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면서 둘째 임신 준비할 때만 해도 집에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육아|취업|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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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콩_레벨_아이콘melanmalan
·4년 전
직장 다니면서 둘째 임신 준비할 때만 해도 집에서 전업으로 있는 동안은 남편이 집안일 하나도 신경 안 쓰게 해야지 싶었는데... 막상 바로 임신하고 나니 초기엔 입덧 때문에 남편은 고사하고 첫째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겼고 설거지마저도 잘 못 했었지. 임신 중기로 넘어와서 입덧 끝나고 조금 살 만하다 싶으니 집안일도 그럭저럭 챙기고 첫째 데리고 잘 있었는데... 여태까지도 속상한 일이 생기면 ‘내가 돈 한 푼 못 벌어와서 니들까지 나 무시하냐’고 말하는 엄마 덕분인지 집에서 임신했다고 그 어떤 경제적 활동도 없이 밥만 축내는 내 스스로를 참고 보기가 어려워졌다. 돈 한 푼 못 버는 주제에.... 나라에서 둘 째 임신이라고 첫째 어린이집 종일반까지 지원해주니 아홉시부터 다섯시반까지 내 시간인데 그 동안 내가 뭘 해야 좋을지 많은 생각을 했다. 정규직이어서 누가 육아휴직을 준 것도 아니고 임신하고 출산했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난 경단녀가 될텐데. 이럴려고 부모님 등골 뽑아가며 대학 다닌건가... 석사 하지 말고 다른 동기들처럼 바로바로 취업하는게 정답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시험 준비를 해야겠다 싶었지. 하루 내내 끼니 한번만 챙겨먹고 집안일 조금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온통 공부만 할 수 있는데 태교도 되지 않겠어? 생각하며....우유부단한 성격....이라기 보단 결단력 없는 바보라서 결심 하는데까진 오래 걸렸지만. 그래서 생각보다 배가 많이 부른 상태에서 시작한 공부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지 않고, 나도 내 인생을 위해서 뭔가 하는 것 같아서 뿌듯한 기분이 들어서 오히려 삶에 의욕도 더 생기고 집안일도 더 부지런히 챙길 수 있었다. 왜 바쁠 때 사람이 더 계획적으로 변하고 시간도 알차게 쓰는 것처럼... 시험 날짜는 정해져 있고 1차는 꼭 붙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으니까... 바쁘게 달려가고 있었는데. 다 핑계지만 호르몬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에 집 앞에 카페도 못가기 때문인지 집안일 다 챙기랴 하루하루 공부량 소화하랴 난 잘 모르지만 번아웃 증후군 같은게 온 것 같다. 예전에도 가끔 그런 적 있지만 그냥 누워서 할 수 있는거라곤 눈물 흘리는 것 뿐인.... 스윗한 남편은 이렇게 얘기한다. ‘설거지 하는 날을 나누자’, ‘공부 꼭 안해도 되~’, ‘누가 돈 벌어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생각을 해’. 그런데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설거지 얘기는 내가 집에만 있으면서도 아주 간단한 집안일조차 안 하는 게으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싫고 (실제로 어제 오늘은 안 했으면서...), 공부 얘기는 내가 실질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 아닌 지에는 관심없고 너가 삶이 무료하다고 하길래 한 번 해보라고 한건데 왜 스스로에게 부담만 줘가면서 공부하냐 태교에 좋지 않다...고 들리고 돈 벌어오란 말 안 했단 말은 지금이야 그래도 나중엔 너는 석사까지 해놓고 왜 집에서 애만 보냐고 말이 바뀔 것 같아서 무섭게만 들린다. 답도 없다. 내가 왜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는 지 나도 모르겠다. 애 낳기 일주일 전까지도 팅팅 부은 발로 출퇴근 하는 여자들도 많은데 난 도대체 뭐가 힘들다고 이러고 있는지. 우리 엄마만 해도 애 셋을 어린이집이 뭐야...집에서 껴안고 삼시세끼 챙겨가면서 다 키웠는데. 남편은 자꾸 ‘임신’ 중이니... 임신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니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말라고 하는데 난 지금 이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이 시간이 견디기가 힘들다. 남들은 지금 이 나이에 한창 앞만 보고 달려갈 때인데 이렇게 일이년을 허송세월해도 되는가. 이런 엄마를 과연 나중에 아이들이 좋아할까. 출산하고 나면 정말로 신생아 돌보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을테니 지금이 적기인데..그러다보면 금방 시험날짜가 다가오는데... 난 참으로 행복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속에 있는데 왜 이렇게 전전긍긍하며 항상 난 부족하다고 채찍질해야만 하는 걸까? 하지만 현실에서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닌걸..... 오늘도 잠이 오지 않는다. 임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첫째때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난 열시에는 잤어야 하고 그래야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첫째 챙기고 그나마 개운한 몸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을텐데. 벌써 시간은 열두시를 지나갔고 진짜 잠에 드는 시간은 앞으로도 한참 후겠지. 난 정말 부족하다.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불안해부끄러워자고싶다불면공허해무기력해의욕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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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litionMan
· 4년 전
그대는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대의 현실을 모두 직실하고 있어요 그래서 힘든겁니다 너무나 현실을 잘 보고 계셔서.. 그대를 위해 뱃속의 아이를 위해 그대 가족들을 위해 그대도 그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답니다 진심으로 멋있습니다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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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0507
· 4년 전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하시다니 대단해요. 향상심과 부지런함,추진력이 대단한분 같아요. 지금 마카님이 힘드신건 쓸수있는 마음을 한도까지 다 써서 잠시 주춤하는게 아닐까 싶어요.쉬는순간도 마음편히 즐기셨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