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날려보내고 다시 적는 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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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날려보내고 다시 적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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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사람들은 저마다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문제에 대해선 잘 모른다. 나는 9살 때부터 다리가 안좋아지며 외모와 성격이 크게 바뀌었다. 정확히는 선천적으로 발 뼈가 내부에서 뒤틀렸는데 그게 또 외부에서 보기엔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꾀병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대학병원에 가보니까 교수도 뚜렷한 답이 없이 무리가는 운동을 삼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발 뼈는 어땠을지 몰라도 성장기에 그렇게 자라니 근육이 약해졌다. 나는 그때부터 10년 넘게 계단을 한 칸에 두 발을 딛어야 오르내렸다. 안그러면 아팠으니까 매일 그렇게 살았다. 나는 살면서 많은 비난과 무시와 의심을 겪었다. 꼭 내가 아니어도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것 같다. 가족들조차 예외가 아니어서 내 아픔을 가볍게 여겼다. 아빠는 내가 의지가 부족해서 이렇다고 말한다. 심지어 나한테 장애가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동생은 자기가 나였으면 진작 고쳤을거라 말한다. 걔는 발에 염증 생겼다고 나보다 자기가 더 아프단다. 보통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였으면 달랐을거라고 생각한다. 그에 큰 영향을 준 건 아마 인터넷 매체들이 아닌가 싶다. 장애를 극복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니까 응당히 어려움을 가졌으면 극복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나도 이제 생각해보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며 틀어준 방송들은 극복한 사람들만 보여주고, 장애인이 좌절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은 한번도 안 보여준 것 같다. 나는 너무 힘들어서 극복이고 뭐고 그냥 죽고 싶다. 그리고 나한테 조언한 대다수는 나와 같을 것이다. 뜬금없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코피가 잘 났다. 기억이 확실하진 않은데 하루에 열몇번 코피가 나기도 하고, 이건 확실한데 4시간동안 코피가 안 멈춰서 학교에 오후되어서 간 적도 있다. 심지어 조금만 피를 흘려도 사람들은 놀라고 걱정해줬다. 나는 그게 우스웠다. 평소와 반응이 너무 달랐다. 나는 사람이 싫다. 세상 사는 의미도 가치도 없다. 오늘도 가족들은 나를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당장이라도 죽어서 이런 세상을 떠날 수 있다. 당장이라도 죽어서 이 몸에서 해방될 수 있다. 누가 나한테 이런저런 조언을 할 수 있을까. 누가 나한테 죽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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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글쓴이)
· 한 달 전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글을 적다가 전부 날려보냈다. 그래서 다시 4시부터 5시까지 글을 적었다. 속에 담은 것에 비해 생략한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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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새벽
· 한 달 전
@naphone 저도 새벽에 글 쓰고 올리려고 하니 사용자가 식별되지 않았다면서 다 날아가 버렸어요. 날아간 글을 떠올려 다시 쓰는 건 새로 쓰는 것보다 늘 어렵네요. 글 올리고 다른 분들 글도 읽어보고 좀 쉬다 출근해야지 했는데, 올리고 나니 지각 위기라 뭔가 제 아침을 통째로 잃어버린 느낌이에요. 힘들다는 글에 나도 힘들다는 댓글만큼 나쁜 게 없다지만, 저도 겉으로 티 나지 않게 구석구석 문제가 많은 몸이라 그 마음들이 너무 이해가 돼요. 그저 가만히 아프고 싶은 게 아닌데 나를 답답해 하는 사람들에 대한 답답함까지도요. 저는 올해 초 처음 대학병원 신경외과 진료를 봤는데, 입이 참 거칠던 의사가 제 이야기를 듣고 했던 말은 '나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당장 일 쉬고 치료에 집중하면 되는 상황인데, 휴직하기도 쉬운 직업을 갖고 이렇게 버티겠다는 건 자학이고 자해다. 온 김에 정신과 진료 보고 갈래?'였어요. 정신과 지겹도록 다니고 있다는 말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도 생각합니다. 결국, 내 속사정과 속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타인은 없는 것 같아요. 그걸 바라고 내 모든 걸 털어놓는 건 너무나 어렵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걸 이해받는 건 더더욱 어렵겠죠. 그래서 자주, 이렇게 댓글을 쓰는 것도 무의미하게 받아들여질까봐 조바심이 납니다. 죽지 말라고는 감히 말씀드리지 못하겠어요. 다 지나갈 테니 버티라는 말도요. 저 자신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들인걸요. 그저, 오늘은 덜 힘들었으면. 조금 더, 종종 이렇게 글 나눌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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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odpycu
· 한 달 전
유튜브에 법륜스님 영상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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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글쓴이)
· 한 달 전
@나의새벽 저만의 오류가 아니었나봐요.. 새벽님은 어제 하루 어떠셨나요? 저는 어제 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하루였어요. 오늘 하루는 좀 더 잘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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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글쓴이)
· 한 달 전
@dyodpycu 저는 개인적으로 스님들 말씀을 듣다보면 좀 반감같은게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도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