살아나갈 예정입니다. 그가 저를 어떻게 대하든, 제 삶의 행복을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내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약간 논외의 이야기지만,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남자친구와의 관계보다는 저 자신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과 함께해도 제 삶의 기반과 행복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것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고히 갖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는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지켜보되, 저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제 공부를 하고 사업체를 일구며 제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제 인생의 행복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건강하도록 보살필 의무와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준 남자친구에게 오히려 고마운 마음도 듭니다. 어딘가에는 말이라도 해보고 싶었던 저의 신변이라 두서없이 적어보았습니다. 안녕세요님의 일상에도 잔잔한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