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감정을 피하다보니 감정 자체를 못 느끼게 돼버린 것 같습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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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감정을 피하다보니 감정 자체를 못 느끼게 돼버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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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24살 대학생입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우울증과 자해로 상담과 치료를 17~20살 3년 정도 받았습니다. 많이 나아져 자존감도 회복하고 감정조절도 잘 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자존감은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아팠던 기억이 싫어서 피하려다 보니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감정이 느껴지면 불안해하며, 무조건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해서 "지금은 술플 때가 아냐.", "어차피 사라질 감정이야."하며 감정을 미뤄두곤 했습니다. 사소한 일들은 그렇게 했을 때 금방 괜찮아지고 잊혀져서 편했고, 실제로 쓸데없는 감정낭비를 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하지만 점차 연애나 인간관계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감정을 무조건 분석해서 회피하려 하는 게 강해지고, 그러면서 감정을 인식하는 행위 자체를 스스로 차단하게 되었습니다. 슬픈 감정이 느껴져도 인지를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감정을 피하려고만 듭니다. 친했던 친구와 관계가 틀어지고도 "별 일 아냐. 어쩔 수 없는 일에 감정 쏟지 말자."며 쉽게 돌아서고, 힘든 줄도 모르고 지나다가 몇주가 지나서야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현재 남자친구에게도 알 수 없는 안좋은 감정들이 올라와 그에게 서운함을 털어놓고 싶은데 도무지 이 감정에 정의가 내려지지 않아서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인지 서운함인지 뭐 때문인지 모르겠는 감정들입니다. 그리고 계속해 이별 후를 생각하기만 합니다. 어차피 이별할거고 헤어져도 나는 잘 살아야 하니까 절대 감정 주지 말자는 마음만 듭니다. 평상시 생활을 할 때도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전혀 알지 못하겠고, 아무렇지 않은 상태를 외우듯이 익히고 생활합니다. 기뻐도 잘 모르겠고, 심지어 화도 잘 나지 않습니다. 쌓여있다 어느 순간 이유도 없이 분노가 느껴지도 합니다. 하지만 또 다시 이성으로 누르고 쌓아둡니다. 분노하고 안타까워야 할 뉴스 사건들을 봐도 "한두번도 아니고 왜 유난일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고도 감정을 정리하고 못하고, 유일하게 감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게 뮤지컬 관람이라 과소비 수준으로 공연을 보러 다닙니다. 그렇게 해야 쌓여있는 것들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쌓여온 감정들이 어느 순간 몰아서 저에게 들이닥치는데 그땐 더이상 감정의 이유도 이름도 없어서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그저 죽는 생각만 들고(정신과 치료를 그만 둔 후에도 줄곳 자살생각을 했으며 거의 일상적 사고입니다..)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계속해 글을 쓰고 공연을 보고 샤워를 하며 엉엉 웁니다. 도대체 이 감정들을 어떻게 조절해고 다뤄야 할지도 모르겠고 제가 고장나버린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 저를 통제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괜찮아질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영영 감정을 잃는 건 아닐까 두렵습니다. 상담을 받는 게 좋을까요?
힘들다의욕없음혼란스러워불안해답답해걱정돼괴로워공허해무기력해스트레스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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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p
· 3년 전
감정은 그 자체 그대로 느끼는 것이 가장 건강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되요. 누구한테 주는 것도 아니고 머리로 분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 하지만 마카님이 이런 것이 잘안되시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죠. 치료도 받아봤으나 상태가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 정말 힘드셨을 거 같아요. 글 정말 구체적으로 잘써주셨는데 그럼에도 제가 마카님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없기에 그냥 한 개인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앞서 말씀드렸든 감정은 그냥 '느끼는 것'인데 내 감정의 이름,이유를 모르겠다거나, 감정을 억압한다거나, 남자친구에게 서운함을 털어놓고 싶은데 정의가 안내려진다는 것은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사회적으로 통용이 되지않는다거나, 스스로가 받아들이지 못한다거나, 심리구조가 얽혀있어서 즉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는 감정과는 다른 것이여서 관계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계속 속으로만 쌓이고 억압하는 형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나 뮤지컬을 보면서 쌓여있던 걸 풀더라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시나 그림같은 걸로 표현을 해보면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는 힌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증상에 대해 (진짜 나랑 맞는)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인거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자신을 통제하면서 살아오셨다는 거는 너무 잘한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좋은 방법으로 자신을 마주하며 보살펴주시길 바래봅니다. 반드시 나아지는 길이 있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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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us01
· 3년 전
자기방어 같아요. 나는 나를 지켜야하니까.. 감정이 작은거에도 크게 요동치고 큰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아예 큰 감정이 오기 전에 차단해버리면 마음은 편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작성자님 말대로 한번 큰 파도처럼 감정이 덮치면 감당하기가 힘들어요.. ㅠ 그냥 내가 이만큼 아프구나 하면서 나를 위해 울어주고 불쌍히 여기고 상황과 비슷한 위로받는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감정을 느끼고 털어보는것도 좋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