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야밤에 글을 쓰다가 눈물이 슬쩍 고인 것을 동생이 볼까 흘려내지도 닦지도 않고서 묵묵히 자판을 두드렸다. 조금만 힘들어져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과 한없이 약해지는 마음은 학습된 환경인지 내 자신이 연약해서인지. 이제 1/4을 마친 프로젝트. 그리고 오늘 동아리를 더는 가지 못하겠다고 말하며 도망치듯이 말만 던져놓고 벗어난거.
조금이라도 어긋날때마다 도피하는 패턴.
이제는 조금씩 합리화하려는건 반복되어서이기 때문일까. 그러다 마침내는 나는 애초에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라고 완전히 져버릴 것 같다.
회피하는게 문제인걸 아는데 묵묵히 맡서기엔 내가 너무 여리다.
어렸을때 그런 꽃을 본적이 있다. 꽃잎을 살며시 쓸어만지기만해도 하얀 물방울이 맺히는거. 신기한 마음에 선생님에게 물었더랬다. 꽃잎을 만지면 흰 물방울이 생기는데 왜 그런거냐고. 선생님은 그게 잎이 너무 연약해 생채기가 나서 맺히는 피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서 꽃잎을 더는 만지면 안되겠단 생각보다 잎도 다쳐서 피가 날 수 있구나.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 어렸을 적에 이름도 모를 꽃잎이 또렷히 기억에 남아 자꾸만 생각난다. 꼭 지금의 나 같아서. 한 두 번이면 무뎌질만도한데 자꾸만 상처가 난다.
처음인 것처럼, 아니 결코 익숙해질 수 없으니 더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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