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사랑이 해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스트레스|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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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무조건적인 사랑이 해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사랑은 내가 바라지 않은 방법으로 이루어졌고, 내게 스트레스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머니를 미워하는 게 죄만 같았다. 어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다가도 어머니는 날 사랑하는 거라는 생각이 날 옥죄었다. 내가 복에 겨운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분에 겨운 사랑을 받으면서 살면서 이 정도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을 일도 없을 텐데 그게 날 힘들게 한다고 어머니를 싫어한다니. 그 수없는 고뇌들은 날 지치게 했고 지침은 어머니께 소리지르게 만들고 그 행동은 내가 내 행동을, 나를 저울질하게 만들었다. 굴레에 빠졌었다. 그러다 심하게 빠져 어머니를 보는 것도 싫어졌다. 그녀가 자주하던 말처럼. 난 그녀가 죽어도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새 증오밖에 남지 않았다. 그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나는 이곳에서 질식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어렸고, 내가 쉬는 곳이어야 할 곳이 증오의 공간이 되면 난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내게서 지웠다. 내가 전에 하던 수많은 생각들, 그녀가 매일같이 아버지께 소리지르던 말들이 내게 준 영향이 크니 난 어머니를 미워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과분한 생각이고 합리화일지도 모른다고 수없이 생각하던 말들도 모두 지웠다. 그녀는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내게 고마운 사람이었다. 관계라곤 그저 있으나 없으나 한 핏줄 하나로 나를 그동안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주고 그동안 길러 주셨으니. 그런 그녀가 내 심리에 악역향을 줘도 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난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을이니까. 남들이 날 악인으로, 불효자로 보는 게 뭔 상관인가 했다. 실제로 그런데. 불행해져야만 효자가 될 수 있다면 차라리 불효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괜찮은 것 같았다. 어머니를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어머니가 다시 아버지께 소리지르기 전까진. 그것이 반복되면서 나는 어머니께 감사한 이유에 길러 주셨으니를 지웠다. 어머니는 내게 악영향을 주었다. 과거에 많은 것을 준 게 무슨 상관인가? 현재 날 망가트리는데. 그렇게 성공적으로 거리를 벌렸고, 개학이 결정적이었다. 어머니를 보는 시간이 주니 화날 일도 어머니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줄었다. 나는 무척이나 행복해졌다. 정말로, 정말로 행복해졌다. 여기서 웃긴 점이 있다. 그렇게 반년을, 질질적으로 약 4년 동안의 고뇌가 잠깐 행복해진 걸로, 어머니가 소리를 요즘 지르지 않는다는 이유로,(요즘 저쪽에 정신을 끄고 살아서 왠만한 건 타격도 적어졌다.) 어머니가 괜찮아졌다. 괜찮은 어머니라 생각했다. 요즘 힘들지 않다고 좋은 점만 보는 걸까. 다시 그녀가 내 안에서 살아나고 있었다. 솔직히 별로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든다.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어 행복해질 수 있으면 좋으니까.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최대한 실행하면서도 이럴 때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원히 지고 살아야 할 힘듦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어머니께 착한 사람이 되는 건 이미 포기했다. 그 사람이 내게 착한 사람이 아니고 나도 착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총정리다. 그 긴 생각들을 이 정도로 함축할 수 있었던 게 놀랍기도 하다. 요즘은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주니 어머니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게 회피라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난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그걸 어머니께 여과 없이 말한 적도 있다. 난 이미 마주했고 그건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이 일에 더 노력할 생각은 없다. 이미 어머니는 내가 그정도의 노력을 다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요즘 굉장히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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