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yulhaa·4년 전
제게는 오빠가 있어요. 오빠는 사춘기의 과정에서 길을 잃은 듯 했어요. 사실 모르겠어요 그게 오빠의 길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장남인 아버지의 첫째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으니 저도 모르게 의무감이 들었어요. 엄마가 할머니한테 오빠의 이야기로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듣는게 싫었어요. 또 엄마에게 나라도 공부를 해서 기쁘게 해줘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구요.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정말로 진짜로요. 초등학생 때도 밤을 새워 숙제했구요. 중학교 때는 도서관이랑 학원을 전전하며 공부했죠. 성적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어요. 사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성적은 누구나 다들 잘 나오잖아요? 그때 저는 알았어야 했어요. 그정도로 공부를 했는데 성적이 그것 밖에 안됐던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라구요. 실제로 아이큐 검사를 하러가서 상담사분이 되게 놀라셨거든요. 원래 이정도 나올 아이큐가 아닌데 본인이 만든거라구요. 뭐 어쨌든 그러다가 여고에 진학하게됐어요. 다들 피터지게 공부하는 여고에서 저는 2학년때부터 50점이 넘는 과목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도 놓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올려야했어요. 이정도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요, 안오르더라구요. 그래서 놨어요. 그리고 정시를 팠죠. 7시부터 12시까지 하루종일 공부만하며 1년을 살았는데 수능을 말아먹었어요. 결국 서울 근교에 있는 학교를 가게됐어요. 평소에는 잘 놀다가도 시험기간만 돌아오면 밤을 지새웠어요.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도 했어요. 제 전공이 아닌 분야도 놓칠수가 없어서 잠을 쪼갰어요. 성적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죠. 그렇게 2학년을 보내고 입학하며 다짐했던 편입을 준비했어요. 공부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요. 정말 많이 울고 고쳤던 손을 물어뜯는 버릇이 다시 나타났어요. 너무 많이 뜯어서 첫 마디까지 제대로 된 손가락이 거의 없었어요. 위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1년간 밀가루와 커피를 먹을 수 없었고 약을 달고 살았어요. 틈만나면 사랑니가 부어서 진통제도 챙겨먹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장도 안좋은지 우유도 먹지 못했어요. 시험을 볼 때마다 항상 화장실이 너무 가고싶었어요. 시작 전에 3번을 넘게 다녀와도 똑같길래 나중엔 포기했어요. 시험을 한참 보러다니던 막판에는 이제 내가 아픈데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더라구요. 토할 것같고 설사하고 배아프고 누워있으면 숨을 쉬기가 어렵고 무슨 액체가 거꾸로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어요. 버스를 탈 수 있는 컨디션이 되지 않아 부모님께서 저를 데리러 본가에서 올라오셨어요. 그와중에 시험은 포기 할 수 없어서 예정에 있던 두 학교의 시험을 봤어요. 그렇게 저는 다음 시험 전까지 며칠간 공부를 쉬며 링겔을 맞고 안정을 취했죠. 신기하더라구요. 책을 놓고 며칠 쉬니까 죽을 만큼 아팠던게 싹 사라졌어요. 죽도 못먹었는데 고기도, 우유도 뭐든 먹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마무리를 잘하고 저는 서울에 있는 한 학교에 입학하게 됐어요. 이번 학기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을 다시 경험하게됐어요..하지만 공부를 안할순없었어요. 그 날 정해진 분량을 꼭 해야 내일의 내가 그 날의 분량을 하거든요. 밀리게되면 손에서 놓아버리는 것을 아니까 꼭 챙겨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요, 저 이제 이렇게 그만 살고싶어요. 보니까 다들 이렇게 사는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저는 성적이 낮아서 제가 낮게 평가되는게 싫어요. 그래서 열심히 살았고 이제는 높은 성적이 아니면 제가 저에게 실망해요.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성적이 떨어지면 안그래도 낮은 자존감이 정말 바닥을 쳐요. 저 진짜 여유롭게 살고싶어요. 이런게 부럽다는 친구들이 미워요. 저도 언젠가 높은 성적이 아닌 저를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남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기 싫어서 울면서 공부하는 내가 너무 불쌍해요.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이제 이렇게 못살겠어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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