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실패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대인|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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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실패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BiHanN
·일 년 전
디자인 계열 일에 종사하고 싶어서 미술입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말 가고 싶은 학교들이 전부 정시에서 지원할 수 있어 이미 수시가 끝난 같은 학원 친구들은 전부 짐을 싸서 떠나고 다른 인문계 친구들은 수능과 면접이 끝나 놀러 다니고, 알바하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건강하게 행복해 하는 아이들과 다르게 저는 실기 때문에 내년 2월까지 놀 시간도 없고 돈을 벌지도 못해서 그저 할 수 있는거라곤 학원에 있는 것 뿐이에요. 아침 10시에 들어가서 밤 10시에 나와 햇빛을 전혀 보지도 못하고 여가시간을 갖거나 친구들과 놀지도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고1때만 해도 중3때 대인관계로 큰 일이 있었던 이후로부터 가끔씩 찾아와 길어도 2주 정도만 지속되고 말던 우울감이 1년 가까이 거의 매일 매일 와서는 자꾸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생각도 더 자주하게 되더라고요. 병원에도 가보려 했지만 저한테 너무 많은 돈을 써주시고 계신 부모님한테 그것까지 돈이 들어가게 하는게 너무 미안해서 결국 말씀을 못 드리고 가진 못했어요. 내가 스스로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학원에서 시험을 볼 때마다 좋지 않은 성적에 과연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가고 싶은 대학을 갈 수 있을까, 애초에 대학을 갈 순 있긴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그래도 낮던 자존감은 더 낮아졌어요. 예체능 실기는 항상 남들과 비교하고 평가하는 형식이니까요. 그리고 들어간 돈에 비해 만족스러운 결과들을 가져오지 못하니 항상 비싼 학원비에 부담스러워 하시면서도 도와주시는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해서 부모님의 눈치를 예전보다 더 보게 되니 저절로 말수도 적어지고 조용해지더라고요. 요즘엔 이제 부모님을 보기만 해도 누가 속을 발로 짓누른 것 마냥 숨이 막히고 가슴이 막 뛰고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대화할 때도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어요. 왜 이런진 모르겠지만 아마 미안함과 부담감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긴 해요. 안그래도 항상 사람들의 표정이나 말투의 변화에 쉽게 상처를 받는데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집에서 더 예민하게 그것들에 신경을 쓰다보니 가끔씩은 방에 혼자 있어도 너무 불안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가 이것과 관련은 없을 수도 있지만 최근들어 코피도 자주나고 한번나면 기본으로 10-20분 가까이 멈추지 않고 흐르더라고요. 이러다가 과다출혈로 죽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요. 이런 모습에 부모님도 조심히 저를 대해주시지만 그마저도 죄송해서 죄송하면서도 이러고있는 제가 너무 싫더라고요. 저도 대학이 인생에 전부는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걸 위해 쏟아부었던 시간들과 내가 디자인 계열을 갈거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나만 아니였다면 어쩌면 노후자금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던 부모님이 들여준 돈 때문에 저에겐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번에 대학을 가지 못하면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시간을 버리는데 썼다는 거 밖에 안되니까요. 그 과정이 의미가 있었다라고 생각이 들진 않을 거 같아요. 어쨌든 결과는 그렇게 된거니까. 잘하는 것들은 전부 예체능인데 그렇다고 재수하기엔 학원비로 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앞으로 내가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은 직종을 생각하면 전부 예술계열밖에 생각이 안나니 대입에 실패하게 되면 앞으로 어떤 멘탈로 버텨야 할 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혼자서 생각하면 그냥 딱 어떻게든 돈 모아서 부모님한테 적어도 학원비로 들어간 돈만이라도 드리고 죽어버리자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서요. 성인조차도 아직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혼란스럽고 사는게 아니라 버티는 거라는 생각으로 살아내는거면 약 7-80년 동안 이정도, 어쩌면 더한 일들이 많을 거고 그것들을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에 저 대책밖에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만약에 실패하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떻게 버텨야 하는걸까요. 살아낼 수 있을까요? 아직 정시 실기를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실패한 상황만 생각하는게 좀 웃기죠?;; 하지만 항상 무슨 일이든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대책을 미리 세우는게 습관? 이라 또 이렇게 됐네요. 근본적인 해결은 못해도 마음가짐이나 멘탈이라도 어떻게 잡아야할지 안다면 지금 상태로 마주하는 것 보다는 그래도 덜 나쁜 선택을 할 확률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쓰게되네요. 전문의의 의견을 듣고 싶어 이 글을 올려봅니다. 말하다보니 필요없는 말도 하고 한탄하는 글이 되어 버린거 같기도 하고.. 너무나도 긴 글이 되어버렸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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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uman01
· 일 년 전
힘내라는 말은 하고싶지 않아요. 더 이상 힘낼 기운도 없는데 힘내라는 말은 더 책임을 가중시키는 말 같거든요. 단지, 그동안 너무 고생많았다고 꼭 안아주고싶어요. 지금 당장은 노력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임계점에 도달하면 노력에 대한 대가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될거라 믿어요. 저는 예체능쪽은 아니고 대학원 생인데 구구절절 공감이 되서 글 남겨요. 저도 글 보면서 위로 많이 받았어요. 우리 같이 긴 터널 걸어가요. 자고 일어났을 땐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셨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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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HanN (글쓴이)
· 일 년 전
@behuman01 한탄하듯이 쓴 고민글에 작은 위로를 받으셨다니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것 같아 마음이 몽글몽글해 지는 것 같네요:) 자고 일어나서 본 이 댓글 덕분에 오늘 몇분 동안이라도 행복했어요 감사합니다. 같이 그 긴 터널을 지나 언젠간 결국 서로 각자가 바라던 결실을 이뤄내길 바라고 있을께요. 다시한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