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엄마랑 대화를 좀 했어요. 싸움이 아니라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진로|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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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간만에 엄마랑 대화를 좀 했어요. 싸움이 아니라 대화요! 늦깎이 취준생, 지금껏 쌓아온 능력이나 경험 전무. 왜이리 현재가 깜깜한지.. 그 원인을 더듬다보니 왜 대학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는지, 그렇게 무계획적이었고 미래를 전혀 설계하지 않았는지 얘기하게 됐네요. 전 원래 부모님 말 잘 듣고 공부만 하는 범생이였다가 중학교 때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거든요. 그림이요. 부모님은 많이 옛 세대 분들이셔서 무조건 공부! 공무원! 인 분들이셨고 저희집은 심지어 가난했어요. 지원이 없었고,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방해하셨죠. 중학생 땐 어쩌다 미술학원도 몰래 다녀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는데.. 학원비 문제가 있다보니 고등학생 때쯤부턴 미술 준비는 거의 못했어요. 다른 공부를 하고 다른 학교에 진학해서 편입한다거나.. 하는 유연한 생각은 굴러가지 못했어요. 진로 외에도 힘든 일들이 많았어서, 심적으로 고통스러우니 시야가 좁아지더라고요.. 그렇게 흐지부지 아무 준비도 못하면서도 그림을 그릴거야, 그 고집만 피우다가 대입이 시작할 때에서야,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애들이 학원에서 밤샘을 한다더라. 그 말을 듣는데 저는 미술학원에 다니지도 않는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아 나는 애초에 기회가 없었구나. 아까도 적었지만 시야가 좁아져있었어서 부모님의 지원이 없으니 다른 길을 파봐야겠다, 하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지라 😅.. 죽지 못해 살았거든요. 아무튼 그제서야, 대입이 시작한 후에야 미술을 포기했다. 그렇게 말하는데, 저는 의연해졌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림은 이미 접었고 취미로 가끔 그리고.. 에이 애초에 내가 그리 노력하지 않긴 했어 재밌으려고 그릴 뿐이야. 너무 오래 전 일이고 더는 원망하는 마음도 들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 말을 하는데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요. 사실 대학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그림을 포기했다는 말을 입에 담지 못했어요. 그걸 인정하는 게 괴로웠던 것 같아요. 그걸 10년이 더 넘어서 말을 하는데 아직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가 열정적이지 않았어 그냥 노는 게 즐거웠던 거야 하고 합리화하기엔 제가 많이 좋아했던 건지, 이루지 못했던 게 아쉬운 건지. 그리고 그림을 포기한 후에야 내가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해보고 나는 이게 좋았어. 라고 다른 것들을 얘기하는데 그땐 울면서 웃었어요. 그 중 하나는 아직도 좋아하거든요. 내가 정말 그걸 좋아하는구나, 그걸 꿈을 포기한 후에야 알게 된 게 웃기고 슬펐네요. 아무튼 결론은 다른 걸 준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도전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였어요.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했고, 그냥 보통 사람들이 걷는 길이 아니라 좀 다른 길이어도 내가 원하는 목표로 도착하는 길은 없는지 찾아***도 못했고, 그 꿈이 아니더라도 내가 또 좋아하는 게 없는지 나를 돌아*** 못한 그 모든 것의 업보가 지금의 접니다. 저는 정말 후회를 잘 하지 않지만 그 나날들은 후회해요. 가끔 내가 하고싶은 게 있는데 주변에서 반대해서 고민하는 학생 분들의 글들이 보여요. 제가 냅다 도전하세요! 라고 한다면 무책임하겠지만, 많은 노력을 해보시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냥 무작정 이걸 하고싶어! 하는 게 아니라 그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일에 정말 이 직업 말곤 답이 없는지..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직업은 없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해보셨으면 해요. 혹은 내가 당장 이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다른 꿈을 돌아***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요. 이제 무조건 공부만 해야해!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유형의 학교도 나왔다고 하고.. 기쁜 일이에요. 부럽습니다. 그렇다고 쉬워진 건 아니겠지만요. 응원할게요. 긴 글 읽으실 분이 있을 지 모르겠어요.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그냥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어요. 내가 꿈이 있었다고요. 나도 하고 싶은 게 많았다고요. 잊고 있었거든요. 저녁 시간이네요 다들 맛저하세요 저는 삼겹살 먹으러 갑니다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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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프로필
고주연 상담사
2급 심리상담사 ·
한 달 전
마카님 자신도 위로해주고 다독여주세요.
#진로
#과거
소개글
안녕하세요, 마카님. 마인드카페 고주연상담사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에 대해 아쉬움도 들고 후회하는 마음도 들고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들고 다양한 생각들이 드셨던 것 같아요. 이 경험들을 해왔던 마카님에게도 위로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짧은 답변이지만 조금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 사연 요약
오랜만에 어머님과 대화를 하면서 꿈이 있었던 어린 시절과 포기하게 됐던 과정을 떠올리게 된 것 같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기억이 많이 흐릿해졌겠지만 다시 꺼내보면서 많은 감정과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 원인 분석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미술이 있었지만 집안 사정과 부모님의 반대 의견으로 포기하게 되셨네요. 아마도 모범생으로 살아오시면서,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집안 사정으로 인해서 미술이 아니더라도 마카님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고 도전하기보다는 해야 하는 것들을 묵묵히 해나가는 아이로 커갔을 것도 같아요.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한 과정 속에서 많은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거나 참아왔을 수 있어요.
💡 대처 방향 제시
이미 지난 시간들이지만 과거와 현재의 마카님을 위로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어차피 열심히 하지 않았다', '부족했다' 라는 말보다 '잊고 있었지만 나 많이 힘들었구나, 그게 많이 아쉬웠구나', '내가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하지 못해서 속상했구나, 앞으로는 조금씩 하면 좋겠다' 이런 말들을 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나 앞으로도 여러 상황들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게 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을 거예요. 그 때 너무 아쉽고, 속상한 마음을 그냥 견디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내가 느낀 감정을 인정하면서 다독이는 것으로부터 힘을 얻는 것 같기도 해요. 앞으로 조금씩 지금의 마카님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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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기스
· 한 달 전
오오..!!! 좋은 일도 있고 친절한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