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토바이를 타는 아저씨들만 보면 너무 싫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골절|뇌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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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1224haven
·3년 전
나는 오토바이를 타는 아저씨들만 보면 너무 싫다. 내 아버지는 오토바이 사고가 여러번 났고 팔, 다리, 얼굴, 온 몸이 상처투성이 이다. 중,고등시절 오토바이 사고로 내내 집에 계신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그때는 너무나 이해가 안갔다. "오토바이만 안 타면 되는걸..왜 저걸 못 끊어 내는걸까?"라는 생각이 강했다. 내가 성인이되어서도 아버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와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렇게.. 아버지는 70이 넘으셨고.. 어느날엔가 나는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 하기로 했다.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로 한 것이다. 70이 다된 아버지는 외로워 보였다. 의지할곳이 아버지에게는 낡은 오토바이 한대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오토바이는 자유를 빼앗는거나 마찬가지 였을것이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위험해 보였다. 여전히 고집스럽게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그냥 기다렸다. "언젠가는 안타시겠지" 하고 말이다. 아버지와 어색하게 화해를 하듯 사이가 좀 가까워질 무렵.. 2018년 12월에 전화 한통화를 받았다. 아버지였다. "어디 아픈데는 없지? 꿈을 꿨는데, 니 차가 물에 빠지는 꿈을 꿨어, 괜찮니?, 별일없지?"라는 말을 들었다. 별일없는 나는 "괜찮아요 조심할께요"라고 하며 몇일뒤에 아빠보러 집에 간다고 약속을 했다. 삼십분쯤 이였을까? 아버지의 전화로 여자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아버지 크게 다치셨어요, 딸 지금 어디에요"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아버지는 나와 전화를 끊고 사고가 나셨다. 오토바이 사고였다.그때 나는 정말 오랜만에 아버지를 간병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두개골 골절에, 뇌출혈 까지 있던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청력빼곤 큰 후유증 없이 퇴원을 할수가 있었다. 이날이후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안타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가끔 아버지 집에 가서 보면 오토바이는 있었고 집 근처에서 가끔씩 타고 다닌다는 소리에 그저 조심히 타시라고만 했다. 2020년 8월.. 아버지를 모시고 롯데타워를 갔다. 그날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모른체 나는 가장 행복한 상태로 아버지가 좋았다. 자녀로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아버지를 잘 해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기 위해 SRT를 태워 보냈는데 그날 아버지는 전화를 늦게 받으셨다. 잘 도착했다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전화를 했는데 몸살로 아프단 소리를 들었다. 집에 가볼까란 생각이 있었지만, 일이 바빠져서 못가고 전화만 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안받는 날이 계속되자, 불안하기 시작했다. 결국, 아버지를 만났다. 부둥켜 안고 울었다. 그날에 오토바이 사고가 난것 이였다. 아버지는 이전과 많이 달랐다. 난폭성, 배려감이 없고, 아이같이 칭얼대고, 고집이 더 쎄지고, 의심과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병원을 모시고 가니, 뇌출혈이 진행되었던 상태 라고 했다. 기존 병력이 있으신 상태라 고혈압약도, 당뇨약도, 신장약도 모두 안드신 상태로 지갑도 약도 모두 잃어버리신 채로 집에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으신 것 이였다.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것도 확인했고, 뇌파에 뇌경련상태도 확인했다. 외과적인 급한 수술을 하고 나니, 언어장애 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되어버린 아버지... "같이 죽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살아계신것에 감사했다. 혼란스러운 마음이 교차되면서 머리가 무지 아프기 시작했고 심지어 안나던 코피도 막 나고.. 무기력해지고..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국 오토바이는 그렇게 버려졌다. 이것이 끝이면 좋으련만.. 아버지는 이전의 아빠가 아닌 다른 성품이 되어버렸다. 치매환자의 가족은 어떤 마음일까?... 그들의 삶을 격려하고 싶고 나또한 위로 받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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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lookblue1
· 3년 전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혼자 묵묵히 어두운 길을 걸어내느라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그 아픔을 전부 견디느라 얼마나 아팠을까요.. 아마 칠흑같은 터널을 지나면서 상처나고 찢어지고 다쳤겠죠 앞은 안 보이고 다리에 힘도 풀렸겠죠 손에 잡히는 건 차가운 바닥 뿐이였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역경을 딛고 그 터널 속에서 나올 거예요. 난 믿어요 지금도 잘 버텨왔으니 앞으로도 잘 할 거예요. 응원할게요. 분명히 웃는 날이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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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haven (글쓴이)
· 3년 전
@youlookblue1 눈시울이 붉어지는 격려의 답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힘낼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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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fast
· 3년 전
힘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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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haven (글쓴이)
· 3년 전
@drfast 아자!!! 힘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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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on23
· 3년 전
싫어했던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로 했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글귀였습니다. 그게 그리 쉽지 않은 것인데..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버지가 부상을 당하시면서 오토바이를 타시는 이유를 알것 같긴합니다. 안타갑게도 아버지께서 안좋으셔서 힘드시겠어요.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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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haven (글쓴이)
· 3년 전
@spoon23 힘낼께요~ 근데 아버지가 부상당하시면서 오토바이를 타시는 그 이유가 무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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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on23
· 3년 전
적적함 입니다. 자식들이 성장하면 부모는 외톨이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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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haven (글쓴이)
· 3년 전
@spoon23 아.. 그렇군요.. 답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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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on23
· 3년 전
그래도 따님께서 진심으로 사랑하기로 마음 먹어줘서 아버지는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굳이 내색은 안하지만 다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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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haven (글쓴이)
· 3년 전
@spoon23 ^^ 아버지 귀여우세요. 건강하셨을때 서로 사랑했음 더할나위 없었을텐데.. 그게 좀 아쉽지만 뭐 그래도 감사하게 살아계시고~ 움직이시고 하니 더 큰 욕심없어요. 다만, 치매라는 과정 가운데에 더 사랑해드려야죠. 그것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