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모르겠네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공황|불안|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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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모르겠네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AKA119
·한 달 전
제게 있는 우울과 불안, 강박의 뿌리가 사회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은 이후로 속이 뻥 뚫리긴 커녕 되레 더 답답해졌습니다. 현재까지 사회가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란, 4년제 대학을 졸업해 주 5일제 4대보험 가입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을 해 집도 사고 밥도 먹고 주말에는 여행도 즐기는 사람인데 ... 약 3년 간 그 놈의 '평범' 속에서 살아온 저는 속에서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이 업무를 한다고 해도 늘 주어진 일을 쳐낼 뿐이지 내가 성장하는 게 아니야. 프로젝트라고 불릴만한 업무는 죄다 회사 대표의 가족(이사진)이 재택근무로 해내고 있어. 게다가 회사 대표는 매번 기분에 따라 업무방식을 바꾸니 체계도 매뉴얼도 없어. 회사에서 딱히 인격적으로 대우 받는 기분도 아니야. 내가 이런 식으로 수십 년을 살아야 한다고? 아니. 애초에 수십 년을 못 살겠지. 회사는 계속 신입을 원할 테니까. ... ... 수 년 동안 물경력만 쌓아온 내가 재취업을 할 수는 있나? 만약 재취업에 성공한다해도 또 이런 일이 반복되면 나는 또 도망칠 텐데. ... ... 내가 정녕 가치가 있는 사람이 맞아? 속에서는 폭풍이 휘몰아쳤지만 학생 시절 풀었던 문제들과 달리 이 질문엔 명확한 답이 없었습니다. 길을 알려주는 선생님도 없었죠. 이 와중에 일은 왜 끝없이 쏟아지는지 ... 마지막 근무 즈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고 야근하는 내내 멍한데다가 두통이 심했고 토요일 출근 때는 숨이 턱 막혔으며 일요일엔 업무에 실수하진 않았는지 그리고 월요일에 일이 얼마나 쌓였을지 생각하며 덜덜 떨다가 울거나 혹은 비명도 지르고 그랬습니다. 아마도 당시에는 작은 트라우마로 인한 약한 공황증상과 급성 우울장애를 앓았던 게 아닐까 싶네요. (지금은 사회불안장애와 우울장애로 인해 SSRI 약을 복용 중입니다.) 아무튼 계획 없이 퇴사 후 3개월 가량이 지난 지금 조금씩 스스로에 대해 들여다보면 곧 서른인 나이에 물경력, 분명치 않은 커리어, 끔찍하게 저조한 스펙만을 쥐고 있더라구요. 배운 것이라곤 사회가 가르쳐 준 '평범한' 길이라서 관성적으로 다시 이 사회에 뛰어들곤 있지만 ...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은 점점 높아지고 이 와중에 운 좋게 면접을 보아도 결국 탈락하거나 혹은 아예 연락이 없는데, 이대로면 눈 깜짝할 새 서른이 되겠지요. 서른에 무직이라 ... 사회의 '평범성'에서 완전히 벗어났군요. 익명성이 보장되는 대다수의 커뮤니티에선 이런 저를 한심하고 무능하게 볼 것이고, 면접에선 끊임없이 신입으로는 늦은 나이라고 물고 늘어질 것이며,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라인드로 뽑히는 공무원만이 해결책이리라 조언해 줄 것입니다. '평범성' 밖의 길로 튕겨져 나온 저는 실패자가 되는 거지요. 사실 지금의 저는 아르바이트, 계약직, 파견직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적이 없는 사람인지라 (오히려 그 분들 덕에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라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도전 중입니다. 그런데 다들 말이 참 웃겨요. 아르바이트 직종은 저를 보더니 아직 20대라 어린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 묻습니다. 계약/파견 직종은 저를 보더니 이 나이가 되도록 해 놓은 것이 왜 이리 없느냐 묻습니다. 사회의 시선이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가치한 존재인지도 깨달았습니다. 내가 살***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 어린 게 왜 번듯한 직장을 갖지 않고 이런 일을 하는지 한심하게 볼 것이고, 또 살*** 계약직을 전전하면 나이는 먹어놓고 무슨 하자가 있길래 정규직 입사를 못하는지 하찮게 볼 것이겠지요. 정답이 없다더니 정답이 있는 사회. 그곳에 오답만을 반복하는 나. 음 ... ... 모르겠어요. 사실 수십 년이 지나도 모르겠지요. 나를 사랑하는 법도 나를 찾는 법도 나로 살아가는 법도 사는 게 참 어렵네요.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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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님을돕기위해온사람입니다
· 한 달 전
길게 쓰셨지만 사회적 시선과 본인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결국 스스로를 패배자로 만드시는 건 본인인거같아요. 남들이 잘모르고 하는 소리? 그냥 무시하면됩니다. 스스로 비교를 계속 하실거면 어떻게든 그 기준을 충족하기위해 노력하시고 이것도 본인의 선택이니 이것에 더이상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그럴시간에 더 노력하셔요. 가끔 지치면 친구만나 스트레스 푸시고요 그게 아니면 사회적 기준을 벗어나서 님이 행복한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가세요. 욕심을 충족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던가 욕심을 버리던가 선택지는 둘 중 하나 밖에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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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119 (글쓴이)
· 한 달 전
@저는님을돕기위해온사람입니다 음 ... 날카롭게 말씀하시긴 했지만 결국 사회적 시선에 너무 얽매여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라는 말씀이신 듯 하네요. 최근 계속 노력 중이지만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나를 믿고 비난하지 않고 사는 것 ... ㅎㅎ 아무튼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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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님을돕기위해온사람입니다
· 한 달 전
@AKA119 맞습니다 일부러 조금 강하게 말했습니다. 왜냐면 사회나 타인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자기 자신을 바꾸는게 가장 쉬운 일이거든요. 한 번에 바꾸려하지말고 조금씩 바꿔나가보세요ㅎㅎ 하실 수 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