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내 마음은 착 가라앉은 잔잔하고 깊은 호수같아요.
물이 아주 살짝씩 일렁이는 고요한 호수.
초록빛과 파란빛이 은은하게 섞여있는 그 호수는..
호수 자신까지도 버거울 정도로 물을 너무 많이 담고 있어요.
정작 자신도 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많은 물로 인해 괴로워해요.
주변이 어둑어둑해지는 것도 모른채
혼자 덩그러니 빛나기를 바라요.
그러나 호수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죠.
빛을 반사할 뿐이에요.
그 빛을 호수에게 주는 게 바로..
어두운 밤하늘 위의 달이에요.
아름다운 달.
웃기죠.
사실 달도 태양빛을 반사해주는 거면서.
그래도.. 아무래도 나는 상관이 없어요.
여전히 달이 너무 소중해서.
지금 당장 나를 비춰주는 건
다름아닌 달이니까.
깊은 호수는 하늘로 올라가길 바라요.
끝없이 빛나고 또 날아서
저 하늘 달 옆의 은하수가 되기를 빌어요.
호수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믿어요.
끝없이.. 바라고 또 바라요.
모르겠어요, 언젠가.
이렇게 바라다 보면
호수가 은하수가 될 수 있을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