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의 가족 외에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육아|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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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는 현재의 가족 외에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인 걸까? 나는 30대 후반이고 모쏠이다. 이성에게 계속 관심이 있고 연애를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게 아니라 나는 20대 초반이 지난 후부터는 쭉 연애란 것에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보이면 오히려 피해 다니고 어떻게든 관계를 진전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먼저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람은 만나 본 적이 없다. 자발적 비연애자로 살아온 것에 후회는 없다. 외로움을 타는 성격도 아니다. 혼자서 아주 오랫동안 유학을 했지만 외로워서 힘든 적도 없었다. 이런 성격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나는 아마도 무성애자인 데다가 굉장히 독립적인 성격인 것 같다. 주위의 친구들은 다들 결혼해서 애를 둘쯤 낳았고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나는 연애에 관심이 없는 것 이상으로 결혼에도 관심이 없다.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이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나는 도저히 저렇게 못 살겠다, 왜 굳이 결혼해서 저렇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언젠가는 결혼을 할 거라는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신 것 같다. 특히 엄마는 그 언저리의 화제만 나와도 결혼 얘기를 하신다. 그렇다고 무조건 빨리 결혼을 하라고 닦달하시는 건 아니다. 어차피 그렇게 해 봐야 안 먹힐 걸 아시니까. "혼자가 편하고 좋은 건 지금 젊고 건강하고 부모도 살아 있으니까 그렇지, 엄마 아빠 다 죽고 너도 나이 들어서 병들면 남편도 자식도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하는 게 요즘의 설득 패턴이다. 나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여러가지로 반박하면서, 내가 혼자 살고 싶어서 혼자 사는 거니까 그 선택의 결과는 내가 감수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얼마 전에 엄마가 눈에 이상이 생겨서 수술을 하셨다. 나흘 정도 입원하시는 동안 대부분 아빠가 병실을 지키고 엄마 간호를 하셨고, 나도 이틀쯤 가 있었고 동생도 하룻밤 자고 갔다. 엄마도 그렇고,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도 가족이 와서 간병하는 걸 보고 정말 처음으로 '내가 엄마 나이가 돼서 아파서 수술하면 돌봐줄 사람도 없을 텐데 어떡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걱정과 공포가 갑자기 느껴저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엄마가 매번 얘기한 게 이런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걸 위해서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서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없다. 지금 생활이 만족스럽고,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잘 맞고 보람도 크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삶에는 다른 뭔가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엄마가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확신을 좀 더 가지고 싶다. 내가 연금 받을 나이쯤 되면 독신자에 대한 의료상의 지원이나 복지 같은 게 지금보다는 더 발전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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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3cbf38fd980bb82c9a6 감사합니다! 좀 위안이 되네요.ㅠㅠ 혜택을 잘 알아보고 현명하게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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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mmajiny
· 3년 전
저도 좀 님같은 성향인데 어쩌다보니 결혼을했네요 ㅡㅡ 어렸을때부터 부모님이 다 장사를 하셔서 집에 혼자있던적이 많았는데도 외롭단생각 안해보고 살았어요. 오히려 결혼 후 애키우면서 경력단절에 얽매이는 삶이 더 힘드네요. 다들 전 결혼안하고도 잘 지냈을꺼라고 ㅡㅡ 제 생각도 그렇고요.. 노후..? 자식들이 노후에 효도할꺼란 생각..버리는게 나아요.. 제가 부모에 대한마음가짐을 내자식도 저에대해 가질꺼란 생각은 애시당초 버렸어요. 전 얼른 커서 애들이며 신랑이며 다들 따로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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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Zemmajiny 저도 사실 글에 쓰진 않았지만 결혼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경력단절이고, 자식이 노후에 도움이 크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부모를 부양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한 세대도 그게 힘든데 우리 세대가 낳은 자식들이 과연 병수발을 기꺼이 들어줄까요. 역시 나한테 효도할 건 돈밖에 없는 것 같으니 열심히 일해서 돈을 잘 모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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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mmajiny
· 3년 전
그게맞아요. 제아이들도 효도는 바라지도 않으니 제앞가림이나 제대로하기만 바랍니다. 그냥..전혼자좀 자유롭게 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