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우는 거고, 웃으면 웃는 거지 난 울면서 웃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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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66Hope99
·3년 전
울면 우는 거고, 웃으면 웃는 거지 난 울면서 웃는 게 안 됐었는데. 고1 학기초 처음으로 진심으로 죽고 싶었던 날. 반배정이 중딩때 나 은따시켰던 애들이랑 되서 또 지긋지긋한 삶이 고딩때도 반복되겠구나 싶어서 절망적이었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죽고 싶었다. 그때는 적어도 미래를 희망차게 기대하는 게 가능했던 때다. 근데 그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면서, 죽고 싶었다. 처음으로 절망적인 미래가 그려지는 경험을 하게 됐고, 난 그걸 견디지 못했다. 집에 와서 내 머리를 반복해서 벽에다 박고 머리카락 쥐어뜯고 주먹 쥔 채 머리를 때리는 자해를 하고 있을 때, 그걸 지켜보시던 엄마는 슬픈 눈을 하고서 떨리는 목소리로 왜 그러냐고 계속 물으셨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마가 아끼던 검은 패딩을 입고서 아빠가 사주셨던 작은 mp3와 이어폰, 핸드폰을 챙겨든 채 평소 자주 걷던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향해 미친듯이 웃으며 달렸고, 그렇게 뛰다 지쳐서 걷기 시작했다. 도로의 끝에 가서는 '저기 누우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패딩 모자를 뒤집어쓴 채 누워있었다. 뭔가 일탈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추운 날이었다. 하늘은 유독 파랬고, mp3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을 감상하며 잠시 미친 사람 놀이를 했다. 다 놓아버리니까 편안했다. 그러다 위험하다며, 아프냐며 나를 방해하시는 아줌마 두 분과 할머니 두 분이 오셔서 일어나긴 했지만. 그마저도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된 계기였다. 일어나서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을 걸어오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엄마에게 문자 6통인가 8통이 왔다. 그깟 애들때문에 무너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네가 달라진 모습을 오히려 애들한테 보여주라고. 난 그 문자메시지를 채 읽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막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때가 처음으로 '울면서 웃는 게' 가능해졌던 날이다.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복잡해도 그걸 단번에 이해하게 된 날. 그 눈물의 의미는 엄마를 아프게 한 것에 대한 죄송함이었으며, 웃음의 의미는 날 신경써주신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다. 내가 죽을만큼 힘들다는 걸 알고 날 신경써주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에 대한 감정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참 신기하다. 그땐 그토록 절망적인 미래를 견디지 못했는데, 이제는 희망찬 미래를 그리지 않고서도 그냥저냥 일상처럼 살아간다는 것. 이유는 '처음'이라. 처음이니까 경험이 없어서 더 크게 다쳤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많겠지만 잘 버티고 치료받으면 나아질거라 믿고 싶다. 그날 내가 깨달은 것은 세 가지다. '사람은 아무것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죽고 싶어지는구나.(사람이 가장 힘들 때가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구나.)', '생각보다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많구나.' , '사람이 정말 슬픈 날에는 이렇게 하늘이 깨달음을 하나씩 주시는구나.' 그 날 이후로 성인이 된 지금도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죽음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순간이 앞으로 또 오게 될 텐데 그래도 내가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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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phone
· 3년 전
날 죽이지 않는 모든것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 전 이 글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