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길을 봤는데 아무것도 남은게 없을 때(사연 길어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진로|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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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온 길을 봤는데 아무것도 남은게 없을 때(사연 길어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hugmeonce
·4년 전
초등 저학년) 어린 나는 하고싶은게 정말 많았어요 칭찬듣는 게 좋아서 노력했고, 그만큼 결과도 좋았어요. 단지 재밌어서 방과후도 일고여덟개씩 듣고, 자격증도 따고 배움이 신났어요. 어른들의 언어 천재라는 타이틀 속에 한자 자격증, 영어 대회, 미친듯이 나아갔어요. 매일 일기도 쓰고, 지금의 저도 못할 정도로 미술, 피아노, 영어, 합기도, 수학, 한자, 역사, 뮤지컬... 과장해서 말하자면 제 인생의 5분에 1인 그 기간동안 살면서 할수있는 배움은 다 했을거에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바른 생활 어린이에 표준이였어요. 초등 고학년) 조금씩 스스로를 놓아가기 시작해요. 한자도 그치고, 영어도 그치고, 학원은 다 끊어버렸죠. 학교 수업만으로 따라가기 층분했고 1등하기 층분했어요. 일기는 버린지 오래고 다른 애들처럼 늦잠도 자고 게임도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칭찬 받았어요. 과거에 제가 쌓아놓은게 있었으니까. 공부는 평타에 놀기도 잘 놀았고 행복했어요. 초6~중1) 더이상 제가 쌓아놓은 것으로 버틸수 없다는걸 깨달았어요. 중학교는 학원 없이 수업만으로는 평타는 칠수 있었지만 잘하는 축에 낄수는 없었죠. 다시 학원을 다니려고 했는데, 학원 수업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어요. 문제집을 사서 풀었지만 끈기없는 저는 1단원만 풀다 말았어요. 공부랑 뗄수없었던 저는 없어졌고, 저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하며 절망했어요. 그때 제게 나타난건 글쓰기였어요. 학교에서 쓰라고해서 쓴 글로 구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대회에서 교육장상을 받았거든요. 제가 재능이 있나 싶고, 글 쓸때는 기뻐서 소설이니 일기니 에세이니 열심히 쓰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주로 칭찬을 받았던 글은 반장/부회장 선거를 나갈때 썼던 연설문이었죠. 누가 장래희망을 물으면 사람들에게 감동주는 글을 쓰는 작가라고 말했어요. 현재) 여전히 저는 글쓰기를 즐겼는데, 방 청소를 하다 과거의 제가 쓴 글을 보게됐어요. 진짜 어이없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글로 작가라는 꿈을 꿨는지 의아했죠.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되고 싶다면서 쓴 글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비하하는 글이었고, 제가 그 글을 읽는 독자였다면 스스로가 깎이는 느낌에 고통스러웠을거에요. 문맥에도 맞지 않게, '비로소', '~할지언정', '바야흐로' 같은 말들이 가득했고요. 반장 연설문에는 나를 뽑아달라는, 장점과 자부심으로 가득한 글을 써야 하는데 말끝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모자라지만'을 과도할정도로 썼더라고요. 남들에게 위로주긴 커녕 자기 비하 스킬만 늘고있어요. 제가 아무 것에도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고, 걸어온 길을 봤어요. 아무것도 남은게 없었어요. 너무 허무해요. 초등학생때 아나운서니 성우니 외교관이니 누구보다 다양한 꿈을 꿨는데, 진로 고민이 시작될 지금에 저에겐 그 어떤 꿈도 이룰 능력이 남아있지 않아요. 제가 꿈도 없는데, 살아갈 이유가 있나 싶어요. 앞으로 주변사람들이 주기 시작하는, '무슨 고등학교 갈거니?' '○○이는 뭐가 되고 싶어?' 같은 압박이 점점 늘어갈텐데,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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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ret3697
· 4년 전
할 수 있어요 스스로를 믿어주세요. 충분히 무슨 꿈을 꾸든지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왜 안된다고 생각해요 왜 자신을 무능하게 여겨요 .. 사람이 항상 한결같이 잘할 수는 없어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는거에요. 앞으로는 자신의 좋은 면에 대한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자꾸 자신에 대한 안좋은 말들을 글로 쓰니까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느끼게 되잖아요. 상처를 딛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어요. 꼭 자신감을 되찾아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멋진 작가가 되기를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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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lock
· 4년 전
글쓴이님과 저는 굉장히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는 유치원도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지만 1등을 중학교 때까지 거저먹었습니다. 학원도 제대로 안 다녔습니다. 남들이 이상적인 사람의 표본이라고 떠받들어주는게 좋았어요. 성격 좋지, 유머러스하지, 공감할 줄 알면서도 논리적이고 성적도 좋아, 예체능도 잘 해. 그런 말들에 저를 가두고 가두다보니 마치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 이뤄내는 천재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웬걸, 고1 3월 모의고사를 봤더니 58점이 나오덥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어요. 그동안 쌓아온 모든게 부질없게 느껴지고 내가 모든 사람들보다 뒤쳐졌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많이 뒤쳐졌습니다. 모두가 나에게 천재다, 비범한 놈, 난 놈 소리를 했다지만.. 이 성적표를 보고 무어라 말할지, 얼마나 실망할 지는 훤했거든요. 저 역시 학원을 다녔습니다. 도저히 혼자선 안 되겠어서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인내심이 썩 좋지 못합니다. 천재라는 타이틀 때문에 단기간에 효과를 보지 못하면 아주 쉽게 놓아버립니다. 그런데 어거지로 버텼습니다. 관두면 정말 끝나버릴 지도 몰라서 무서웠어요. 등원 기간이 하루에서 한 주, 한 주에서 한 달, 한 달에서 수개월 결국 1년 반이 되자, 저는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다들 열심히 하네. 나는 시간을 때우려고 돈 쓰는게 아니었는데. 그 생각이 들면서 점차 수업에 집중하게 됩니더. 결국 고3 모의고사도 안정적으로 1등급-만점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그동안 영어만 판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영어만큼은 내가 많이 어리석었고 무지했음을 받아들이고 바닥에서부터 올라가겠다는 심정으로 기어올라갔습니다. 생각의 전환까지 몇 년이 필요했어요. 몇 년간 ‘천재’스럽게 살아왔으니까요. 그 어떤 꿈도 이룰 능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그 생각 때문에 더 발버둥치고 싶었어요. 과거의 찬란한 내 영광에 언제까지고 기대어 살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먹었어요. 독하게 한번 해보자. 나도, 나도 잘 하고 싶다. 다시 되찾고 싶다. 왜 내가 이렇게 주저 앉아서 울고만 있어야 하지.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는데 왜 벌써 좌절해야 하는 거야. 동기부여 영상과 인강 영상을 틀고 마음을 굳게 먹고 앉아서 공부하니 점차 공부 시간이 늘어갔어요. 굉장히 기뻤어요. 내가 이만큼이나 앉아서 문제를 풀고 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최상위권의 성적을 달고도 또 예전처럼 고꾸라지는게 무서워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또 반복하기가 너무 싫고 재수하는게 무서워서요. 마음이 허전하기도 갑갑하기도 하실 거예요. 도저히 앞이 안 보이고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안 오니까요. 죽을 이유를 크게 찾지 못 해 마지못해 살아가는 심정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그랬으니까요. 다만 궁금한 게 있어요. 쓴이님이 정말 꿈이 없으실까요? 내 이름으로 회사를 내야지! 같은 꿈이요. 허무맹랑한 꿈도 어쨌건 꿈인 걸요. 저는 의사가 되겠지만 CEO도 되고 싶습니다. 동탄에 집을 지어놓고 친구들이랑 개 두 마리 키우면서 함께 여행도 다니며 살고 싶어요. 사실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았는데 할 수 없다면서 눈 돌리기 바빴는 걸요. 앞으로 사람들이 뭘 하든 말든 쓴이님의 인생은 온전히 쓴이님의 것이에요. 책임감을 가지라는 압박을 주기 위함이 아니에요. 긴 과도기를 거치면서 많이 지치셨을테니 본인만을 위한 시간을 길게 가지면서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를 찾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 그 2개로도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많아요. 자신에게 여유를 주세요, 생각이 많은 우리 쓴이님. 깊은 생각을 하며 글을 올리신 것이 행복의 흐름을 탈 수 있도록 한 걸음만 앞으로 걸어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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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meonce (글쓴이)
· 4년 전
@ssolock 너무 고마워요. 지금 그 댓글을 읽고 어렵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책상에 앉아서 뭐라도 시작해보려고 해요. 댓쓴이님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너무 고맙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줘서 고마워요. 조금씩 뭐라도 해보고, 더 나아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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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lock
· 4년 전
멋있어요. 마음을 다잡은 지금의 글쓴이님이 세상 최고로 멋있을 거예요. 일단 걷기만 한다면 나아간 거니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멋진 사람이 되실 수 있을 겁니다.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면 언제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주세요. 귀 기울일 한 명 쯤은 있을테니까요! 아, 무엇보다도, 글쓴이님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셔요. 언젠가는 쓴이님의 꿈이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갖게 될 꿈이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쓴이님 꿈이기에 특별하게 될 거예요. 소중히 대해주세요! +)용기를 얻으셨다는 말씀에 오늘 밤도 따뜻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푹 쉬고 에너지 빵빵히 충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