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살 여자고요, 중학교 2학년 즈음 제가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연인|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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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저는 20살 여자고요, 중학교 2학년 즈음 제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았어요. 사실은 양성애자인데 동성에게 더 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양성애자가 아닌 동성애자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알고 나서는 많이 괴로웠어요. 저는 기독교였거든요. 모태 신앙이라 교회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매주 나갔고, 제가 다니는 교회는 특히 좀 보수적인 장로교였어요. 그곳에서 어느 날 전도사님이 그러시더군요. 동성애자는 모두 돌에 맞아 죽어야 한다고. 그 이후로 1년 간 교회를 나가지 않았어요. 너무 무서워서. 그들이 감히 나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말을 하는 전도사나 그걸 가만히 듣고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하는 수십 명의 아이들 옆에 있다는 자체가 소름끼치고 무섭더라고요. 그러다가 고등학교는 기숙학교를 가게 되었고, 거기서 친구 한 명을 만났어요. 긴가민가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무 감정이 없었던 아이인데, 심지어 1학년 때는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그 애가 너무 예뻐 보이더라고요. 가까이만 오면 심장이 떨리고, 살이라도 닿으면 화들짝 놀라게 되고...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제가 그 아이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근데 그 친구는 이성애자였거든요. 지극히 평범한, 남자를 좋아하는. 아무렴 상관 없었어요. 그 애는 너무 멋진 애였고, 너무 놀라운 아이였고, 그냥 그 애 다운 애였으니까요. 연인이 될 수 없다면 친구로라도 옆에 있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에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알겠더라고요. 아, 나는 얘랑 친구는 못하겠구나. 이 애랑 연인일 수 없다면, 친구일 수도 없겠다. 그냥 그 생각이 확 들었어요. 그렇게 혼자 몇 달을 고민하다가 그 아이와 아주 많이 친해졌고, 저는 솔직한 제 마음을 말했어요. 그런데 그 애는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내가 동성애자라는 것도, 그리고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그러더니, 사귀자고 했어요. 진짜 태어나서 가장 행복하고, 가장 고마웠던 것 같아요. 이성애자인 그 친구가 나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나보다 훨씬 많은 고민과 다짐이 필요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일 년 가까이 만나다가 그 아이와 연인으로서의 관계를 끝내게 되었네요. 이유는 제가 그 아이의 취향이 아니라서. 무슨 취향인지 끝까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고, 못했어요. 그 답을 알게 되면 혹시 내가 상처받을까 봐. 그렇게 친구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는데, 저는 도저히 그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이런이런 사람이 되겠다는 것들을 추려 내서 적고, 그 아이에게 말을 했었어요. 그것들을 이루기 전까지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그 항목들을 듣더니, 그 애가 울면서 말하는 거예요. “XX야, 그런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렸는데 땅에 닿아 부서지기 직전 누군가가 나를 건져내어 더 높은 건물에 올려 둔 느낌이었어요. 나에게도 다시 기회가 오는 건지, 정말 10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끝에 서로가 있을 수 있는 건지. 그 아이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지만 감히 물을 수가 없네요. 저는 제가 이런 이유로,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어요. 그 사람이 저에게 미친 영향이 너무나 지대해서,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정말 내 모든 걸 다 바쳐서 좋아했기 때문에 다시 다른 사람과의 연애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뭘 해도 첫사랑이자, 첫 연애를 했던 그 애가 떠오를 거고, 그 때만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고, 자꾸 그 애와 다른 사람을 비교할 게 뻔하니, 어떻게 내가 그 사람에게 미안해서 다시 연애를 하겠어요. 사실상 하소연이었는데, 읽어주셨다면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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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nemo123 그냥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자체로 아름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어서 오면 좋겠네요. 네모난주스님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는 교회 다니는 걸 쉬면서 좀 생각을 해 볼까 싶네요. 제가 그동안 믿어온 신은 사랑이 제일이라고 하신 분인데, 그런 분이 만일 사람을 단지 그런 이유로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결단내리는 분이라면, 저는 그런 신은 믿고 싶지 않아서요. 네모난주스님도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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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back
· 4년 전
너무 늦게 댓글을 다는 건 아닌지 싶지만 저는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외가쪽 절반과 친가쪽 한 분이 기독교이신,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태신앙이고 신앙이 좋았던 저까지. 정말 보수적이고 기독교적인 가정에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저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구요. 저희 가족은 정말 확실하게 ***포비아입니다. 그래서 제가 너무 괴롭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심장이 쿵쿵 내려앉는 기분이에요. 전 제 애인을 너무 사랑하는데 그게 정신병이고 고쳐야한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어디로든 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비슷하게나마 저랑 같은 처지이고 남긴 글이 너무 공감이 돼서 댓글 남겨봅니다. 저도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제 애인을 너무 사랑하거든요. 아무쪼록 꼭 잘 풀리시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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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전
@lookback 댓글 고마워요. 어쩌면 신앙은 삶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일테니까요. 이미 lookback님도 이런 우리의 감정이 정신병이 아니고, 고칠 필요도 없음을 알고 계실테니,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어주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을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주세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