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거국 대학에 다니는 23살 휴학생입니다.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고민|취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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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저는 지거국 대학에 다니는 23살 휴학생입니다. 자연과학대학이고 생물관련 쪽 전공이에요. (대학 서열에 관련된 내용이 나올 수 있는데 전 학벌주의 싫어하고 그닥 좋은 학벌 가진 사람도 아니에요. 다만 일반적인 학벌에 대한 인식이 이러하니...ㅠㅠ) 고등학교 입학 후 사교육 일절 없이, 별로 돈 들이는 것 없이 정시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공부 좀 한다는 학교 이과반이었고 고2 1학기때까지만 해도 내신 4등급대였지만 2학기부터 2점대 3학년 1학기엔 전과목 올 1등급까지 찍었고 모의고사도 1, 2학년땐 3~5등급 받던걸 3학년땐 1~2등급으로 올려서 3학년때부턴 전교생이 제 이름을 다 알게 됐고 선생님들의 기대도 컸어요. 학종 준비한 것도 아닌데 독서상이라던가 경시대회라던가 뭐 기타 등등 상도 많이 타고 그래서 자존감이 좀 높아졌었어요. 정시로 지거국은 꿈도 못꾼다고 하시던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못해도 중앙대는 가야되지 않겠냐고 하실 정도가 됐으니. 그런데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수능 당일에 미끄러져서 두 과목이 구멍나는 바람에 지거국 생물관련 과에 진학하게 됐고 선생님들도 대놓고 안좋은 소리를 하셔서 멘탈이 좀 무너졌어요. 그치만 그 학과는 제가 중학생때부터 너무 가고 싶었던 학과였고 최초합이라 마음 고생도 적었고, 저희 해에 인원이 확 줄어서 가기 힘들다는 기숙사도 붙었고 인강, 학원 등의 사교육도 없었고 국립대고 학비도 본래 싼데다 집이랑도 가깝고 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무엇보다 수험생활 끝난게 자유로워서 그걸로 멘탈은 거의 2주만에 회복했습니다. 물론 저와 비등비등하던 친구들이 막 페북, 인스타에서 고려대, 성대, 중앙대, 한양대 인장 달고 있는걸 보니 부끄럽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친구들은 애초에 잘했던 친구들이고 저는 중하위권에서 올라온 사람이니 그래 부산대, 경북대 라인만해도 어디냐 싶었어요. 2학년 초반까진 꿈도 못꾸던 대학아니냐 하면서.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전공이니 성적도 4점대로 나름 괜찮았어요. 대학 동기들과도 성격적으로나 뭐로나 잘 맞았고요. 1학년 두 번 전액장학금 받으면서 나름 만족스럽게 생활하다 대학 1학년 2학기에 약대 입시인 피트라는 시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생물 관련과는 아시다시피 취업의 문도 좁고 스카이 같은 고학벌도 취업 겨우 해도 고노동에 박봉인 경우가 꽤 있다는 선배들의 경험담에 겁을 먹고 고민 끝에 1학년 1학기 마친 겨울방학, 피트 종합반을 신청해 재학초시로 8개월간 피트를 준비했어요. 피트 준비비용이 한두푼도 아니고 저희 집이 부자도 아닌걸 알아서 나름 열심히는 했는데 고인물이 넘치는 시험이고 재학초시다보니 학교 수업이랑 병행해야해서 많이 힘들더라구요. 최대한 교양으로 채워도 정말 많이 힘들었고 8개월 재학초시로 아주 망했습니다. 그래도 재학초시 8개월이면 보통 망하는게 맞으니까 휴학을 하고 또 1년을 준비했습니다. 그 많은 돈을 썼는데 또 원서 접수도 못할 성적을 받았어요. 그리고 다시 삼수째예요. 초시부터 지금까지 든 비용이 시험 원서비, 책값 다 하면 천만원 이상이에요. 그런데 하다가 최근에야 느낀게 전 피트 머리가 아니라는 거예요. 전공 성적 거의 다 에이플 이었고 그러니 전공인 생물은 잘 되더라구요. 그런데 나머지 과목이 이론과 문제풀이의 괴리가 크고 여러가지 시험이 있는데 피트는 나와 맞지 않단 생각이 이제사 들었어요. 이론까진 잘 따라갔는데 결국 실전에서 무너지더라구요. 삼년째나 돼 이걸 깨달았어요. 또 타지에 사는 가족, 친구와 교류도 없이 홀로 고시원 생활하며 새벽에 일어나고 한밤에 들어오는 생활을 2년 내내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치더라구요. 이러면 안되지만 오늘 새벽에도 제자리인 성적과 외로움에 힘들어 엉엉 울면서 공부하러 가다 눈 앞에 칼이 떨어져있는게 보이는데 저도 모르게 순간 집을 뻔 했어요. 예전에도 종종 죽고 싶었지만 죽는게 무서워서, 아플까봐 못죽었는데 오늘은 그런 감정도 없고 진심으로 죽고 싶더라구요. 그러다 부모님 얼굴이 확 떠오르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 용기내서 부모님께 연락드렸어요. 피트는 내 길이 아니라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정말 고민했지만 죽는 것 보다야 시험 그만두는게 덜 불효가 아닌가 싶어서요... 부모님은 저의 약한 멘탈에 무척 실망하셨고 두 살 터울 동생도 2년 휴학하고 천만원 날리고 복학하려는 저를 한심하다고 하고 저는 아무말도 못했어요. 맞는 말 같으니까. 물론 스물셋이면 어린 나이 맞죠. 어리죠. 몇 년 놀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치만 피트 경력이 어디 쓸모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시간을 그냥 놀면서 허비했음 그나마 다행인데 천만원 써가면서 허비했고 아까운 돈, 시간을 통으로 날렸다고 생각하니 우울하고 마음이 답답해요. 차라리 그냥 뒹굴거리며 놀았으면 돈이라도 안들지. 제가 죄인이고 제가 쓰레기고... 저를 한심하게 여기는 부모님과 동생에게 그저 미안하고 고개도 못들겠고. 부모님은 시험이 8월이니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해보라 하시는데 전 정말 하루도 더 못할 것 같아요. 근데 차마 그 말이 안나와요. 부모님이 힘들게 뒷바라지 해주신거 알거든요. 저한테 방해될까봐 전화도 시간 정해놓고 하시고 늘 응원한다 하시고. 가끔 찾아오셔서 밥 사주시고. 근데 진짜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더 할 자신이 없어요. 하루는 커녕 단 한시간이라도요. 글쓰면서도 문득문득 죽고 싶고 전문대가서 2년만에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서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절친, 함께 시작해서 이미 약대생인 동기, 실험실에서 경험 쌓으며 대학원 준비하는 동기, 기사 자격증 따면서 취준하는 동기들 보면서 자괴감들고요. 내가 뭐 때문에 이랬나 싶어서. 그냥 이젠 공부자체도 힘들고 그냥 살아있는게 힘들어요. 너무 지치고 지금 이틀 내내 굶은 채고 하루 종일 눈물만 나와요. 놀지도 않고 밥먹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열심히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내 놀고 아무생각없이 살았던 사람과 같은 위치에 선 쓰레기에 죄인이 됐고, 사실 소비한 돈으로 따지면 제가 더 심한 쓰레기인거고 저희 동생은 알바하면서 착실하게 살 동안 알바 한 번 한적 없이 시험 준비하느라 손만 벌렸으니 그렇게 불려도 할 말 없다 싶고요. 시험에 붙었으면 모를까 결과적으론 포기자이니. 체력, 멘탈 다 갈리고 남은건 합격이 아니라 이런 결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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