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yyuiii·3년 전
이렇게라도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받아들이기!
나는 내가 '없어보인다. '
'없어보인다'라는 말이 좋은 말은 아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없어보인다거 생각한다는 건 내가 남을 볼 때도 없어보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니까 좋은 것이 아니다.
20살이 되어 1월 1일에 친구들과 술을 처음으로 마셨다. 나는 10대때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그날이 내 생애 첫 음주였다. 내 주량도 모르고 주사도 몰라서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근데 난 사실 술을 먹어도 취하질 않았고 3-4잔만 먹으면 바로 토해버렸다. 근데 내 친구는 좀 마시더니 완전 취했었다. 사실 취한 척같아 보였다. 여튼 취한 친구의 모습에 다른 친구들이 걔한테만 관심을 쏟았고 특히 남자들과 거리감이 있던 나는 그 친구가 남자애들과 취했다는 이유로 잘 노는 걸 봤고 난 그게 부러웠나보다.
대학에 입학하니까 술자리가 정말 많았다. 학기 초반만 해도 난 많이 먹지도 못하고 애초에 많이 못먹으니 취하지도 않았고,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내 본모습. 그런데 어떤 여자동기들은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얼큰하게 취했고 그들이 술자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사람들은 그 여자동기들이 어제 취해서 뭐했는지, 어떻게 집에 데려다 줬는지 부터 웃겼다면서 하하호호 난리였다. 난 그러면 안됐었는데 그게 부러워졌다. 그래서 난 그 다음부터는 못 먹는 술을 많이 마시고 조금 취한 거 같아도 엄청 취한 척을 하고, 그러니 기억이 또렷이 나는 흑역사만 잔뜩 만들었다. 기분이 더 좋은 척을 하고, 텐션이 더 오른 척을 하고, 연락도 일부로 오타를 내고, 인스타에 마구마구 올리고. 그때는 몰랐다. 그냥 관심받기에만 급급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취한 척이 티가 날 거라곤, 나중에 부끄러울거라곤, 애들이 비웃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없어보일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언제부터였는지, 그런 기억들이 생각나면서 그 관심이 뭐라고, 남자애들과 친분이 뭐라고 내가 그랬는지 후회막심이다. 아니, 후회가 아니라 그냥 드라마에서 누가 술잔을 들기만 하면 난 심장이 뛰어서 티비를 바로 끈다.
난 그 동기들 눈에 관심 받고 싶어 취한 척하는, 남자들을 좋아하는, 아무데서나 취하고 다니는 그런 사람으로 보일게 뻔해서 오늘도 그냥 기억을 잃고 싶다. 내가 얼마나 남자를 좋아하는 걸로 보였을까? 다들 속으로 비웃고 내려봤을텐데. 어떻게 다시 복학해...
사실 나 자신을 받아들이려고 글을 쓴건데 못받아들이겠다. 더 싫어진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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