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밝은 아이
이게 내 수식어다.
그런데 나 아닌데. 그 누구보다 어두운데. 우울한데. 모두가 내 MBTI가 E일 줄 안다. 난 완벽한 I인데. 밝아야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어두운 사람은 싫어하니까. 마냥 밝지라도 않으면 나는 철저하게 묻혀지니까. 제외되니까.
근데 이제 너무 힘들어요. 밝은 척하는 것도, 생각 없는 척하는 것도, 눈치 없는 척하는 것도 다요. 왜 다들 밝은 아이는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차라리 진짜 밝은 아이면 억울하기라도 하지. 난 그냥 철저하게 어둡고 항상 우울한 아이인데. 힘들다 힘들다 힘들어서 작은 마음에 투정 한 번 부리면 엄마는 언니도 힘들게 하는데 너까지 왜 이러니 하셔요. 그러면 저는 또 입을 다물고 혼자 머금죠. 엄마는 나보다 더, 훨씬 더 힘드시다는 걸 아니까요. 아빠는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으셔서 약간 우울하신 것 같아요. 아직 저만 눈치챈 것 같긴 하지만 느껴져요. 아빠는 항상 강해보이시고 저를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아빠께는 좀 더 쉽게 투정을 부릴 수 있었지만 지금 아빠는 저의 투정까지 받아주기엔 너무 힘드시다는 걸 알기에 저는 또 혼자 담아둬요. 친구들은 밝아보이는 저에게 계속 자신의 고민을 상담해 와요. 그럼 전 밝은 모습으로 그들을 대해주죠. 그러다가 문득 억울해져요. 아무도, 그 누구도 내가 아픈 건, 지친 건 알아주지 않는데, 알려고 하지 않는데, 왜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거지 싶어서요. 그래도 내가 힘든 게 더 낫다는 생각에 또 다시 저를 가둬요. 이런 게 쌓여서일까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드실 수도 있는 습관이 생겼어요. 하루에도 몇번씩 제 목을 조르는 거예요. 서서히 조르다가 눈 앞에 새하얘지고 귀에서 삐 소리가 선명해질 때쯤 손을 떼고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과, 가족들과 대화하고 밝게 웃어요. 제가 이렇게 길게 떠드는 건.. 그냥.. 요즘 이렇게 버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느껴서.. 이렇게 털어놓으면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어요. 여기까지 읽어주실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 다른 분들은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