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때문에 상담을 받기 두려워요
중학생 때 갑자기 wee클래스에 불려간 적이 있어요. 전교생이 참여하는 심리검사에 참여한 뒤였어요. 상담선생님께서 검사 결과에는문제가 없는데 혹시나 싶어서 불렀다고 하시더라고요. 우울증 있는 티를 안 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의아하긴 했어요.
망설이다가 누군가에게 말하면 나아질까 싶어서 상담실에서 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았어요. 담담하게 말하고 싶었고, 상담받는 순간을 수천번을 상상해왔음에도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흘러서 당황스러웠어요.
마지막에 상담선생님께 부모님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혹시 부모님을 위한 상담치료 같은 것을 소개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어요. 상담선생님께서 미안한 표정으로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거기서 아차 싶었어요. 상담선생님께 내가 곤란한 부탁을 했구나 하는 생각부터 내가 어쩌다 이곳에 온걸까 하는 생각 등 꼬리를 물고 여러 생각과 감정이 덮쳐왔어요. 가장 큰 문제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이었어요. 부모님께서 남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 법한 이야기를 내 우울증만을 앞세우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겨우 어머니께만 상담 사실을 알렸어요. 나중에 어머니께서 고등학생 때 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본인이 내과에서 처방받은 안정제 중 일부를 제게 몰래 먹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은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고 위와 같은 일 이후 단 한번도 상담을 받지 않았어요. 이제는 내가 상담을 받을 만한 자격을 가진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혐오적 감정때문에 모든 일이 두렵네요.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묻어두었던 과거를 털어놓고 나면 죄책감과 끝없이 허한 감정만 남을 것 같아 무서워요. 또 약을 처방받으면 나아질까 싶다가도 무언가에 절대로 의지하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불쑥 고개를 들기도 해요.
스트레스로 인해 이것저것 병을 얻었어요. 턱관절에 문제가 생겨 10년 가까이 통증에 시달렸어요. 편안한 상태에서 숨을 쉬기 어려웠던 적도 있어요. 고3 이후로는 이유모를 심한 두통과 가슴통증도 생겼어요.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어보니 문제없다네요. 피검사랑 위내시경 받으러 오랬는데 귀찮기도 하고 아직 안 가봤네요. 가끔 환청이 들리거나 헛것이 보인 적도 있는데 이건 입시가 끝나니까 사라지더라고요:)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해 생긴 병들이니 내 몸에게 미안하고, 고통스러워요.
오랫동안 고민하다 마인드카페에 글을 올려봅니다.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모두 터널에서 빠져나오실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