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실패 후 폐쇄병동 입원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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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실패 후 폐쇄병동 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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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1월 17일 나는 우리 집 주변에 약국 7곳 정도가 있는 걸 알았다.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수면 유도제 60정, 타이레놀 8정을 구했다. 나는 추락하는 노을을 보며 수면유도제 20정을 들이켰다. 그리고 유서를 계속 쓰려 했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돌았다. 일어나니 땅바닥이 아닌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걸어보니 몸이 앞뒤로 심히 흔들렸다. 기어코 땅바닥에 퍽 쓰러졌다. 남은 수면유도제 40정을 먹을 기력이 없었다. 헉구역질이 났다. 혀가 꼬여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내 몸은 보일러도 틀지 않은 바닥보다 더 빨리 식어가고 있었다. 손을 보니 거무죽죽해졌다. 박수를 쳐봤는데 감촉이 없었다. 찬 기운이 재빠르게 스며들었고, 시체가 된 느낌이었다. 나는 바닥을 기었다. 겨우 침실까지 도달하였으나 세상이 빙빙 돌았다. 장마처럼 쏟아지는 졸음. 정말 눈을 감으면 죽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눈을 뜬 채로 기절하고 말았다. 1시간 뒤 엄마는 직장이 끝나고 돌아왔다. 침대 위에 눈을 뜨고 늘어진 나를 봤다. 엄마는 그렇게 졸렸냐며 나를 깨웠다. 온몸을 떨며 발작하는 나를 보고 엄마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내 얼음장같은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울었다. 그리고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첫 대답을 했다. "어렸을 때 나는 참새를 만들다. 옛날엔 먹어먹어." 말을 더듬으며 논리는커녕 옹알이에 불과한 단어를 나열했다. 엄마는 픽픽 쓰러지는 나를 붙들었다. 와중에 나는 엄마를 보며 울었다. 검은 입술, 갈라지는 피부, 시체와 다름없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나는 충격받았다. 난 엄마를 필사적으로 밀어냈다. "엄마 제발 엄마부터 챙겨! 얼굴이……." 엄마는 손거울을 꺼내서 자신을 본다. 그리고 내 얼굴을 잡고 똑바로 말한다. "잘 들어. 네가 보고 있는 건 환각이야. 엄마 얼굴 괜찮아. 평소랑 똑같아" 나는 거짓말이라고, 통곡하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엄마는 주변에 사는 친척들을 다 불러 도움을 받았다. 절뚝이는 나를 겨우 차에 태우고 삼촌은 세브란스 병원을 향해 운전했다. 나는 쉴 새 없이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나가버린 것이다. 수 십 마디를 뱉어냈는데. 정작 나 자신은 한 마디만 해도 그 말을 까먹어버렸다. 엄마와 삼촌은 나를 부축해 응급실로 갔다. 심전도 검사를 했는데, 여러 번 오류 판정이 났다. 심장이 너무 느리게 뛰는 것이다. 심장이 뛰는 것에 도움이 되도록 주사를 놓아도 오류 판정이 났다. 사경에 이르기 직전이었다. 엄마는 울먹이면서 살려달라 했다. 나는 온몸을 떨었다. 그 상황에서 머리 쪽도 검사했는데 수면 상태에서 더는 벗어나질 않았다. 나는 겨우 간호사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약을 먹었어여……." "몇 알?" "스무울……." 엄마는 내 핸드폰 갤러리를 뒤졌고, 수면 유도제가 한 뭉텅이 찍혀있는 사진을 찾았다. 쿨드림, 제로민, 단자민 수면 유도제들이 널브러진 사진. 오후 4시 30분부터 그걸 먹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피검사를 하고 해독을 하기 위해 나의 온몸에 주삿바늘이 꽂혔다. 13개의 바늘자국이나 지금 몸에 남아있다. 헛소리를 7시간씩 하며 정신이 왔다 갔다 하였다. 18일 오전 10시가 되어, 나는 안정을 조금씩 차렸다. 심장도 다시 원래대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휠체어에 타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졌다. 몸을 가누는 게 살짝 버겁지만, 뇌 손상은 일어나지 않은 듯하다. 나도 참 한심하다.. 40알을 먹었더라면 내 심장은 완전히 멈췄을까? 다시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 근데 한편으로 살고 싶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짜증나공허해우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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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warm
· 3년 전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별 후유증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가슴속에 있을 여러 상처들고 진정되고 아물었으면 좋겠네요. 제가 글쓴이분에 대하여 하나 아는 것 없고, 구구절절 조언하는 것은 실례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적겠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시면됩니다. 글쓴이 분께서 그토록 잡고 싶고 잡고 있었던 것들을 아마 별거 안되는 것들 일겁니다. 몸이 죽어가고 마음이 식어가는데 궂이 그런 고통과 압박을 감수하면서 까지 어렵게 붙들어 맬 필요없습니다. 자살시도를 시도하기 전까지 얼마나 큰 두려움에 휩쌓이고 고민했을지 그 만큼 고통 스러웠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지만 그 또한 느낌조차 들지 않는 듯합니다. 다 내려놓고 편해져도됩니다. 다시 도전할 기회는 있으니까요. 극단적 선택보다는 휴식을 택하여 마음을 진정 시켜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몸이 하는 말과 마음이 하는 말에 귀를 귀울여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혼자서 아니면 가장 믿는 친구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자 불행인지 행운인지는 모르지만 아니 분명 행운일 것임을 확신할 수 있는 이 두번째 인생의 기회를 부디 끊을 놓지 마시고 여유롭고 강렬히 살아보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본인이 중요한 사람인지는 본인 판단이지만 그 누구에게라도 단 한명이라도 글쓴이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있을 것입니다. 그 만큼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받을 가치있는 사람이니 손에 쥐고 있는 칼을 놓아주시기 바라겠습니다. 살아주시고 당신의 앞날이 항상 꽃밭이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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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rry
· 3년 전
어머니가 빨리보고 병원에가서 당행이네요... 그리고 살아게셔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