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하는데 너무 지친 것 같아요. - 익명 심리상담 커뮤니티 | 마인드카페[상담|우울증|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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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해야하는데 너무 지친 것 같아요.
커피콩_레벨_아이콘evilottnawI
·4년 전
안녕하세요, 전 지금 중학교를 다니고 있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어요. 딱히 친구관계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진로를 헤매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제 진로를 반대하시지도 않아요, 오히려 늘 응원해주시죠. 근데, 어.... 전 공부를 그닥 잘하지 않아요. 수학은 일단 좋다고는 못 말할 정도고.. 국어나 과학이나 사회는 어느정도 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큰 문제는 없죠. 근데 제 가장 큰 문제는 영어에요. 영어를 못해요, 영어를 쓰는게 어렵다던가.. 영어를 읽는게 어렵다던가, 그런 수준이 아니에요. 진짜 말 그대로 못하는거에요. 전 이 나이에 영어 발음을 읽지도 못하고, 기본적인 것도 못 외웠어요. 안 외운게 아니에요, 그냥 못 외운거죠.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셨죠, 누가 봐도 제 성적은 심각하니까요. 그래도 안되더라고요, 부정적인 말이나 그런게 아녜요. 외우는 것 자체는 가능은 하더라고요. 목이 쉴 때까지 몇십번을 읽고, 눈이 아플 때까지 계속 쓰고 읽고 머리가 아플 때까지 하다보면 외워지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안됐어요, 그냥 그때 외운게 다죠. 이것까진 괜찮아요, 진짜 괜찮았어요. 가족이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욕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근데 지쳤어요. 공부를 하다가 느껴지는 선생님의 시선이 무섭고, 거의 백지에 가까운 시험지를 내는게 무서워요. 그러다가 오늘 엄마가 저한테 여쭤보신거에요. “00아, 엄마랑 같이 영어공부라도 해볼래..??” 교과서라도 하루에 한페이지씩이라도 읽으면 어떻겠냐는 말씀이셨어요, 그냥 평범한 질문이셨죠. 강요도 아닌. 근데 그 말을 들은 순간 제가 든 생각이, 무섭다는 거였어요. 엄마가 나한테 실망할까봐, 엄마한테도 그런 눈길을 받을까봐. 미리 말하는거지만 우리 엄마는 함부로 저한테 실망하고 저한테 그런 눈길을 보내실 분이 아니에요, 정말로. 근데 그런게 있잖아요? 알면서도 무서운거. 학습적 공포였나.. 그냥 트라우마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편하실거에요, 전 이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영어를 잘할려고 노력은 했어요. 영어캠프도 가고... 멘토도 해보고. 근데 하고 나서 느끼는건 그냥 자괴감이랑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언니랑 오빠는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뭘 못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언니는 우등생이었는데. 내가 이래서 엄마한테 미안했죠, 너무 미안했어요. 영어캠프에선 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아무것도 못하고, 멘토를 하면 선배가 지치는게 보이고, 도움은 안됐죠. 그래서 초등학교 이후로는 영어캠프를 아예 안 갔어요, 하고 나면 나만 힘들걸 알고 있으니까. 전 그냥 무서워요, 앞으로 계속 이런걸 배우게 되는게. 선생님들이 말씀하셨어요, 영어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중 하나라고. 그걸 들으니 더 무섭더라고요. 누군가에겐 한심하게 보일수도 있겠죠. 고작 영어인데, 고작 공부일뿐인데. 근데 고작 영어때문에 앞으로의 인생이 무서워지는게 이상하지 않나요? 전 사는게 무서워요, 다른 것도 아니고 고작 영어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런 눈길이 따라올거라는게 무섭고 엄마를 고생시키는 것도 무서워요, 제가 영어를 잘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하고 고민하는 제가 싫고 엄마가 그러지 않을 걸 알면서도 무서워하는게 싫어요.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무서워하게 되면 그냥 살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죽기엔 너무 무서웠어요, 이 이야긴 조금 밑에서 할게요. 그래서 어느날 예전에 우울증을 앓았던 친구에게 이걸 상담했어요. 그 친구가 저보고 뭐라 했냐면요, 지쳐보인대요. 영어때문에 힘든걸 누구에게 진지하게 말하면 그 애가 불편해해요, 그렇다고 가볍게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다 하나뿐이더라고요. “그래도 해야하니까” 그 말이 너무 무서웠어요, 난 해야되는걸 못하는 무능한 사람인 것 같고 엄마만 고생시키는 것 같았죠. 그래서 살기가 무서웠어요, 근데 죽으면 그제서야 헬조선이라던가 사람보다 공부가 우선인 한국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욕할거잖아요, 우리 가족이 힘들어질거잖아요. 전 가족이 힘들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싫고 쓸데없이 가십거리가 돼서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한국이 비난받는 것도 싫어요, 근데도 제가 죽고싶어지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이대로 살기 너무 무서운거에요, 전. 위에서 상담했다고 했던 친구가 저한테 또 한 말이 있었어요. 자퇴랑 전문적인 상담 고민해보라고, 부모님께 말 해보라고. 안하면 나 진짜 죽을 것 같다고.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고작 공부로 이렇게 힘들어하는게 이상해보일 수도 있는거 알아요, 근데 진짜. 진짜 너무 힘들어요, 뭔가를 해야하는데 이미 지친 기분이에요. 제가 엄마가 권한걸 거절하면 이걸로 끝날까요? 아뇨, 우리 엄마는 누구보다도 절 사랑하시니까 오히려 끝나지 않겠죠, 제 인생이 걱정되니까. 그럼 다음엔 어떡할까요? 또 거절할까요? 다다음은?또 그 다음은? 그걸 생각하면 더 무서워져요. 제가 말하는 영어의 못한다가 영어 성적이 나쁘단 걸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못하는 영어는 영어 그 자체에요. 그냥 영어만 봐도 힘들고 미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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