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다면 난 죽어버릴 것 같아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수면|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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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한다면 난 죽어버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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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12월 17일 수면 유도제를 너무 많이 먹어서, 응급실에 실려왔다. 2통 먹었을 뿐인데 심정지가 올 뻔했다. 심장이 도저히 잘 뛰질 않아서, 각성제를 맞았다. 동시에 해독제도 링거를 통해 맞았고, 피검사도 했다. 주삿바늘이 10번 이상 꽂혔다. 아프고 이런 나 자신이 너무 수치스럽다. 결국 나는 살게 되었다. 12월 18일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보호자로 엄마도 있었다. 나는 죽지 않고 살아서 일단 안도감이 들었다. 반대로 애매하게 살았다는 이유로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어젯밤은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결국 이 날에도 울다가 잠에 들었다. 12월 20일 폐쇄병동 사람들과 친해졌다. 덕분에 잠시라도 웃을 수 있었는데, 수면마비에 5번 이상 걸렸다. 잠드는 것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수면 직전 몸에 힘이 풀리는데, 그 느낌은 내가 수면 유도제를 먹고 졸도하기 직전의 무기력과 닮았다. 잠드는 게 너무 무서웠다. 12월 21일 언니들은 나에게 희망을 줬다. 그러나 병원밥이 맛없어지고 속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러나 식사를 다 먹으려 애썼다. 눕고 싶은데 산책도 억지로 하고, 그림도 무리해서 그렸다. 그래야 교수, 레지던트가 나를 신뢰한다. 활발한 사람을 잘 평가하니까. 내 뺨을 후려치고 싶은데, 그러면 CCTV로 바로 들키니까. 나는 머리를 묶는 척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이다. 캐럴 노래를 듣는데 자꾸 슬퍼진다. 병동에서 자주 돌아다녀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근데 난 부지런한 사람 아닌데. 눕고 싶다. 또 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 수면 유도제 4통이 아직 남아있고, 아마 부모님은 그걸 모르실 것이다. 12월 27일 엄마가 폐쇄병동에서 드디어 나가게 되었다. 나는 보호자 없이 홀로 남았다. 잘 되었다. 나는 볼펜을 분해해서 스프링을 얻었다. 이걸로 자해하되, 만약 들키게 된다면 종이로 그었다고 거짓말할 것이다. 그래야 일이 쉽게 무마된다. 하혈을 했다. 12월 28일 5시간밖에 못 잤다. 밥 먹으면 속이 울렁이는데 공깃밥의 절반 이상을 먹는다. 물론 좋아하는 메뉴라면 좀 더 먹기야 하지만. 밖에 나가기 싫어서 병실에 있는데 눈물이 났다. 퇴원하면 진짜 죽는구나. 그런 나를 보고 같은 병실 언니가 내 등을 토닥여줬다. 미안해요. 12월 29일 병동인데, 자해를 계속하게 된다. 환각이 너무 심해졌다. 밥을 먹는데 공깃밥에 눈알이 숨어있다는 망상이 생겼다. 구역질을 했다. 정신이 피폐하다. 사람들 만나는 게 겁난다. 하혈하는데 양도 많고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졌다. 피곤하다. 레지던트는 나를 면담실에 불렀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퇴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레지던트는 12월 31일 내로 나의 퇴원을 고려하기로 했다. 참 잘 됐네. 부모님과 마지막으로 하루를 더 보낼 수 있다. 빨리 퇴원해야지 신정 이후엔 숨겨둔 수면 유도제 4통을 꼭 먹어야지. 이미 심장은 후유증으로 약해진 상태이다. 4통을 먹으면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 확실하다. 교수님과 레지던트는 내가 안색이 좋아졌다며 기뻐한다. 미안하게도, 나는 기회만 된다면 죽을 것이다.
우울무기력해실망이야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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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
minimi0
· 3년 전
어떤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게 자기를 스스로 몰아붙이시는 건가요?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갖고 계신 거 같은데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