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저냥 누가 한번쯤 봐줬으면 하는 이야기랄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장녀]마인드카페 네이버블로그 링크마인드카페 페이스북 링크마인드카페 유튜브 링크마인드카페 인스타그램 링크마인드카페 앱스토어마인드카페 플레이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앱스토어마인드카페 라이트 플레이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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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저냥 누가 한번쯤 봐줬으면 하는 이야기랄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백야극야
·2달 전
그닥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누가 좀 옆에서 들어주고 그렇구나, 그런일이 있었구나 해줬으면 해서 남기는 이야기에요. 할머니 암투병 때문에 고등학교를 기숙학교로 선택하고 평일엔 공부 주말엔 밤마다 1시간씩 쪼개면서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거 도와드리거나 식사, 약 챙겨드리는 생활을 이어갔었어요. 사실 이게 암 말기때는 치료 방법이 없어서 암투병 환자들이 먹는 ***성 진통제를 먹어야 그 아픈게 덜하거든요. 근데 아시잖아요. 펜타닐 같은게 안먹으면 부작용으로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그래서 사실 암투병 말기 환자분들은 정신이 가끔 오락가락 하세요. 몸은 죽을것 같이 아픈데 내가 왜 이러고 살아가나..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씩 제게 이런 말씀들을 하고는 하세요. 너 때문에 니 엄마가 생을 못편다 (어머니께서 이혼하시고 난 후에 할머니께서 삼남매 전부 시설에 맡겨버리라고 하셨었어요.) 같은 말을 하시기도 하고... 이 할미가 미안하다.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내가 못할말 해야할말 구분 못하고 하는것 같다. 내가 무슨말을 하던 무시해라 같은 말도 하셨었구요. 사실 안 미웠거든요. 할머니가 나 얼마나 예뻐하셨는데. 사람이 너무 아프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건 당연한거잖아요? 내가 손녀인데. 내가 이런 말에 흔들리면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흔들리나? 어림도 없지ㅋ 싶은 마음으로 묵묵히 병간호만 했죠. 불쌍하다, 고생이 많다, 나이도 어린데 어른도 못할 일을 한다면서 근처 사람들에게 질리도록 들었어요. 너무 힘들면 그만하고 집 들어가도 된다고. 사실요. 할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폭언을 일삼으시기도 하고.. 그런 인간이랑 할머니를 어떻게 같이 둬요. 심지어 밤마다 화장실 가야하는걸 맨날 술먹고 누워서 자다가 낮엔 일하러 가는데. 나라도 안하면 삼촌이라는 작자들이 와서 해줄것도 아니고. 주말엔 시간이 남아도는 나라도 와서 해드려야지. 그게 손녀의 도리잖아요? 주말마다 잠도 못자고, 여름방학 때 남들 다 놀러가고 그럴때 그냥 할짓 없기도 하고 남는 작은 시간에 낙서하거나 공부 조금씩 하고.. 이런 생활이 7개월 정도 이어나갔었어요. 가끔 오시는 도우미 직원분도 할머니 자신이 도와드릴테니 이때 아니면 언제 자냐고 얼른 자라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5시간 자보고.. 사실 엄청 행복했거든요.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시는거 같아서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거같아서. 그 단꿈에 ***어서 살다가 겨우 할아버지 설득해서 할머니 입원 시켜드리니까 그제서야 살것만 같아서 너무 좋았었어요. 나도 할머니도 이제 편안하겠다.. 싶어서. 그리고 8월 15일 광복절이 목요일이었어서 금요일은 그냥 재량휴업일로 학교를 쉬게되었어요. 이젠 익숙하니까 병원 가서 4일동안 옆에서 병간호 하면 되겠다~ 하고 갔죠. 근데 음... 보호자 식사신청을 안하셨나봐요. 딱히 상관은 없는데 용돈이 조금 쪼달리다보니까 하루에 컵라면 하나로 버텼던거같아요. 그냥.. 그렇게 혼자 간이 침대에 앉아서 물도 드리고.. 간호사 분이 인적사항 물으시면 말해드리고. 다른 침대 보호자분이 딱하다고 손에 쥐여준 간식도 먹고... 그냥 조금 즐거웠던거 같아요. 그리고 8월 19일에 저녁 6시 20분에 제가 짐을 그곳에 조금 두고왔어서 가지러 갔었어요. 야자 시작은 7시니까.. 30분엔 가야지 하고 옆에서 말도 걸고.. 오늘 상태 좋아보이시길래 그렇게 있다가 어느 순간 느꼈어요. 그 사람이 죽기 직전의 호흡이 그르렁거리는거 아세요? 저 많이 공부했거든요. 전조증상이라던가 그런거. 그게 들리는거에요. 아, 내일쯤 가시겠구나. 할머니 저 내일도 올게요. 하고 그대로 학교로 돌아갔어요. 내일가시겠거니..하고. 난 후회해요. 알면서. 굳이 40분에 갔어야 했나 50분이어도 되는데.. 바로 연락이 왔어요. 지금 가신거같다고. 와 세상 *** 키워봤자 하등 쓸모없다고 아무도 안왔더라구요. 뭐.. 저희 어머니는 타지에 계시니까 1시간 정도 걸리는게 당연할것이고.. 나만 있는거에요. 그 병실에. 근데 저는 보호자 취급이 안되나봐요. 보호자 있어야 사망선고 할 수 있다고. 그래서 할머니 시신 옆에 책가방 매고 있는 채로 2시간 가량 혼자 있었던거 같아요. 애써 손 만지작거리면서 아니라고. 나랑 약속했다고. 나랑 말도 했는데. 눈물만 나오더라고요. 어찌저찌 모든게 끝나고 장례식장에 갔을 때 상복을 제게 주더라고요. 원래는 장남의 장남이 입어야 하는건데 상황보니까 그딴 ***들보다 너가 이걸 입는게 맞다고. 이게 뭐라고 위로가 되어서 그냥 빈소에서 하루종일 울었던거같아요. 다 끝나고 나니까 너 탓 아니라고들 다 그러는데 내가 그걸 모를까요. 근데도 죄책감은 계속 남아있는거죠. 내가 거기서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혼자 아니셨을텐데.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그냥 많이 울었어요. 학교에서도 울고... 기숙사방에서도 울고..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이 안되겠어서 상담도 받아봤는데 해결이 안되고..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기도 했고..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가도 가끔 할머니가 하셨던 악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런것만 생각하는 내가 싫어지고 건강도 나빠져서 콩팥 한쪽이 없으니만도 못한 상태가 되어버리고.. 모든게 부질없어보여서 하던 공부도 손 놓아버리고 그렇게 살다가 1년이 지나가버렸네요. 사실 아직도 해결된건 없어요. 밤마다 우는건 똑같고. 그래도 달라진거라면 낮엔 안운다는거죠. 죄책감은 더 커지고, 후회는 늘어나고. 바닷가에 갈때마다 저기에 뛰어들어볼까 싶기도 하고. 근데 장녀라는게 아시잖아요. 어지간이도 고민이 많다는거. 나 없으면 엄마는 어찌될까 싶기도 하고. 이젠 기댈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애써 그것 때문이라도 바다에 뛰어드는거 참아보고.. 그러다가도 못버티겠어서 바닷가에 뛰어들려다가 종아리까지 물에 잠겼을 때 엄마생각에 그만둬버리고. 그냥 다시 돌아가서 울고. 마음은 썩어 문들어져가는데. 육신마저 그런게 느껴지기 시작하니까 산 송장 같더라고요. 듣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나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수고했다. 고생많았다같은거 말고.. 듣고싶은게 있었던거 같은데 이젠 기억도 안나고. 이젠 어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사실 이렇게 말을 길게 한적은 없었어요. 다들 여기까지 듣기전에 대화가 끝나거나 이제 다 끝났다고 그만 생각하라고 하니까.. 그냥 누가 옆에서 가만히 다 들어줬으면 해서.. 다 들어줘서 고마워요. 이제 나도 내 생을 살러 가야죠. 그냥 가볍게만 읽어줬으면 해요.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해주세요. 나는 아니더라도 이걸 봐주시는 당신은 그랬으면 좋겠어요. 가시는 길마다 꽃밭이길 빌게요. 행복하세요.
후회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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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김서방A3
· 2달 전
수고많았고 지금도 수고 많아요 이 삶이 얼마나 밉고 야속하겠어요. 글쓴이분과 완전히 같은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또 얼마나 무거운 무게를 지고 있는지 이해가 돼요 할머니는 누구도 아닌 글쓴이분 덕분에 마지막으로 삶에 대해 행복한 기억을 가져가셨을거에요. 이렇게 예쁜 손녀가 마지막까지 고사리손으로 할머니를 챙겨주는데 할머님도 '아 정말 잘 살았다' 라고 생각하실거에요 그리고 이렇게 착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손녀를 다음 세대로 남겨두고 가는 할머님이 너무 부럽네요.저도 글쓴이분같은 보석같은 딸이 있디면 너무 좋고 잘해주고 싶을것같아요. 지금 이런 선행들은 결코 덧없지 않아요. 언젠가 정말 삶에 여러가지 형태로 보상이 돌아와요. 나머지 보상을 모두 받아야하니,그때까지 우리 즐겁게 지내요. 어쨌든 우리는 오늘도 운이 좋아 살아있네요. 살아있는김에 이 생명감을 즐깁시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