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고민|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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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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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지금까지 쉬지않고 달려왔다. 부모님이 지원해주신만큼 아웃풋을 내야한다고 생각했고, 나의 노력으로 누군갈 행복하게 만들수 있는게 좋았다. 그래서 더 공부에 매달렸고, 고등학생땐 시험 끝난 당일을 제외하고 3시간 이상 잔 적 없이 치열하게 공부했다. 18살 때였다. 분명 처음에는 나의 의지였는데 어느 순간 나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었다. 소화불량 두통 과호흡에 시달리며 6개월동안 23키로가 빠졌다. 당시에는 몰랐던 것 같다. 그냥 눈앞에 주어진 일들이 너무 많아서 헤치우는데 급급했고, 심할땐 소화를 못시켜서 먹기 편한 고칼로리 음료만 마시며 버티다가 수액을 맞으면서도 단어를 외웠다. 그렇게 1년을 버텨 전과목 한자리수 등수를 냈다. 좋은 성적을 받은 이후 학부모 상담날에 엄마의 자랑스러워 하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나 좀 봐달라고, 나 좀 멈춰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분명 찰나의 기억인데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온다. 엄마는 갔고 나는 학교에 남아 다시 버텼다. 기숙사 학교라 항상 주변에 보는 눈이 있었고, 병원외출도 쉽지 않아서 정말 죽을 거 같을때만 수액을 맞으러 나갔다. 힘들어서 였는지 나는 이 시기 즈음의 기억이 많이 없다. 매일밤 죽여달라고 울부짖었지만, 룸메이트에게도 힘든 모습을 들키지 않을 정도로 감추려고 애썼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나는 입시에 실패했다. 성적을 많이 올렸지만 부족했던 1학년의 성적이 발목을 잡았고, 나는 아무한테도 축하받지 못했다. XX대에 합격했다고 전화했을때, 그거 말하려고 전화했냐는 말을 들었다.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정말 후회없이 공부했고, 더 이상 열심히 공부를 할 자신이 없어서 재수할 생각은 없었다. 근데 모두가 재수를 은근히 권하더라. 근데 나는 너무 무서웠다. 어떻게 벗어난 고등학교인데 다시 돌아가는 거 같았다. 나도 아쉽기도 했고, 다들 원하니 혼자 입시상담을 받으러 갔다왔다. 뭐가 자극됐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날 8차선 도로에 앞에 서서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한두달 시간이 지나고 하루에 20시간씩 자기 시작했다. 할것도 딱히 없었고, 학교수업만 듣고 그 외의 시간엔 계속 잤다. 핸드폰 좀 그만 보라고 혼났는데, 그땐 다음 영상 재생을 누를 힘이 없더라. 멍때리고 자고를 반복했다. 화장실 갈때만 일어났다. 긴 기숙사생활을 마치고 온 자식이 맨날 자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해보였을지 이해한다. 그리고 부모님도 나를 위해서 산책도 끌고 나가주고 맛있는것도 해주고 애써주신걸 안다. 근데 결국엔 둘다 지쳤던 것 같다. 이럴거면 아무것도 하지말라며 핸드폰과 지갑을 뺏겼고 나는 또 잤다. 몇년만에 돌아온 집이었는데, 공부하지 않고 누워있는 딸은 환영받지 못했다. 엄마가 핸드폰을 돌려주셨는데, 받자마자 나는 호텔을 예약하고 칼을 장바구니에 담아놨다. 그렇게 디데이가 됐는데 다행이건지 힘이 없어서 못나갔다. 집을 나와 기숙사에 입사하고 시간도 흐르면서 자연스레 나아졌다. 부모님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평범한 날들이 찾아왔다. 근데 또 일상에 틈이 생기자 초조해져서, 학회에 봉사에 자격증에 바쁘게 몸을 굴렸다. 학회와 학기 병행으로 방에 들어와서 자는 날이 거의 없었고, 수업에 늦을까봐 도서관에서 쪽잠을 자면서 일정을 소화했다. 고등학생 때 한번의 실패가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는걸 알아버려서 학점에 집착했고, 지금까지 매 번 장학금을 받았다. 결국 남들이 기억하는 건 숫자라는 걸 느낀 이후엔 나의 힘듦이 핑계가 될 순 없다고 생각했다. 학회가 끝나자마자 또 고시를 시작했다. 불안함을 원동력 삼아 공부에 매달렸다. 그리고 1차를 붙었다. 근데 이제 진짜 한계가 온 거 같다. 시도때도 없이 울어서 마스크 모자로 얼굴을 다 가리고 다녔고, 높은 곳에 올라갈 때마다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루만 더를 수십번 외치다가, 2차 시험까지 무사히 살아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2달을 온전히 쉬면서 즐겼다. 여행도 다녀오고 쇼핑도 하고 행복했다. 정말 열심히 놀았다. 2달을 즐기고 나니 이제 다시 공부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근데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니 또다시 무섭다. 지금의 난 우울하지도 불안하지도 않고, 맛있는 초콜릿을 먹으면 행복하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안정적이다. 근데 이미 지나간 기억들이 몸에 새겨져 자꾸만 떠오른다. 결국 버티면 지나갈 시간들인데, 어떻게 쌓아온 지금의 성과들인데 요즘의 나는 자꾸만 피한다. 솔직히 다 그만두고 싶지만, 그런 나를 누가 알아봐줄까. 쉼에는 정말 많은 설명이 필요하고, 숫자나 성과는 자유와 선택권을 주더라. 어렸을때부터 나에겐 많은 것들이 주어졌다. 화목한 가정,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 좋은 친구들, 최고의 교육기회 등등. 근데 나는 그 많은 걸 갖고도 지혜롭게 풀어내지 못해 자꾸만 스스로를 공격한다. 고등학교의 기억들이 아직도 문뜩 괴롭혀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나는 결국 합격을 얻고 또 하나의 기억을 몸에 새겼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성과들이 꽤 달콤했던 것 같다. 근데 이제 더 이상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공부하려고 마음을 다잡아봐도 공간 자체가 답답하고, 2달을 쉬었다고 그동안 어떻게 해왔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렇다고 쉬어버리기엔 그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안다. 딱 1년만 더 버텨보고 싶다. 그러면 혹시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모두가 하는 입시와 공부가 나는 왜 이렇게 힘든지 스스로가 한심하다. 근데 잘못된 방법인걸 알면서도 이렇게 쌓은 학점과 스펙을 보면 앞으로도 못 벗어날 것 같다. 솔직히 다른 방법을 모른다. 앞으로의 1년을 나는 또 버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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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프로필
이영애 코치
1급 코치 ·
8달 전
자신의 가치와 재능을 믿고 건강한 자기애로 1년을 지내시기를 응원합니다.
#노력
#성적
#불안
#타인의기대
#삶의방향
소개글
안녕하세요. 이영애 코치입니다.
사연 요약
마카님, 그동안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네요. 힘들었던 순간들도 모두 지나온 것만으로도 큰 용기였어요.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분명 큰 의미가 있으니, 자기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아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카님,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고, 그 과정에서 많은 성과도 이루셨지만 이제 그로 인해 지친 마음과 몸을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오랫동안 쌓아온 성과들이 자랑스럽고 또 중요한 것이지만, 그만큼 스스로를 돌보고 쉬어가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시겠지만, 이제까지의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으니 마카님께 맞는 속도를 찾으면서 진행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어요.
원인 분석
마카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주어진 많은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최대로 활용하려는 강한 책임감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이러한 책임감과 성과에 대한 압박은 자주 자신을 돌보는 것보다 외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 더 많은 집중을 하도록 만들었어요. 이제는 과거의 경험들이 마카님을 계속 괴롭히며, 여전히 이를 추월하려고 하면서도 스스로를 쉴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 같아요.
해결방안
그동안 관계에서 왜 상대에게 맞춰 왔는지 그 이유에 대해 먼저 고민을 해보면 좋겠어요.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관계가 너무 중요해서, 혹은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 싫어서 일수도 있죠. 그렇다면 그에 대한 이유도 있을 거에요.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우선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 나에게는 왜 어렵게 느껴졌을까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죠. 지금까지 마카님의 입을 막아왔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면 좋겠어요. 그래야 그것을 떼어낼 수 있으니까요. 거절을 하거나 분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마카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렇거든요. 특히나 화가 났을 때 이를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이 감정이 부정적으로만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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