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입학하고부터 내내 무기력증이 왔어요. 초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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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고등학교 입학하고부터 내내 무기력증이 왔어요. 초등학생 때는 모범생이었고, 중학교 시절엔 조금 게으른... 사실 중학교 때부터 전조가 있었어요. 혼자서 어딘가 조급해하기도 했고, 학원 일정에 끌려 다니며 조금씩 일상에 벅차다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자아를 찾아본답시고 혼자 오래 고민했던 시기이기도 하지만. 이 때의 경험이 제가 독립적인 성향으로 성장하게 된 큰 계기일 거예요. 이번에 수능을 쳤거든요. 무기력증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어요. 수능 포함 고등학교 성적을 모조리 갈았다는 얘기에요. 운도 없지, 유일하게 수시 예비1번 받아놓았던 전형에서 입학포기자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ㅎㅎ 불합격이란 소리예요. 사실 무기력증만 아니었다면 쳐다도 안 봤을 대학이지만... 제가 3년 내내 무려 초등학교 시절보다 공부를 덜 했던 건 사실이니까요. 무기력증. 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어요. 음... 지금도 이 정의가 맞는지 모르겠긴 해요. 우울증은 아닌데, 비슷했어요. 영문도 모르고 그저 지쳤구나, ...나는 우울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데. 그렇지만 이상할 정도로 의욕이 나지 않는 걸. 생각하기만 반복했어요. 이대로라면 입시 망할 거 뻔히 아는데도, 이성적으로는 나도 좀 진취적으로 움직이고 싶은데도 마음이 전혀 따라주지 않았어요. 강박... 비스무리한. 정신적으로 어딘가 몰려 있는 느낌. 필요 이상으로 머리를 굴려요. 분명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일단 굴려서 멍하고 피로한 상태를 만들어요. 이제 진이 다 빠지는 거예요. 그런데 굴러가는 머리는 계속 깨어 있고. 이 상태가 상시 유지돼요. 수업을 듣다가, 공부하다가 저도 모르게 정신을 놓았어요. 잠든다기보다... 정말 정신을 놓아요. 머리를 극도로 굴려서요.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기절 비슷한? 황당하죠. 주위에선 다 그냥 존다고 생각해요. 정말 순수하게 졸았던 적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게 아니었던 적이 훨씬 많았을 거라 느껴요. 이렇게 된 데에는 제가 생각이 정말 많은 편인 것도 있겠지만,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저는 확신해요. 어릴 적부터 줄곧 부모님께 심적으로 의지하지 못했거든요. 성향이 맞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많이 둔하세요. 직설적이고, 욱하시고. 교육, 성장이라는 것에 깊게 고민한 적 없고 심리, 정신건강 등등에 무신경한. 위로 한 번 받은 적 없고 질책은 많이 받았어요. 저를 사랑하시는 건 맞아요. 마음 쪽에 무신경할 뿐. 하필이면 제가 이런 쪽에 섬세한 성향이었던 거죠. 직격타... 쉴 곳이 없었어요. 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하교하면 꼭 부모님이 저를 보잘 것 없는 이기적인 불효자로 만들곤 했어요. 방에 들어가서도 방음이 안 돼서 맘껏 소리치거나 울지를 못했어요. 억눌린 기분이었죠. 예고없이 벌컥 문 열고 부모님이 들어오셔서 헤집고 가는 일도 자주 있었으니 집은 절대 편한 공간이 될 수 없었어요. 남들 시선을 쓸데없이 신경쓰는 편이라, 맘먹고 혼자 노래방에 가서도 크게 노래하지 못했어요. 하물며 거리에서는... 아무튼 온전한 제 공간, 쉼터는 없었어요. 이런 무겁고 해결책 없는 얘기를 같이 입시중인 친구에게 털어놓기엔 너무 미안하잖아요. 걔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테고. 주변에 마땅한 어른도 없었고. 시행착오를 거쳐 찾아낸 온라인 청소년 상담에다가 텍스트로 정말 가끔 털어놓았어요. 해소될 리가 없죠. 답답하고, 무력하고, 원망스럽고. 화가 쌓였던 거죠. 실은 고2 1년 동안 친구 감정 쓰레기통 노릇도 해줬었거든요. 많이 몰렸었어요. 아무튼 무기력증 그런 게 3년 내내 지치지도 않고 도졌던 건 정신적으로 쉴 틈이 없기 때문 아니었을까 해요.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정시로 간당간당하게 넣을 대학이 집하고 많이 멀거든요. 제발 좀 합격해서 기숙사로 도망가고 싶어요. 부모님은 벌써부터 네가 기숙사라니 걱정돼서 보내겠냐, 너는 절대 멀리서 못 견딘다 뭐 그런 소리를 하고 계시지만. 제 생각엔 자취든 기숙사든 집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재수가 저에겐 제일 최악이죠. 집에 최소 1년 더 매여 있어야 하니까요. 그것도 더더욱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사실 수능 치고 나면 좀 멀리 혼자서 국내여행 좀 하고 싶었어요. 제 주변과 멀리 떨어져서 쉬고 싶었단 소리예요. 코뭐시기 때문에 어림도 없었지만. 하필 수능 며칠 전부터 크게 난리날 게 뭐람. 집에서 숨막히겠어요. 이젠 정시 합격 말고는 벗어날 방법이 없는데. 그것도 대학이 부모님 성에 안 찬다고 원서 안 써주시면 답도 없이 재수예요. ㅎㅎ 자기 싫어서 적어봤어요. 아 무기력하다. 집을 벗어나면 좀 의욕이 날 것 같은데.
답답해외로워스트레스무기력해의욕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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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gwu
· 3년 전
글을 읽으면서 '혹시 예전에 내가 썼던 글인가?'하고 의심했을 정도로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서 조금 놀랐습니다. 저는 중학생때는 조금 게을러지긴 했지만, 어쨌든 성적이 우수한 편이었던 덕분에 공부 좀 잘한다는 친구들이 가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었는데요. 입시에 치이면서 무기력증이 찾아왔었어요. 작은 독서실 안에서 학원 숙제며 학교 수행평가들을 해치우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렇게 사는 이유가 뭔가?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마카님처럼 자아탐색의 시간을 가졌던 것 같네요..ㅋㅋ 그래서 저도 그닥 좋지 못한 대학에 가게 됐고, 좋은 학교에 가게된 친구들과 절 압박하는 가족들 탓에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어쩌면 무책임하게도 느껴질 수 있고, 뻔하게도 들리겠지만 시간이 약이었어요. 가족들이 내 편이 아니니, 내가 내 편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유치하게도 들리지만 잘 버텼다, 잘했다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 스스로를 위로하고 칭찬해줬어요. 깊은 고민에 빠질 것 같은 때마다 아직 스무살인데 뭐가 늦었다고! 지금부터 초등학교 다녀도 서른세살에 대학 입학하는데! 하는 과하게 긍정적인 생각도 해줬습니다ㅋㅋ 수능 후에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좋아하는 것도 잔뜩 보면서 열심히 쉬어줬고요. 지금은 편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쉬면 그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더라구요. 사실 학교보다는 본인이 미래의 좌표니까요. 지금은 이미 끝난 대학 결과보다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은 이 다음의 도약을 위한 잠시간의 웅크리기일테니까요.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요. 잘 하셨어요. 괜찮아요.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