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대에 입학하게 된, 20살 새내기예요. 친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불안|진로|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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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저는 공대에 입학하게 된, 20살 새내기예요. 친구들이 그런 걸 자주 묻더라고요. 너는 어떻게 그렇게 공부했냐? 너는 왜 공부한 거야? 그럴 때 그냥 웃어넘기거나 진지하게 답해 본 적이 없네요. 사실 제가 공부하는 이유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저를 비꼬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도 크게 말을 하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3년간 죽을 동 살 동 공부한 이유도, 지금 다니고 있는 이 대학에 꼭 오고 싶었던 이유도,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였거든요. 배고픈 사람 하나 없고, 소외당하는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그러면 정치를 하지 그랬냐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정치보다 공학이 더 사람 살기 좋은 세상 만드는 데 효과적일 것 같았어요. 적성이기도 하고요. 구체적인 계획도, 그 계획에 사용하고 싶은 공학 기술도 모두 생각해 두었어요. 늘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이런 공대에 진학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수많은 기회를 얻고, 연구활동에 참여해서 내 진로를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국가 덕분이고, 국민들의 세금 덕이니 나는 한국을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나를 위한 돈이나 명예, 권력 이런 것 하나 생각 안 하고 저 꿈만 꼭 잡고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요즘 들어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닐까? 나는 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양성된 사람이 아닌, 이 시스템 내에서 우위를 차지해 국가에 돈을 벌어다 주고, 나 하나 잘 먹고 잘 살며 국가에 대한 큰 불만 없이 시스템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양성된 사람이 아닐까?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달려왔던 시간들에 회의감이 들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불안해요. 내가 정말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면 어쩌지 무서워요.
불안공허해혼란스러워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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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y
· 4년 전
정의란 개념은 오묘해요. 사람을 죽이는 건 죄죠. 하지만 그 사람이 수백만을 죽인 사람이라면? 하지만 그 사람이 그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더라면? '정의'라 표현하긴 했지만 질문자님의 생각도 이 정의와 다를게 없어요. 국가에 대한 큰 불만 없이 양성된 사람과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양성된 사람의 정확한 차이점도, 그걸 나누는 기준도 애매하죠? 그저 지금 걷고 있는 길을 계속 걸으세요. 정의란 주관적이고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예전부터 계속 믿으시면서 몇 년동안 노력하고, 또 노력하신 거잖아요. 가끔씩 이게 옳은 것인가 생각하게 되실 때도 있겠지만 뭐 어때요. 국가엔 법이 있고 법을 어기지 않는 이상 도리를 져 버린건 아닌걸요. 도리를 져 버리지 않은 정의는 언제나 옳습니다. 하물며 그게 선의에서 나온 정의라면요. 질문자님께서 힘차게, 불안해 하시는 게 아닌 그저 뿌듯하고 보람찬 마음으로 걸어나가셨으면 좋겠어요^^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