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수능 성적표를 받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진로|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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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생각해보면 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수능 성적표를 받은 오늘까지 부모님께 제대로 된 칭찬을 받지 못한 것 같다. 초등학생 때는 성적표에 도장을 받아오는게 필수였기에 부모님께 성적을 보여줬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저학년때는 사회에, 고학년때는 수학에 특히 취약했던 것 같다. 난 벼락치기파였기에, 공부는 집에서 잘 하지않았고 전날에 학원에서 죽기살기로 하곤 했었다. 암기에 유독 재능이 있었던 나는 그렇게 공부를 해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말했듯 난 사회에 취약했고, 100점을 받은 과목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60점대를 맞던 사회는 늘 내 약점이었다. 초등학교 성적표에는 부모님의 소견을 묻는 칸이 있었는데, 성적표를 제출하기 전 몰래 그 칸을 보면 늘 같은 말이 적혀있었다. 다른걸 잘하긴 해도 사회를 못하니 좀 그렇다. 사회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 철부지였기에 그때의 심정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난 그 말에 꽤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사회를 죽어라 파서 100점을 받았으나, 고학년때는 수학이 말썽이었다. 셈이 간단하고 수식 암기 위주였던 저학년때와 달리 응용과 원리이해가 위주였던 고학년때 내 수학점수는 크게 떨어졌다. 6학년 1학기에 100점을 받긴 했지만 2학기에 다시 점수가 크게 떨어졌다. 그 뒤로 수학점수는 점점 떨어지기만 했다. 성적표에는 또 다른걸 잘하는데 수학이 좀. 수학을 어려워하나봐요. 이런식의 소견이 달렸다. 사회와 달리 수학은 극복하기 어려웠다. 암기 위주의 공부법이었던 내게 응용은 너무 힘들었고, 가만히 앉아 끝도없는 수학문제를 푸는 일은 내게는 너무 고문같았다. 내게 문제가있는게 맞긴 했다. 난 항상 벼락치기를 했고, 공부에 특기가 있는것도 아니었다. 집에서 맘잡고 공부를 한적도 없으며, 의지가 부족했고, 나태했고, 엄마말대로 멍청했을지도 모른다. 시험기간까지 정신을 못차리다가 벼락치기로 점수를 끌어올리던 내게 수학은 약점일 수 밖에 없었다. 수학은 벼락치기로 점수를 올릴 수 없는 과목이었으니까. 중학교에 들어가고, 역시나 다른과목들과 수학은 크게 점수가 차이가 났다. 평균점수를 갉아먹던 과목도 수학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 성적표를 받고 엄청 울었다. 수학 점수가 너무 낮아서 그랬다. 학원에서 신발을 갈아신다가 그자리에서 서러움이 폭발해 엉엉 울었다. 그 뒤로 난 수학을 포기했다. 다른애들이 어쩌다 내 성적을 보고 니 점수 맞냐고 의문을 가질정도로 놔버렸다. 수학을 못했던건 내가 멍청했기 때문이었다. 성적이 높으면 무조건 똑똑한줄 아는 친구들이 이해가 안됐다. 난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지도 않고 그냥 무작정 외우기만 했다. 글씨 한 톨 빼먹지않고 무식하게 외우기만 했다. 친구들이 공부잘하는법을 물어보면 그냥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라고 했다. 난 그냥 교과서를 스캔한 기계같은 존재였는데, 성적이 높다는 이유로 다들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응용문제나 원리를 물어보면 대답도 못했는데. 어쨌든 난 중학교때부터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주지 않았다. 부모님은 그에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시험어땠어? 잘 친것같아. 이 이후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수학점수를 잘 못받은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 엄마는 또 똑같은 말을 할테니까. 다른건 잘하는데 왜 수학을 못하는지...그 말이 싫었던건 그게 칭찬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학은 못하지만 다른걸 잘하네요. 다른걸 잘하지만 수학을 못하네요. 엄마는 이 둘의 차이를 알았을까? 엄마는 내게 칭찬보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수학점수에 정신이 팔려 다른과목 점수가 어떤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너 수학점수가 이게뭐냐? 수학은 너무 어려워서 그랬어. 그래도 딴것들은...넌 수학머리가 없어서 큰일이다. 수학을 못해서 나중에 뭐가될래? 다른과목에 내가 들인 노력들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엄마는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내 성적을 크게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가끔 성적표를 보여달라고 했다. 아빠도 엄마와 비슷했다. 수학점수가 낮으면 잘했네,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다른과목 점수가 얼마나 높은지, 그 점수를 받는게 얼마나 힘든지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낮은 수학점수를 커버하려고 다른 과목들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 노력들이 부모님 눈에는 안보이는것 같았다. 그래서 성적표를 숨겼다. 집에 가져가지도 않았다. 기억상, 중학교 3학년때는 또 어쩌다가 수학점수를 잘 받은것도 같았다. 그땐 집에서 조금 공부를 했었는데, 늘 50점을 받다가 90점대를 받았다. 아마 그때도 난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성적을 얘기하기가 싫었다. 고등학생때 수학점수는 최저를 찍었다. 난 완벽한 수포자가 되었고, 성적표는 여전히 집에 가져가지 않았다. 물론 나도 대학은 가고싶었기에 다른과목들로 수학을 커버했다. 석차와 등급이라는게 눈에 보이게 되면서 좌절감은 더 심해졌다. 이제 대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되면서, 부모님은 내가 서울인근대학을 가길 원했다. 난 황당했다. 서울대를 갈 아이들은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있고, 빵빵한 스펙과 경험으로 무장했었다. 난 그저 겉만 똑똑해보이는 멍청이였다. 아마 부모님이 그런 억지를 부리게 된 데에는 내 잘못도 있을거였다.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았기에 내가 똑똑하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고등학교 입학부터 고3이 될때까지 난 부모님께 내가 멍청한 인간임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서울대는 그저 당신들의 욕심일 뿐이고, 난 수학도 못하는 멍청이라며 자기자신에 대한 욕을 해야했다. 부모님은 어거지였다. 내 성적도 모르면서 넌 똑똑한 애라고 주입시키려고 했다. 내 성적도 모르면서, 그걸 궁금해하지도 않았으면서, 입시는 어떻고 수시나 정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등급을 어떻게 매기는지도 모르면서, 부모님은 서울대를 강요했다. 부모님은 대학입시에 무지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똑똑한 애들은 무조건 가는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듣질 않았다. 내게는 자소서를 채울 경험도, 스토리도, 스펙도 없으며, 다른걸 다 잘해도 수학을 못하면 나가리다. 난 똑똑한게 아니라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이다. 상위권에 턱걸이로 매달려있을 뿐이다. 피력할수록 부모님은 내게 실망했음이 틀림없다. 내 성적에 대해, 입시에 대해 극단적으로 설명한 지 3년정도 지나자, 조금이나마 입시에 대해 무언가 알게된듯한 부모님은 술에 취해 내게 말하곤 했다. 그나마 니가 우리집에서는 좀 똑똑한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닌가봐? 고3때 내가 들었던 말이었다. 대학에도, 입시에도, 내 고3생활에도 딱히 관심이 없었던 부모님은 이런 말들로 수험생이었던 내 정신을 좀먹곤 했다. 내가 뭘 잘하면 그래봤자 서울대도 못가는데, 하고 비아냥거리곤 했고, 뭘 못하면 니가 그래서 서울대를 못간거다, 하고 비난했다. 칭찬과 비난의 중심에는 늘 서울대가 있었다. 아빠가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내뱉은 말들의 90%는 너 그러면 서울대갈 수 있겠네? 였다. 그게 칭찬이라고 생각했을까. 학교에 다니는동안 난 내 성적에 대해 순수한 칭찬을 듣지 못했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오히려 내게 칭찬을 해주며 내 노력들을 알아줬다. 부모님들은 내게 관심도 없으면서 서울대라는 말로 날 압박하기만 했다. 난 수험생 기간동안 공부와는 다른이유로 정신이상이 생겼다. 부모님들은 늘 힘들다는 이유로 내게 폭언을 했다. 고3때는 원래 다 챙겨주고 그러길래 나도, 최소한 나를 내버려둘 줄 알았다. 매일 술에취해 날 갈구고, 욕하고, 힘들게하고, 죽어버릴거라고 협박하고, 우울해하고, 내게 모든걸 떠넘길줄은 몰랐다. 학교에 있는게 더 행복했다. 밤늦게까지 야자를하는것보다 돌아간 집에 술에취한 부모님이 있는게 더 힘들었다. 난 가끔 부모님께 소리를 지르고싶은 충동이든다. 난 내가 멍청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내 자존감을 좀먹으면서까지 정신승리를 하려고 애를 썼는데, 다시보니 이딴 집구석에서 나같은 영재가 태어난게 기적같다. 책상도 없는 집구석에서, 내가 부엌에서 책을 피고 공부할동안 당신들은 뭘 했냐. 내 진로에 관심을 가지긴 했냐, 학교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한번 참여해보길 했냐, 내 고민을 들어주길 했냐, 다른 애들 부모님들처럼 입시를 적극적으로 공부해보긴 했어? 어떤 대학이 있는지 찾아보긴 했어? 내가 공부하고있는데도 술상을 차리고 밤늦게까지 퍼마시다 기절하듯 잠든게 일상이면서. 수험생기간동안 집안일은 나몰라라해서 내가 공부할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집안일을 했는데. 수능 전날까지 난 빨래나 개키고 있었는데. 당신들은 뭐가그렇게 잘났길래, 얼마나 헌신적인 부모였기에 내 성적을 갖고 농간을 해? 내 성적을 비웃어? 왜 서울대를 못갔느냐고 욕을 해? 뭘 그렇게 잘해줬는데. 내가 서울대 갈 수 있게 무슨 지원을 해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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