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성추행|학대]
알림
심리케어센터
마인드카페 EAP
회사소개
black-line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
비공개_커피콩_아이콘비공개
·3년 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사촌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했어요. 온 가족이 함께 있던 방이고 모두 잠든 새벽이었어요. 눈을 뜨면 앞에는 할머니가 있고 뒤에는 오빠가 나를 만지고 있는데, 이 상황이 왜 이리 무력한지. 내가 모두를 깨우면 오빠가 야단을 맞고 쫓겨날 것을 어린 나이에도 알고있었지요. 저는 가만히 있었어요. 그는 여성의 모든 치부를 손가락으로 들쑤신 뒤 오천원 두 장을 받으라 속삭였어요. 어린 마음에 순간 그 돈이 욕심이 났어요. 큰 돈이니까요.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양심이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직감했기 때문이에요. 그 상태 그대로 잠에 들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햇살이 얼마나 눈부시던지. 우연찮게도 그가 지갑에 돈을 회수하는 모습을 보았지요. 뻘쭘한 몸짓과 죄를 아는 표정. 그 이후로 가족 모임에서 그를 본 적이 없었어요. 저를 잘도 피해다녔죠. 저는 거리낄 것 없이 할머니 댁에 놀러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그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심장이 왜 그리 벌렁거리던지... 마치 내가 죄를 지은 것 처럼요. 게다가 성추행 이후로 이상한 성벽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 추한 사람, 더러운 사람을 생각하며 연애가 아닌 성적으로 학대받는 모습을 자주 떠올렸어요. 그것이 쾌락이고 기쁨이기 보다는, 그런 일을 겪었던 저에게는 '그런 상대'와 '그런 대우를 당하는 자신'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더렵혀진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던 순진한 시절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었고, 또래의 남자와 연애를 하는 상상은 하지도 않았어요. 관심도 없었고. 어느 날인가, 술 마신 아버지께서 제 방문을 벌컥 열었어요. 한점 부정한 의도 없이 딸이 생각나서 보러 온 모습에, 사지가 벌벌 떨렸어요. 공포영화를 보듯, 악몽 속에서 살인마에게 쫓기듯 시꺼먼 불안이 순간을 장악했어요. 크게 화를 냈던 기억이 납니다. 왜 여자 방 문을 벌컥 여냐고. 남자가 주변에 있을 때 맨살이 보이거나, 제게서 여성적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떠올랐어요. 그 이후로 하루에 6시간 이상을 불안을 떨쳐내는 생각을 하거나, 기이한 망상을 하는데 소모했어요. 미칠 것 같았고, 아무것도 모르던 과거가 너무 그리웠어요.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런 기이한 강박과 성벽에 빠지지 않았을까. 더욱 무력했던 것은 어머니께서 저의 순결을 은밀히 걱정하는 모습에, '설마 그 일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확신과 배신감.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사람에게 어떤 위안과 기대를 바랄까요. 같이 눈을 감을 수 밖에. 저는 여전히 기이한 성벽에 시달립니다. 절대 '그런 식의 만남'은 가져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 모든 것을 망치고 죄의식에 침몰하다 못해 죄에 빠지게 될까 걱정이네요. 약을 먹어도 그 순간 뿐입니다. 10년이 넘은 습관을 순간 바꿀 수는 없겠지요.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따지다보면 원망하거나 미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심지어 나를 희롱한 그 사람에게도 여러 상황이 있었겠죠. 하지만 내가 힘든 것은 맞고... 괜찮다고 합리화를 하다보니 화가 억눌려 이상한 방향으로 표출되는 것 같습니다. 논리에서 벗어난 생각, 자기 비하 등등.. 저는 사실 그 상황을 원망하고, 분노하고, 대응하고 싶었나봐요. 하지만 모든 어른들이 잠들어있던 그 방에서 조용하고 무력하게 침략당하는 제 모습이, '어떤 발버둥도, 외침도, 아무것도 소용 없어.' 이런 생각을 갖게 하네요. 최초의 경험이란 참 무서워요. 정리가 된 것 같고, 잊혀진 듯 하면서, 다시금 혼란스러워져서 글을 써봅니다. 저는 이십대 중반입니다.
콤플렉스불안해부끄러워답답해충동_폭력불면괴로워트라우마자고싶다무기력해우울해스트레스
지금 앱으로 가입하면
첫 구매 20% 할인
선물상자 이미지
댓글 2가 달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abcd6104
· 3년 전
안녕하세요 사연 잘 읽어봤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신 거 보니 충격이 꽤 크신 것 같아요! 부모님께 꼭! 말씀드리고 심리 상담을 해보시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별 힘은 못 드리지만 힘내세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
aaafj
· 3년 전
어릴 적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아직까지 괴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글을 봤을때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 같은데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아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ㅠㅠ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