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그냥 - 마인드카페
알림
더 보기
사연글
나의 이야기
bluinfj
한 달 전
어쩌면 나는 그냥 혼자라는 사실을 견디기 버거웠던 건지도 모른다. 나도 잘 알고 있다, 모두가 혼자이고 외롭고 쓸쓸한 존재라는 것을. 외동인 나는 어려서부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자연스러웠고, 엄마가 입원해 계시거나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신 날이면 텅 빈 집은 내 차지가 되었다. 친구와 다투고 울면서 집에 온 그날에도 집은 비어 있었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구슬픈 컬러링 소리만 들려왔다. 중학교에 가고,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혼자인 건 여전했다. 곁에 있는 사람의 수가 많다고 해서 외로움이 해소되는 건 결코 아닌 거다. 스물 다섯명 정도 되는 친구들 속에, 그들과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나는 소속되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왠지 모르게, 각자가 뿜어내는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고, 쉼 없이 뛰는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닿지 않았다, 그 무엇도. 그래서 나는 졸업식이었던 그날도, 그냥 평소처럼 뒤에 서 있었던 거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난 교실 뒤에서 그들을 지켜본 거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머나먼 타지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고, 내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먼 곳으로 와서 그런지,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그 외로움이 조금 낯설어 졌다.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외로워진 거다. 뭐랄까, 매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아니,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그 사실이 내가 지독하게도 혼자라는 것을 확인사살하는 기분이랄까. 벽과 천장이 온통 하얀 이 방 안에, 나의 소리가 아니면 그 누구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도 역시 보이지 않으며, 나의 향기가 아닌 향은 맡을 수 없다는 게 어색하고 괴롭다. 나는 웃어도 혼자 웃고, 울어도 혼자 운다. 그리고 어쩌면 그래서 나는 그의 연락이 더 기다려졌던 것 같다. 그래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그렇게 울었나 보다. 미안하게 생각하고 또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에게 너무 많은 눈물을 보였던 것을. 한편으로는 그가 부럽기도 했던 것 같다. 그에게는 친구들이 많고, 같이 식사를 할 사람들이 있고, 언제든 같이 술잔을 기울일 사람들이 많으니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적어도 나에 비해서는, 지루하고 외로울 틈이 없어 보였고 심각하고 복잡해 보이지 않았으니까. 내가 속이 좁고 옹졸한 그런 사람이라고,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만 가득한, 그릇이 작은 사람인 거지. 왜 평생을 외로웠으면서 아직도 외로움에 적응하지 못한 걸까 나는. 현관에 늘어놓은, 홀로 비워냈던 술병들이 늘어가고. 정말 웃기게도, 그리고 한심하게도, 나는 이런 내가 답답하면서도 어딘가 불쌍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었다. 가채점을 했을 땐 점수가 잘 나와서 내가 가장 잘 봤는 줄 알았는데 막상 진짜 성적은 그렇지 않았던 것에 크게 실망하고 교실에서 펑펑 울고 있었을 때였다. 내 모습을 본 어느 교과목 선생님께서는, 왜 성숙하지 못하게 어린애처럼 울고 있냐며 나를 꾸짖으셨다. 위로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아직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기억이다. 기껏해야 열 네살인 아이에게 성숙함을 기대하다니. 기억 속 어딘가에 잘 넣어놓고 있었던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도, 그게 스물 한 살인 지금에도 별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법적으로도 성인임이 맞지만, 사실은 학창시절을 벗어난지 이제 일 년이 조금 넘은 것일 뿐인데.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일은 그렇게 옷 갈아입듯 빠르고 쉽게 되는 게 아닌데. 그런데 나는 벌써 혼자 마시는 술의 맛을 알아버렸구나. 어차피 언젠가는 누구나 다 겪는 일일 테지만, 조금은 쓰다. 누군가는 중학생 때 그 선생님처럼 나를 꾸짖을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다 지나는 일에 왜 그리 유난이냐고, 성인이고 어른인데 왜 어른스럽지 못하냐고. 그러게요, 나는 왜 항상 이 모양이었을까. 고등학생 때에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너는 왜 그렇게 불만이 많냐고. 맞다, 나는 불평도 불만도 많고, 눈물도 많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하루종일 신경을 쓰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는 사람이다. 누구든 힘들게 살아가는 거 알지만, 일단 당장은 내가 제일 힘들고, 내가 가장 우울하다. 그런 정신머리로 어떻게 유학을 갔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근데 정말 죄송하지만, 나도 이런 나를 바란 적이 없다. 나도 내가 너무 싫고, 내가 너무 작고 못났고, 그리고 창피해서 숨어버리고 싶다. 단 한 번만이라도, 무엇이든 좋으니 나도 쉬워 봤으면 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로 살아가고 싶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어느 사랑을 끝내고, 그리고 알게 되었다. 괴로운 이유는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아직 내 삶에, 외로움에, 그리고 사랑에 익숙하지 않은 거라고. 그래서 괴로운 거라고. 자취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느 선생님께서, 적응은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나도 무언가에 적응이라는 걸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게 내가 죽은 이후가 되려나. 한편으로는,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고 내가 원해서 주어진 삶이 아닌 만큼, 반드시 적응할 필요도 없고, 또 언제든 그만 두고 싶으면 그만해도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래서 아직도 살아있다. 언제든 그만 둬도 좋으니까,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살아보자는 거다. 내일은 더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더라도, 오늘처럼 나쁘지 않다면 그건 그거대로 다행인 일일 테니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살아있다.
부끄러워쉬워봤으면좋겠다
전문상담 추천 0개, 공감 0개,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