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요즘엔 진짜 괜찮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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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을 일 없어서
최근엔 진짜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눈물 많은 내가
올해엔 한 번도 울지 않았는데
며칠전에 펑펑 울어버렸다
그렇게
가슴 아릴 장도로
꺼이꺼이 울어본 건 되게 오랜만이었다
***
단순한 다툼이 있었다
내가 언니니까
동생 방을 치우라고 했다
뭐, 8살 짜리 꼬맹이라면
내가 언니니까 하고 기꺼이 돕겠다만
무슨 16살 처먹은 동생을 다 챙겨줘야 해?
밥 차려줘
설거지 해줘
방 치워줘
화장실도 치워줘
빨래도 내가 널어
숙제 도와줘
아니
얼마나 챙겨줘야해
지 알아서 할 나이 아닌가?
그 나이에 라면 하나 안 끓여본게 사실이다
위험하다고
칼 한번 못 잡게 하고.
난 다 시키면서.
사실 내가 제일 일을 잘하니까,
동생이 못 미더운건 사실이니까.
내가 오빠보다 일을 더 많이한다
제사 음식 돕고
김장도 같이하고
부모님이 시키는거, 부탁하는거
웬만하면
제일 믿음직한 나한테 시키신다
딱 중학교 때 까지.
중2? 그 까지.
난 많이 참았다.
강압적이고 보수적인,
고집세고 막무가네인
우리 부모님 밑에서
말대꾸는 많이 하지만
말 잘 듣고
책임감있고
성실하고
공부잘하고
딱 자랑스러운 딸로 열심히 지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지식한 내 모습이 너무 싫어졌다
왜 부모님 말에 무조건 복종하며 살아야 할까?
부모가 진짜로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복종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내입장은)
이런 시골 깡촌
대학도 안 나오시고
돈도 잘 못 벌고
하나부터 열 까지 논리 안 맞는 기분파 이신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못나보일수 있을까.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그래도
좋은 부모 인 척 하는 우리 부모님이
너무 싫다
나도 잘난거 하나도 없다
이딴 깡촌에서 공부 잘하면 뭐해
성적만 좋을뿐
세상 물정 모르는
무식한 꼬맹이가 바로 나다
스스로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내 의견을 말하는 법을 배웠다
싫은 건 싫다고 말 할 수 있게 되었고
초반까진 이게 잘 먹혔다
불쌍하게도
내 빈자리는 오빠, 동생에게로 넘어가
이것저것 잔 심부름은 그대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안 갔다
더 심해지셨으니까.
이젠 싫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으신다
이제 부모님에게 있어 내 이미지는
거짓말쟁이
꼴통
말 안 듣는 딸
분노조절장애 ㅋ
고집만 센 놈
여태껏 쌓아왔던 내 노력은
"니가 언제?"
챙겨줬던 오빠와 동생에게 받는 건
"넌 암것도 안 해서 좋겠다"며, 온갖 생색
짜증나 죽겠다
싫어도 억지로 하게 돼있었다
***
근데 나이 따지면서 내가 더 일을 많이해라?
오빠는?
자매 중에 내가 나이 많으니까 동생 더 챙기라고?
나는 누가 챙겨주는데?
여태껏
혼자 잘한다고 칭찬들어왔다
그게 좋은건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어리광 실컷 부려도 되는 나이잖아..
나중에 독립하면 끝날 보살핌
지금 실컷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괜히 반항하게된다
이씨, 또 눈물나와
그래 생각해보면 도움 받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혼자 알아서 다 잘했으니까
쨌든
난 돌아가면서 공평하게
동생과 방 청소를 하고 싶다 했는데
언니가 돼서 그거 하나 양보를 못하냐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며
심하게 야단맞았다
아니, 사실 야단은 아니다
화풀이.
엄만 항상 화를 낸다
난
그렇게 나이 따지고 싶으면
우리집에서 최고 연장자이신 엄마가
죽을때까지 혼자 집안일이나 다 해라고
소리쳤다
그냥 다 같이 하는게 훨씬 낫잖아?
왜 굳이 나이 많은 사람이 떠맡아?
집안일 돌아가며 하면 얼마나 편해.
괜히 힘들게 엄마 혼자 다 하면 힘드시잖아.
공평
그걸 바랬다
엄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나셔서
우리 싸우는거 녹음까지하시구..
쌤한테 이를거라고
상담받을거라고
도대체 학교에서 뭔 일이 있길래 엄마한테 그딴식이냐고
아니, 여기서 학교 얘기가 왜 나와?
중학교면 몰라도
올해 입학한 고등학굔데..
내가 이딴식으로 군 게 몇년짼데
이게 학교 문제라고?
학교에서 상담받을게 아니라
정신병원에나 쳐넣지
소리치곤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뒤에
펑펑 울었다
많이 속상했다..
하소연 끝! 아유 시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