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아니지만 새벽 주저리
·한 시간 전
오랜만에 우울이 크게 찾아와서 새벽 늦게까지 잠을 미루다가 누웠고 또 과거의 어느 일이 떠올라서 상처 때문에 아파서 울고 있어요.
예전에는 거의 한 달씩 이렇게 새벽에 잠 못 자고 꺽꺽거리며 울고 부모님 안 깨게 소리없이 눈물 콧물 닦아내고 그랬었거든요. 진정하고 누워서 자려하다가도 또 울음 터져서 숨 안 쉬어질 정도로 울고,, 그때는 제가 영원히 그럴 것 같다는 절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없는 것 같아요.
그것만으로도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대견해요. 고작 그 작은 한 단계 나아지는 데에도 자기혐오, 과거 트라우마, 아직도 이해 안 가는 상처들을 받아들이고 아무도 몰라줘도 나 혼자 나아져야 한다는 억울함과 서러움 등등 구질구질함을 오랫동안 이겨내야 하니까요.
사실 무기력과 우울이 오래 갈 것 같다는 불안과 위기감은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세상은 머릿속이 꽃밭이거나 멍청해서 많은 걸 못 보는 사람들이 훨씬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이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제가 제 생각 바꾸려고 몇 년을 뇌에 힘주고 애쓰는 내내 그런 사람들은 애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저는 정말 세상을 살기에 부적합하다고 느껴요.
그래도 나아진 거 하나 발견했으니 더 나아질 수도 있겠죠. 이번에는 며칠 정도 이럴 것 같아요. 자는 행위를 따뜻하고 좋은 거라고 느끼려면 뭘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자는 게 왜 이렇게 싫은지.
평생 외롭고 비참하고 불안하고 무섭기를 반복하겠지만 그래도 이겨내고 살아봤으면 좋겠다.
세상을 조금만 피해의식 덜한 시선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존재를 수치로 느끼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못 자는 일이 반복돼도 내 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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